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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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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법과 제도이슈

비정규직법 개정과 일자리 나누기

09.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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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길

1​.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는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1929년의 대공황 이래 최대의 불황을 겪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1998년 IMF 외환위기보다 고용의 충격은 크고 길어질 전망이다. 금년 신규 취업자 수가 지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하면서 민간경제연구소들마저 ‘고용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노동시장은 경제와 정치·사회적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기업들이 고용을 본격적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경제위기 속에서 정부는 '비상대책'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일자리 나누기식 정책으로 이를 해소하고자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원칙하에 근로자와 기업이 일자리 나누기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역으로 '복지'가 바로 일자리가 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확대하는 것은 사회안전망도 갖추면서 일자리도 창출하는 일종의 사회적 투자이기 때문이다.

2. 비정규직법 개정 통한 일자리 나누기

비정규직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도입, 시행된 지난 2007년 7월을 전후해 실제로 비정규직의 대량해고 사태가 있었다. 고용주들이 비정규직법 제정에 부담을 느끼면서 2007년 3월 이후 1년 사이에 법 적용 대상이 되는 비정규직 32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드디어 2009년 7월에도 이와 같은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현행 비정규직법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므로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이 대폭 증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수익이 악화된 기업들은 비정규직의 일부만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형태의 아웃소싱(외주화, 도급 내지 용역근로)으로 전환하거나 다른 기간제 근로자로 교체할 가능성이 많다. 결국 종전의 비정규직법으로 인해 본래의 입법 의도와는 정반대로 비정규직 고용의 불안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현행법은 비정규직의 채용을 위축시키며 사용자와 근로자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등의 한계가 있는 법체계로 평가할 수 있다. 나아가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은 생산성 이상의 임금을 받고 강한 노동조합으로부터 고용도 보호받는 ‘정규직 과보호 내지 노동시장의 경직성 문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해고의 자유로 표현되는 고용 유연성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에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비정규직 문제만을 다루는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노동부의 자료에 의하면 2009년 7월까지 고용기한 2년에 해당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1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또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용주 38%가 고용기간이 끝난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한 명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겠다고 응답하고 있다. 40만 명 이상의 비정규직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비정규직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금년 7월에 고용대란이 올 것인가? 정부가 우여곡절 속에 더 지체할 수 없어 재추진하는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의 핵심은 고용대란이다. 즉 정부는 고용대란을 우려하는 반면에 야당이나 노동계는 이에 동의하지 않아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다. 이처럼 현행 비정규직법이 제정된 지난 2006년 벌어진 갈등과 대립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비정규직 사용기한을 2년으로 정한 비정규직법이 시행 2년이 되어 기업들이 정규직의 전환을 피하려고 비정규직을 대량해고 함으로써 비정규직 보호 입법이 도리어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초래하는 ‘보호의 역설’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한다. 반면 야당과 노동계는 ‘비정규직을 고착화하는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면 저지 투쟁을 선언하고, 이미 웬만한 기업들은 비정규직에 대한 정리를 끝내서 현재의 비정규직은 회사가 꼭 필요한 노동력으로 대부분 정규직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나아가 이러한 기업에 대해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을 시정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현 경제 상황에서는 별다른 대안이 없이 비정규직법이 그대로 운용한다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비정규직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상황이 될 것은 자명하다. 비정규직의 일자리 유지를 위한 총체적인 대안의 모색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맞추어 정부도 비정규직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비정규직 고용불안의 해소 및 처우개선을 위하여 법의 보완 및 개선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으며, 비정규직 근로자 고용기간 연장(현행 2년) 및 정규직 전환 시 중소기업의 인센티브 지원,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 제고 등 '비정규직 고용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일본이 2003년 노동기준법 개정 시 근로계약기간 상한을 3년으로 정하면서 시행 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행 상황을 고려해 그 효과를 재검토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개정 법률 부칙에 명시한 점을 참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에 정부로서는 이러한 정책은 급박한 현 상황에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선의 방법이며 한시적이라는 점을 국민에게 분명히 알려서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필요가 있다. 지금이야말로 비정규직 규제의 일시적 완화에 대하여 비정규직의 고용유지를 위한 '노사민정의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후속 정책으로 비정규직 차별을 근원적으로 없애기 위한 단계적이고 장기적인 청사진을 밝혀 이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3. 고통분담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방안 모색

현재는 지난 IMF 경제위기 상황과는 달리 향후 경기 침체가 우려되어 일자리 축소가 문제되고, 그 적정한 수준에 대해서 정부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실제로 일자리 나누기가 성공할지 여부는 '실직의 고통'을 근로자들이 얼마큼 인식하는 것인지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물론 노사 간 고통분담을 전제로 한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근로자의 감원의 최소화가 현재의 경제위기의 유력한 극복방안일 것이다.

그런데 일자리 나누기 정책에 있어 정부의 예산을 이용한 전시성을 띤 일자리 창출에 매달린다면 이는 단기적인 미봉책일 뿐이다. 그리고 일자리 나누기가 장기적 불황에서는 오히려 '구조조정(고용조정)'을 지연시키는 부정적인 효과가 있고, 비정규직 고용이나 청년실업자의 신규채용에도 기여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안전망 사이의 연결고리에 대해 지속적이고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종합 정책 플랜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모든 경제주체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고통분담을 나누어 경제위기의 극복방안을 모색하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한 일자리 유지 및 창출의 근본적인 해소방안은 경제회복을 통한 것이고, 그 주체는 역시 기업이다. 이에 기업의 고용 잠재력을 활성화하도록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승길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sglee79@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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