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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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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법과 제도이슈

주주자본주의의 허와 실

08.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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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훈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다시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자유주의는 금융자본이 기업 운영의 주도권을 가지는 주주자본주의가 핵심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지금의 금융위기는 궁극적으로 ‘주주자본주의의 위기’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 정책의 근간을 이루어 온 주주자본주의를 포기하고 대안을 찾아야만 할 시기를 맞은 것인가? 아니면 주주자본주의 운용상의 잘못으로 풀어가야 하는가? 주주자본주의의 ‘허와 실’을 분명히 인식한 후 답을 구해 보기로 한다.

주주자본주의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주주가 회사의 ‘소유자’ 또는 ‘주인’이라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주주들은 되도록이면 회사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반면 주주를 대신하여 사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는 주주의 대리인에 불과하다고 본다. 결국 주주자본주의의 최대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대리인인 경영자가 주인인 주주의 눈을 피해 자신의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을 것인가에 있다. 같은 맥락에서 강력한 자본시장에서의 경영자 통제수단인 회사지배권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장 이상적인 1주1의결권 원칙, 즉 소유지분권과 의결권의 비례성 유지를 강조하며 이러한 원칙에서 벗어나는 수단들에 대해서는 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 이것은 주주민주주의와 하나의 이상적인 회사지배구조를 향한 개혁을 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경영자의 경영권은 외부적인 법적 통제나 자본시장에서의 적대적 M&A 위협에 의해 통제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재벌이라는 기업집단은 당연히 해체되어야 할 대상이다. 왜냐하면 재벌의 지배주주는 계열사를 이용해 실제 자신의 ‘소유지분’보다 훨씬 많은 ‘의결권(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논리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에서의 주주자본주의는 다름 아닌 재벌비판론과 맥을 같이 한다.

이와 같은 주주자본주의는 주주들은 주가의 상승이라는 하나의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집단이라고 보는 효율적 자본시장가설과 경영자는 자기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합리적 인간이라는 주류경제학 또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기본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주주들 중에는 회사의 장기 이익을 선호하는 주주와 단기 이익을 선호하는 주주 등 다양한 성향의 주주들이 존재하므로 주식가격이 항상 회사의 가치를 정확히 나타내 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기존의 주주자본주의에서처럼 주주민주주의를 통해 정치영역에서의 민주주의를 회사지배구조에서도 구현하고자 1주1의결권 원칙을 고집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다양한 주주들의 선호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는 주식의 구성요소인 현금흐름권과 의결권을 다양하게 조합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영자가 항상 자기이익의 극대화만을 위해 행동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더구나 회사는 주주 이외에도 노동자, 채권자, 납품업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인들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유독 주주만이 회사를 소유한다거나 주인이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물론 주주 이외의 다른 이해관계인들은 사전적으로 계약을 통해 회사와 확정된 권리를 설정할 수 있는 반면 주주는 그렇지 못한 잔여청구권자들이므로 회사의 성과 여하에 가장 민감하므로 마치 소유자와 비슷한 지위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주주 이외의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고정된 권리를 가진다고 해서 회사의 성과와 무관한 것은 아닐 것이다.

결국 주주가 회사를 소유한다고 보는 것은 무리이다. 회사의 본질은 모든 이해관계인들 사이의 계약의 결합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주주자본주의에서처럼 회사를 주주의 소유물로 보며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 회사의 목적이라고 간단히 말할 수 없다. 회사를 구성하고 있는 생산요소의 소유자는 존재할지라도 회사 자체를 소유하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이해관계인들의 이익은 모두 중요하고 이들의 총체적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것, 즉 사회적 부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회사의 목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회사의 목적을 경영자들이 완벽히 추구하도록 하는 것은 이들의 능력을 벗어난 일일 뿐 아니라 오히려 경영자들에게 변명거리만 만들어 줄 위험이 있다. 자신들의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면서 이것이 표면적으로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노동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변명하고, 노동자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하는 등 흔히 말하는 ‘두 주인문제(two masters problem)’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경영자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서의 규범적 기준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주주이익의 극대화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주주자본주의와 결국 동일하지 않은가? 그러나 경영자가 주주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은 주주가 회사를 소유하기 때문에 혹은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기 때문이 아니다. ‘회사 전체’를 위해 경영자가 할 수 있는 차선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의 주주이익 극대화는 당연히 주주의 장기적 이익을 의미하는 것이고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것은 다른 이해관계인들의 이익과도 일치할 것이다. 그리고 미흡한 부분은 노동법, 공정거래법, 소비자기본법 등을 통해 지원해 주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는 가장 이상적인 최고의 방법은 아닐지라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차선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경영자가 주주의 이익을 추구해야 할 의무를 갖는 것은 모든 이해관계인들의 계약적 결합체인 회사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차선책이므로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주가에만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주이익 극대화가 회사 전체의 이익으로 귀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기존의 주주자본주의처럼 경영진을 회사의 소유자 또는 주인인 주주의 대리인으로, 그리고 경영권을 대리비용의 발생 원인으로 보며 법과 적대적 M&A시장을 통해 통제해야만 할 대상으로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주주는 회사의 소유자 또는 주인이라는 생각에 기초하며 발전해 온 지금까지의 주주자본주의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해 온 것은 주류경제학 또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이었다. 그래서 현재 미국 신자유주의의 위기를 주류경제학의 한계로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주자본주의와 시장을 설명할 수 있는 경제학적 도구로 주류경제학인 신고전학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고전학파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다양한 경제학적 방법론들이 존재하고 있다. 흔히 법경제학의 큰 틀에 포함시킬 수 있는 신제도 경제학, 거래비용 경제학, 행동 경제학 등이 그것이다. 최근 미국의 법경제학자들은 전통적인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기초한 주주자본주의가 아닌 그 밖의 다양한 경제학적 방법론에 기초하며 주주자본주의의 실체를 밝혀내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금융위기를 주주자본주의 자체의 몰락으로 보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주주자본주의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주주자본주의의 본고장인 미국에서의 금융위기를 지켜보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주주자본주의 정책의 ‘허(虛)’를 분명히 인식하고 이 부분을 ‘실(實)’로 채워나가는 일일 것이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sshun@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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