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martin-martz-RhF4D_sw6gk-unsplash.jpg

l    소통    l    KERI 지난자료

KERI 지난자료

한국경제연구원_WHITE_edited.png

전문가 칼럼

그래도 ‘작은 정부, 큰 시장’이 정답이다

08. 12. 4.

1

조경엽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경기침체로 가계소득이 감소함에 따라 수요와 생산이 줄어들고 고용과 물가가 동시에 하락하는 전형적인 디플레이션의 발생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세계 각국은 팽창적 재정정책을 통해 총수요를 확대함으로써 디플레이션의 악순환 고리를 선제적으로 끊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죽은 케인즈가 다시 살아온 듯 공급을 중시하던 그 동안의 정책방향을 일거에 바꾸려는 듯하다.

미국·EU·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브라질·인도 등 개도국들까지도 막대한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약속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잖아도 오랜 기간 지속된 미국의 쌍둥이 적자로 인해 유동성 공급과잉을 걱정하던 세계경제에 또 다시 유동성 폭탄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공급능력이 취약한 상태에서 재정지출 확대가 지속될 경우 1970년대에 경험한 스테그플레이션을 걱정할 날이 머지않아 다가올 것이다. 대공황 이후 약 70년 동안 세계경제가 겪었던 경제현상과 정책적 오류들을 향후 3~4년 동안 압축적으로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도 현재의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전략이 다른 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정부는 유동성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건설업을 지원하는 한편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글로벌 경기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에 국회에 제출한 2009년도 예산안을 수정하여 발표하였다. 1차 예산안은 경제성장률을 5%로 가정하고 편성한데 반해 수정 예산안은 성장률을 4%로 가정하고 편성하였다. 예산안을 1차에 비해 10조 원 증액하여 283조8천억 원으로 수정한 것이다. 정부가 이번 경기침체를 얼마나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으며, 정부지출 확대정책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 각국의 생존 경쟁이 한창이다. 금융부분이 극도로 취약해짐에 따라 실물경제로 흘러가야 할 자금이 막혀 도산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미래의 발전을 걱정하기보다는 현재의 생존이 중요해 보인다. 그래서 정부가 취약한 부분을 선별하여 선택적으로 재원을 사용할 수 있는 확장적 재정지출 정책이 제격인 듯하다. 이러한 분위기에 눌려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주장하던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잦아들고 있다. 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에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주장하다가는 자칫 ‘왕따’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도 ‘작은 정부, 큰 시장’이 정답이다. 고급 인력을 양산하고 규제를 완화함과 동시에 국민의 조세부담을 완화하여 총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모든 국가가 앞 다투어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공급능력이 취약할 경우 스테그플레이션이라는 더 큰 고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기침체로 과거 외환위기 때 경험했던 것과 같이 산업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저성장-저고용’이라는 악순환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정부가 했던 것과 같이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비성 분야에 지출을 확대하는 정책만으로 현재의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할 수 없다. 국가채무와 조세부담률이 급속히 증가하고 성장잠재력이 둔화되고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재정지출 확대에 앞서 재정지출구조를 성장 친화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재정지출 확대가 꼭 필요하다면 소비보다는 투자 분야에 집중되어야 한다.

세계경제가 고물가-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 모든 나라들이 재정확대 정책에서 해외자본 유치, R&D 투자 확대, 성장동력 확충 등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급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스럽게도 작은 정부와 감세정책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기본 정책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정부의 2008년도 세제개편안을 살펴보면 소득세·법인세·양도소득세·상속세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완화, 그리고 R&D 투자와 중소기업 지원 확대 등 성장동력 확충과 국가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하루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문제의 원인과 결과를 꼼꼼히 살피고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지금의 글로벌 위기는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현재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출범 초기에 천명한 ‘작은 정부, 큰 시장’의 정책 기조를 얼마만큼 관철해 나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glcho@keri.org)



네임카드(임동원)_500x160.png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