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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 논평

미국 상속증여 세제 개편의 의미와 시사점

09.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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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최근 미국 의회는 유산세를 2011년부터 다시 부활시키기로 결정했다. 당초 미국의 유산세는 2001년 제정된 ‘경제성장과 조세경감조정법(The Economic Growth and Tax Relief Reconsiliation Act of 2001)'에 따라 2010년에 폐지하기로 했었다. 이 법은 2001년 발효되었는데, 유산세와 증여세 등의 부담경감을 목표로 2002년부터 2009년까지 단계적인 세율인하 후, 2010년에 유산세와 세대생략세를 폐지할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는 법안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유산세와 세대생략세는 2010년에 일단 폐지되었다가 2011년 다시 부활하는 다소 이상한 형태를 띠게 되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이 상속증여세를 다시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올바른 해석이 아닌 듯하다.

미국의 상속증여 관련 세제는 '이전세(transfer tax)'라는 이름으로 총칭된다. 이때 과세대상은 적절한 반대급부 없이 한 개인으로부터 다른 개인에게 자산이 ‘이전’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이전세는 상속세(inheritance tax), 증여세(gift tax), 세대생략세(generation-skipping transfer tax), 유산세(estate tax) 등이 포함된다. 주정부세인 상속세를 제외하면 이전세는 모두 연방정부세로 운영된다. 미국의 상속증여 관련세제는 근래 들어 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의 근간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경제성장과 조세경감조정법’에 의해 규정되어 있다. 상속증여 관련 세제개편과 관련된 최근의 논란은 2010년 이후에 유산세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핵심이었다. 경제성장과 조세경감조정법은 2010년까지만 규정하는 한시세(限時稅)이기 때문에 2011년 이후의 규정에 대해서는 별도의 합의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은 평탄하지 않았다. 상속증여 관련 세제는 그 본질적 상징성으로 말미암아 정치적 견해의 대립이 첨예한 세목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속증여 관련 세제에 대한 미국 공화당의 입장은 완화 또는 폐지인 반면, 민주당의 입장은 존치 또는 강화로 요약된다. 완화/폐지를 주장하는 공화당은 현재의 상속증여 관련 세목들은 기본적으로 이중과세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투자 및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때 이중과세의 의미는 상속 및 증여세의 대상이 되는 재산들은 그 형성과정에서 이미 소득세 등의 세금을 납부한 것이라는 논리에 근거한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유산세가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라는 점, 그리고 이를 폐지하는 경우 세수 감소와 빈부 격차의 확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내세워 존치 또는 강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경제성장과 조세경감조정법'은 2010년까지만 규정하는 한시세이기 때문에 2011년 이후가 규정되지 않는 경우 이 법의 제정 이전으로 복귀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경우 2011년 이후 세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게 될 것이므로 당시 집권당인 공화당에서는 세부담 급증에 대비한 후속법안을 마련하고자 하였지만,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의 취임을 맞았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 출신이므로 상속증여 관련 세제 개편 역시 민주당의 견해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오바마 행정부 조세정책의 큰 방향은 후보시절 밝힌 공약에 따라 ‘중산서민층 및 중소기업의 세부담 완화’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지만, 엄밀히 말해서 전반적인 감세안으로 보기는 어렵다. 비록 중산서민층·근로자 계층·중소기업에 대한 세부담 완화정책을 천명하고는 있지만, 동시에 일부계층에 대해서는 세부담의 증가도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인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이미 약속된 세부담 완화정책들을 무효화시키는 한이 있어도 세부담의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결국 오바마 정부의 조세정책은 저소득·중산계층 및 중소기업에 대한 세부담 완화와 고소득부유층 및 대기업의 세부담 증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미국의 상증여세 관련 세제 개편 방향도 2011년 이후 다시 강화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이는 상속증여 관련 세제를 일부 부유층만이 납부하는 세목으로 이해하고 있는 민주당의 입장과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예상에도 불구하고 최근 상원을 통과한 법률안에 따르면 2011년 이후에는 유산세 및 세대생략세가 부활하기는 하지만 세부담 경감은 폐지 이전수준보다 더 강력히 진행될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요컨대 유산세와 세대생략세는 2010년 일단 폐지되었다가, 2011년에 다시 부활하는 형태를 띠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세부담 경감기조는 ‘면세점의 대폭적인 상향조정’과 ‘최고한계세율의 인하적용’의 형태로 지속될 계획이다. 따라서 유산세 등의 부활이 상속증여 관련 세제의 강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결정은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기조를 고려할 때, 또한 2008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미국의 경제위기를 고려할 때 다소 의외의 결과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오바마 행정부 재정정책의 중요 방향은 재정적자의 완화라 할 수 있으며, 이의 추진방안으로 제시된 정책들이 고소득·부유층·대기업에 대한 세부담 인상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아는 바와 같이 현재 미국은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지출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재정적자의 급증이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산세제의 완화를 골자로 한 법률개정이 이루어진 배경에는 유산세 완화정책의 타당성에 대해 미 상원이 동의한 결과로 평가된다. 재정적자 완화를 주요 정책방향으로 천명한 상황에서, 더구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재정적자 폭의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상속증여 관련 세제의 완화기조가 이어진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세제 개편이 단지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의해서만 결정되었다면, 상대 정권에서 추진하였던 세부담의 완화기조가 정권교체 후에도 지속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결국 외적인 이유에 대한 해석은 상이할 수 있겠지만, 미국의 최근 상속증여 관련 세제완화 방침은 궁극적으로는 경제 활력의 저하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의 상속증여 과세개편에서도 이러한 세제완화 기조는 지향되어야 할 것이다.

김상겸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iamskkim@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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