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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수도권 규제완화, 어떻게 보아야 하나

08.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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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옥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 발표 이후 여기저기 불만의 소리가 높다. 정부 발표 직후 비수도권 지역에는 “수도권 규제 풀면 지방경제 다 무너진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공멸의 길”이라는 등의 헤드라인이 신문지면을 장식했다. 이러한 기사들을 접하다 보니 수도권 규제완화로 인해 비수도권 지역 경제가 곧 망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수도권 규제가 완화되면 정말로 비수도권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될까?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에는 경제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비수도권 지역의 경제발전을 통해 두 지역 간 경제적 격차가 감소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점도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 규제정책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를 줄이는 유효한 수단인지,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면 비수도권 지역이 발전하게 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다.


수도권 정책은 본래 수도권의 인구집중을 막기 위해 시행되었고, 그러한 방법 중 하나로 인구집중을 유발하는 시설의 설립 자체에 제약을 두게 되었다. 그 결과 수도권 내에 공장의 설립이나 증설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수도권 규제정책이 국가균형발전과 연계되기 시작하면서 수도권의 발전(집중)을 억제하고 비수도권 지역으로 기업의 이전을 유도하여 그 지역 발전을 이루면 국가균형발전이 달성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러한 인식과 같이하여 수도권 규제정책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이라는 양분된 시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러한 양분된 시각은 수도권 규제정책을 둘러싼 상황을 마치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제로섬게임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수도권의 손실과 똑같은 규모의 이득이 비수도권에 나타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제로섬게임이 되어서도 안 된다.


수도권 규제와 지역발전의 문제가 현실적으로 관련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수도권 규제가 지역발전을 이루는 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도 없다. 수도권에 공장의 신설이나 증설을 막는다고 그 공장들이 비수도권 지역으로 옮겨가는 것도 아니고, 설사 일부 비수도권 지역으로 옮겨가는 효과가 있다고 할지라도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것이 전체 경제의 비용편익 관점에서 효율적이라는 보장도 없다. 경험적으로도 수십 년간 수도권 정책을 시행해 왔으나 수도권 집중의 문제가 크게 완화되지 않았으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획일적이고 경직된 수도권 정책으로 인한 기업들의 투자기회 상실, 공장 신·증설의 어려움 등 수도권 규제가 자유로운 기업 활동에 대한 제약을 가하여 추가적인 비용을 유발시킴에 따라 수도권 기업들의 불만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수도권 규제정책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피규제자는 수도권에 입지한 기업들과 수도권 지역민이다. 동일 규제로 인해 비용을 지불하는 집단과 편익을 누리는 집단이 상이한 경우 사회 전체 순편익 관점에서 규제의 타당성을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수도권 규제의 경우 규제에 따른 편익을 누리는 대상은 불특정 다수이고 편익의 발생 여부, 그 편익의 크기도 분명하지 않다. 반면에 규제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는 대상과 비용의 발생 여부, 그 비용의 정도는 상대적으로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순편익을 따지기도 용이하지 않다.


현재 수도권 규제정책이 수도권 집중의 완화, 지역 간 격차 완화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고 있으나 규제로 인한 피해만 분명하다면 이 정책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닌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수도권 규제정책은 수도권 집중에 따른 문제점 완화에만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지역발전이라는 목표는 수도권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 전향적으로 새로운 정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현옥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hhan@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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