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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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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법과 제도이슈

경쟁시장의 창출과 경쟁법의 역할

09.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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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식

기업은 수익성이 있는 분야에는 사업상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진출하려는 속성이 있다. 신규 사업일 경우 수익성에 관한 경험적 자료가 없기 때문에 사업상의 위험이 더 크게 보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규 사업 분야에 성공적으로 진입하여 수익성 있는 사업모델을 개발한 사업자에게는 선발자의 이익(first mover's advantage)이 있는 법이다. 선발자가 어느 정도 시간적·공간적으로 상황적 독점 영역을 확보할 경우에 바로 그러한 이익을 누리게 되고, 이는 전통적인 독점과 유사한 상황을 초래하여 경쟁법을 집행하는 경쟁당국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전통적인 독점이 경쟁법상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는 독점하게 된 기업이 시장에서 거래상대방에게 정당하게 돌아가야 할 몫을 빼앗아 초과이윤을 취하거나 자신의 지위를 유지·강화하거나 인접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다른 기업에 대하여 배제적인 행위를 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 형성되는 시장의 경우에는 독점적 구조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독점의 폐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형성 초기단계에 있는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에 있는 기업의 행위로 인하여 독점의 폐해가 나타날 것인지의 여부는 첫째, 그 기업이 독점 공간을 확보하고 지속할 가능성이 있는지 둘째, 그 기업이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하였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만일 그 시장이 아직 수익모델을 모색하는 태동단계이거나 독점적 지위에 있는 기업이 지속가능한 독점 공간을 확보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경쟁당국이 너무 일찍 개입할 경우 오히려 시장의 정상적인 발전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특히 기술과 서비스 기반의 빠른 성장과 변화에 따라 ‘시장 내에서의 경쟁(competition in the market)’보다 ‘시장을 얻기 위한 경쟁(competition for the market)’이 더 활발하게 전개되는 지식기반경제 또는 신경제 영역에서 두드러진다. 이러한 영역에서의 독점공간과 수익모델은 전통적인 독점인 자산기반의 독점 또는 브랜드 독점과는 차원이 다르다. 예컨대, PC기반 서비스의 가치사슬에서는 미들웨어 시장에서의 사실상 기술적 표준이라는 독점공간과 소프트웨어 판매수익이라는 수익모델이(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인터넷 기반 서비스의 가치사슬에서는 네트워크 효과라는 독점공간과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의 특성을 활용한 수익모델이(구글의 경우) 존재한다. 또한 PC 또는 인터넷 기반 서비스의 말단을 이루는 단말기 공급의 가치사슬에서 그 원재료가 되는 부품이 기술표준을 전제로 할 경우에는 기술표준에 포함된 특정 기술 보유자가 기술 및 이를 이용한 부품 시장에서 독점공간과 함께 수익모델을 가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인텔이나 퀄컴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를 고려할 때, 이들 기업의 수익모델과 이들 기업이 그 수익모델을 유지하기 위해 취하고 있는 사업전략에 대하여 경쟁당국이 경쟁법을 근거로 개입하기 위해서는 이들 기업이 활동하는 시장의 형성과정과 서비스 제공과정의 특성을 고려한 개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식기반경제 또는 신경제 영역의 시장들 사이에서도 경쟁시장이 창출되고 발전되는 경로는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통신시장의 경우 자연독점 상황으로부터 경쟁시장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정부의 유인체계 제공을 위한 규제가 이루어졌던 데 반하여, 인터넷 기반 서비스시장의 경우 경쟁시장의 형성이 시장의 자율적 기능에 맡겨져 있었다. 더욱이 시장의 자율적인 조정 기능에 의하여 특정한 서비스의 출현을 기대하기 어렵고 공공에서 그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적절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최근에 기반시설 구축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운영·관리단계에서 운영비 조달에 필요한 수익모델 개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비쿼터스 도시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정부가 나서서 사업기반이 되는 공공재산인 시설 또는 요소를 민간에 개방하여 서비스의 출현을 가능하게 하는 한편, 민간 참여 기업이 서비스 제공을 통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정책적 지원방안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하고 그 시책을 추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경쟁의 도입 기타 시장구조의 개선 등에 관하여 필요한 의견을 제시할 권한도 갖고 있다(공정거래법 제3조).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 참여자의 인위적인 행위로 인하여 경쟁이 제한되거나 제한될 우려가 있는 경우 경쟁제한 요소를 제거 또는 완화하여 위반 전에 있었거나 있었어야 할 상태를 회복하는 역할을 우선적으로 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시장의 창출 과정에서의 공정거래위원회의 법적, 정책적 개입 및 관여의 타이밍과 방식은 좀 더 폭넓은 사회적 논의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경쟁시장이 시장의 자율적인 조정 기능에 의하여 창출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시장형성자로서의 역할이 보다 강조되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로 담당하는 소극적인 경쟁 유지의 역할로서의 좁은 의미의 경쟁촉진정책은 적극적인 경쟁 형성의 역할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경쟁촉진정책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홍대식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dshong@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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