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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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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 논평

정부예산안은 달성 가능한 경제전망을 기초로 해야

08.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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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선

얼마 전 2009년 예산안이 발표되어 우리 정부의 새해 경제운영에 대한 밑그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몇몇 언론에서 새해 예산안을 두고 확장예산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어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가 새해 예산안을 수립할 때에는 먼저 새해 경제성장률, 환율, 물가 등을 비롯한 경제변수들을 예측하거나 혹은 적절한 근거하에 가정하고 이를 기초로 세입 및 세출 예산안의 규모를 결정한다. 그런데 정부가 2009년 실질 경제성장률을 올해 대비 4.8∼5.2%로 설정한 것을 두고 미국의 금융위기 등 최근 우리나라를 둘러싼 경제상황을 볼 때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이다. 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5개년 동안의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도 2011년과 2012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5.8~6.2%, 6.6~7.0%로 예상하고 있다. 이 정도의 성장세는 경제전망의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라면 일반적으로 무리를 하지 않고는 달성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정부가 세간의 예상보다 경제성장률을 높게 설정한 것은 기본적으로 세출예산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물론 이를 정부가 경제성장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의 CEO가 새해 기업의 매출목표를 기업의 능력에 비해 높게 잡았다고 해서 그다지 탓할 일은 아닐 것이다. 추후에 목표에 미달했다 해도 기업의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면 대개 기업의 발전에 긍정적인 결과를 낳게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한 국가의 운영에 있어서도 같은 결과를 가져올까?

가장 단순한 예를 들어보자. 정부가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정책적 의지를 반영하여 경제성장률을 5%로 설정하고 이를 기초로 세입과 세출예산을 수립하여 각종 국가사업을 추진하였다고 하자. 그런데 의지와는 달리 실제로는 경제성장률이 4%에 그쳤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이때에는 보통 정부는 세수부족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때 다행히 비축된 세계잉여금이 있다면 이것으로 부족자금을 충당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국가사업을 지연하거나 혹은 증세, 국채발행의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추진 중인 국가사업의 지연 혹은 적자 국채의 발행 등 상대적으로 손쉬운 선택을 하게 되고, 이는 결국 재정의 비효율성을 발생시킬 것이다. 특히 빈번한 적자 국채의 발행은 국회가 가장 예민하게 문제 삼는 재정의 건전성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반대로 경제성장률을 실제보다 과도하게 낮게 전망하고 이를 기초로 정부예산을 수립하는 경우에는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과도하게 거둬들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정부가 불필요하게 국민에게 납세부담을 지움으로써 민간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것이므로 국가적으로 비효율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의 예산안이 정부가 달성하려는 목표 경제성장률보다는 실제로 달성 가능한 경제성장률을 기초로 하여 계획될 때 가장 효율적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가 행정부는 기본적으로 재정을 확대하려는 속성이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이때 재정 확대가 적절히 통제되지 않는 경우 재정의 낭비는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과거 국회는 정부예산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적절한 통제를 하지 못했다. 방대한 규모의 국가예산을 분석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부족했고, 정부예산의 효율성 분석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탓도 있다(물론 이는 국회의 정치적 속성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국회가 달라지고 있다. 정부예산의 효율성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는 재정의 건전성이 재정운용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였기 때문이다. 외환위기의 큰 파장이 지나간 2000년 이후에는 보증채무의 국가채무로 전환, 사회보장지출의 증가 등으로 인해 우리 재정의 유지 가능성 문제가 본격 대두된 것이다. 게다가 우리 사회가 빠른 속도로 고령화됨에 따라 멀지 않은 장래에 건강보험, 사회보장 등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에 대한 준비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부가 종합소득세율, 법인세율, 양도소득세율 등 감세정책을 예고했으므로 건전재정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회의 정부예산의 효율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건전재정기조의 유지와 적절한 국가채무 관리, 법률적 근거 없는 재정지출 억제를 위하여 2006년 국가재정법을 제정하는 큰 성과를 낳았다. 국회는 정부예산 중 지엽적으로 몇몇 지출항목만을 문제시했던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 정부재정의 과도한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전체 정부예산 규모에 대해서도 문제시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전체 예산안 규모의 적정성 여부가 논쟁의 중심이 될 수 있고 이 때문에 예산안 규모 설정에 기초가 되는 경제전망에 대해서도 국회와 정부 간 토론의 주제가 될 것이다. 높은 경제성장률 전망은 정부의 예산안 확대의 논리 중 가장 중요하기도 하고 가장 쉬운 논리적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국회와 정부 간 경제전망에 관한 사전협의 필요

걱정되는 것은 국회가 재정의 효율성 제고를 명분으로 정부예산 규모에 대하여 문제시하기 시작하면 정부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일부 지출항목의 예산삭감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전체 규모를 조정하게 된다면 적지 않은 사업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고, 사업 간에 우선순위와 재정배분액을 재조정해야 하므로 정부로선 몹시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해를 거칠수록 예산심의 과정에서 국회와 정부 간 대립이 더욱 더 첨예해져 많은 시간과 정치적 에너지를 소진하게 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사실 미래 경제성장률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사후적으로 보면 국회의 전망이 옳을 수도 있고 정부가 옳을 수도 있다. 이는 예산안 적정 규모에 관한 심의과정에서 경제전망에 관한 토론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소모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앞으로 예산규모의 적정성에 대한 논쟁을 줄일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예산편성 이전에 국회와 정부의 경제분석 담당 실무자가 한자리에 모여 경제전망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국회와 정부 간 경제전망에 관한 합의를 바탕으로 세입을 추정하고 다시 세출예산을 편성한다면 예산규모에 관한 불필요한 논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경제전망에 관해서는 의회의 예산분석기관인 의회예산처(CBO)와 행정부의 연방예산편성을 담당하는 관리예산처(OMB)가 사전에 경제전망을 협의하여 지나친 경제전망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도록 유의함으로써 의회와 행정부 간에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국회와 정부 간 사전 협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경제전망을 설정할 때 궁극적으로 목표 경제성장률이 아닌 달성 가능한 경제성장률이 설정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재정 및 국가적 비효율을 줄인다는 점을 상호 공감해야 한다. 이러한 공감대가 없다면 사전 협의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유승선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 경제분석관, yssun@nabo.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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