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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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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 논평

경상수지 흑자, 어디로 사라졌나?

08.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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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배

다달이 벌어들이는 소득도 있고, 소득보다 지출이 많지 않아 꼬박꼬박 저축도 한다. 물론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저축의 일부와 대출받은 돈을 합쳐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도 했다. 이렇게 몇 년이 지났다. 그런데 재산 상태는 적자였다. 저축과 투자금액을 모두 합쳐도 빌린 돈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이다. 물론 투자한 주식과 부동산의 가격이 떨어진 것도 아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일반적으론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국가 간 대외거래에서는 발생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대외거래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지출보다 많은 경상수지 흑자국이었다. 비록 올해에는 국제유가 상승 등의 원인으로 적자를 보였지만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1998년 이후 2007년까지 무려 11년 동안 줄곧 흑자를 지속해 왔다. 이에 힘입어 국가의 저축액이라 할 수 있는 외환보유고도 같은 기간 내내 2,000억 달러 이상 쌓을 수 있었다. 두 단계 내려앉았지만 아직도 외환보유고 6위 국가다.

그런 우리나라가 2001년 이후 계속 유지해 온 순채권국 지위에서 올 9월엔 순채무국으로 전락(?)했다. 해외에 빌려주거나 투자한 돈인 대외채권은 3,999억달러인데 반해 갚아야 할 돈인 대외채무는 4,250억달러로 부채가 251억달러가 더 많게 되었다. 한국은행에서는 대외채무 중에서 직접투자회사 간의 대부금(66억달러), 선박수출 선수금(550억달러), 환헤지용 차입금(497억달러) 등 상환부담이 적은 외채 1,112억달러가 포함되어 있어 실질적으로는 대외채권이 861억달러 더 많은 흑자상태라고 설명하고 있다. 어느 정도 위안이 될지는 몰라도 통계적으로는 여전히 궁금증이 남는다. 우리의 경상수지 흑자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이 많다 하더라도 이 자금이 대출 혹은 투자의 형태로 남아 있어야 하질 않을까?

이러한 궁금증의 실마리를 국제투자대조표(IIP, International Investment Position)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제투자대조표는 국제적으로 빈번한 자본이동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특정시점의 내국인의 대외투자 잔액(이하 대외투자)과 외국인의 국내투자 잔액(이하 대외채무)을 기록하여 집계하여 보여주고 있다. 특정시점의 잔액 개념이기 때문에 IIP는 크게 두 가지 요인에 의해 변동하게 된다. 첫째는 경상거래 및 자본거래에 따른 거래적 요인이다. 전기(前期) IIP 잔액에 금기(今期)의 국제수지 거래내역을 가감하면 금기의 IIP 잔액이 나온다. 둘째는 환율, 가격변동 등 비거래적 요인이다. 일례로 환율이 1,500원에서 1,000원으로 하락하면 외국인이 1달러 투자해서 산 주식 1,500원을 다시 달러로 바꿔 가면 1,500원은 1.5달러가 된다. 유입은 1달러였지만 유출은 1.5달러가 된다. 지속적인 흑자국가가 부채국가로 전락한 상황에 대한 하나의 해답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2004~2005년의 예를 들어 보자. 2004년 말 대외투자(A1)와 대외부채(A2)는 각각 3,298억달러, 4,135억달러로 순국제투자(C1)는 -837억달러였다. 여기에 2005년 중 발생한 대외거래분을 가감해 주면 거래적 요인만 고려한 2005년 말 IIP가 된다. 즉 2005년 말 대외투자(A2)는 2004년 말 대외투자(A1)에 2005년 내국인 투자(㉠)와 준비자산(③)을 더하고 2005년 말 대외부채(B2)는 2004년 말 대외부채(B1)에 2005년 외국인 투자(㉡)를 더해서 구한다. 이렇게 구한 2005년 대외투자(A2)와 대외부채(B2)는 각각 3,672억달러, 4,382억달러로 순국제투자(C2)는 -687억달러가 된다. 2004년 말 순국제투자에 비해 150억달러가 개선(대외부채 감소)됐는데, 이 금액은 2005년 중에 발생한 경상수지액과 같다. 만약 거래적 요인만 고려한다면 IIP상의 순국제투자는 국제수지상의 경상수지 변동분만큼만 증감할 것이다.

<표 1>거래적 요인만을 고려한 국제투자 대조표 작성 사례


이러한 방식으로 2001년을 기점(한국은행의 IIP 최초 작성 연도)으로 2008년 9월말까지 IIP를 재작성하였다. 거래적 요인만으로 된 IIP는 대외투자와 대외부채의 원금의 성격을 가지므로 실제표와 비교함으로써 비거래적 요인에 의한 자산․부채 변동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표 2>를 보면 실제 IIP상의 2008년 9월 말 현재 대외투자는 5,410억달러, 대외부채는 6,958억달러로 순국제투자는 -1,547억 달러 적자상태다. 하지만 거래적 요인에 의한 변동만을 반영할 경우, 대외투자는 4,563억달러, 대외부채는 4,692억달러로 순국제투자 적자는 -128억달러로 감소한다. 환율 및 가격변동이 없었다면 시작 연도인 2001년 -638억달러 적자보다 약 510억달러가 개선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환율 및 가격 변동에 의한 것으로 대외투자 및 대외부채의 증감액은 <표 2>의 ‘3. 비거래적 요인에 따른 국제투자 증감액’에 잘 정리되어 있다. 이 기간 중 대외투자 증가액은 847억달러인 반면 대외부채는 무려 2,266억달러나 증가했다. 정리하자면 2001년 이후 내국인의 해외투자 원금은 4,563억달러, 평가액은 5,410억달러로 847억달러의 평가이익을, 그리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 원금은 4,692억달러, 평가액은 6,958억달러로 2,266억달러의 평가이익을 낸 셈이다. 결국 자산평가액보다 부채평가액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1,419억달러의 돈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11년간 경상수지 누적액과 같은 금액이다.


<표 2> 국제투자 대조표 재구성, 2001~2008.9



외환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은 전반적으로 절상추세를 지속했고 2004~2007년 중 주식가격이 매년 20% 이상 급등하면서 우리가 갚아야 할 대외부채 금액도 함께 급증한 것이다. 우리의 대외지급 능력을 외환보유고로만 판단하지 말고 전체 대외 자산부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kcb@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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