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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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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결산일(closing date)의 또 다른 의미

09.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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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민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들은 2008년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2008 회계연도’에 대한 성과평가를 위하여 기업이 정한 결산일을 기준으로 장부를 마감하였다. 이제 많은 기업이 지난 한 해 동안의 ‘기업의 성적표’라 할 수 있는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또 발표를 할 것이다. 이제 한동안 기업이 작성한 재무제표가 우리나라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적절하게 작성되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감사인과 기업 간의 분주한 시간이 이어질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은 왜 우리나라 기업의 결산일은 대부분 12월 31일에 몰려 있을까 하는 것이다. 만약 결산일이 기업별로 다르다면 일종의 서비스인 회계감사도 좀 더 여유 있게 받지 않을까하는 다른 생각을 해보게 된다.

실제로 2007년 우리나라의 1,546개 상장기업 중 약 97%에 해당하는 1,490개 기업이 12월 31일을 결산일로 정하고 있다. 이는 무엇 때문일까? 우리나라의 경우 회계연도와 관련하여 기업의 결산일을 특별히 제한하고 있는 관련 법률은 없다. 다만 국가기관, 공사 등 공공기관에 대해서만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를 1회계 기간으로 명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업종별로 여름이나 겨울 성수기가 지난 시점을 결산일로 정할 수는 없을까? 이에 대해선 여러 국가의 결산일 분포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우선 유럽국가 중 영국 기업들의 결산일을 보면 적지 않은 기업들이 1년 열두 달을 결산일로 삼고 있다. 심지어 결산일이 속한 달의 마지막 일자가 아닌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1월 15일, 7월 8일, 12월 23일 등 흔히 생각하지 않는 날짜를 결산일로 정한 기업도 상당수 있다. 특히 한 회계기간이 12개월을 넘어 최장 23개월인 기업도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기업들도 영국만큼은 아닐지라도 12월이 아닌 달에 결산일을 정한 기업이 더러 존재한다. 또한 세계경제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미국 기업들의 결산일도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즉 미국 기업도 영국과 같이 1년 365일 모든 날을 기업의 결산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오랜 기간 소위 고품질의 회계기준이라고 여겨지는 미국회계기준(US-GAAP), 영국회계기준(UK-GAAP), 국제회계기준(IFRS)의 영향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의 결산일 분포는 어떠한가? 즉 아시아 국가들임에도 불구하고 유럽이나 미국의 상황과 유사할지 아니면 우리나라와 같이 대부분의 기업 결산일이 캘린더의 마지막 날일까? 결론적으로 이들 국가의 기업들은 유럽과 미국보다는 상대적으로 결산일의 분포가 다양하지 않으나, 우리나라와 비교해서는 국가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양한 결산일을 가지고 있다. 또한 우리의 이웃나라인 일본은 3월 31일을 결산일로 하는 기업이 대부분이지만 다른 기간인 기업도 많다. 반면 중국의 모든 기업들은 회계기간이 12개월이면서 12월 31일을 결산일로 정하고 있다.

<표> 각국의 회계결산일 분포

Mueller는 “회계는 회계가 적용되는 환경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이후 많은 사람들은 “회계가 그 나라의 역사와 정치, 사회, 경제적 제도 등에 의해 형성되는 기업환경의 소산”이라고 일컬었다. 국가별 결산일은 간접적으로 기업이 속한 나라의 다양성과 획일성을 보여 주는 재미있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다만 회계가 기업환경의 소산이라고 할 때 어느 것이 더 좋고 나쁘다는 판단은 성급한 것이지만, 국가별 결산일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유럽의 회계기준이라 볼 수 있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하는 것은 단순한 회계기준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특히 2009년은 우리나라 회계에 있어 큰 의미를 갖는 해이다. 왜냐하면 국제회계기준 도입 로드맵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올해 2009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하여 재무제표를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올해부터 당장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여 내년도 실적발표를 할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분명 2009년에 대한 기업성과 발표 때에는 국제회계기준(K-IFRS)과 한국회계기준(K-GAAP)이라는 두 가지의 기업언어로 표현된 보고서가 나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인정하면서, 기업 스스로가 합리적인 회계처리를 하도록 기본원칙과 방법론만을 제시(principle-based)하는 국제회계기준을 우리나라 기업들이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강선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smkang@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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