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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부실처리, 결자해지(結者解之)하게 하라


시장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가운데 하나는 ‘자기책임의 원칙’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시장에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른 선택, 즉 거래로 발생하는 이득이나 손실은 의사결정자에게 귀속된다는 원칙이다. 그것은 은행 등 금융기관도 마찬가지다. 이 원칙이 훼손되면 이득이 발생하면 의사결정자에게 귀속되고 손실이 발생하면 사회에 귀속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장경제체제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정부는 이 원칙을 엄정하게 적용하는 시장경제체제의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언론보도로는 금융위원회는 대출금이자를 1년 이상 갚지 못한 금융채무 불이행자 48만 명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민생공약인 국민행복기금 우선 지원 대상으로 선정해서 채무를 최대 50% 감면받게 하는 ‘행복기금 운영에 관한 세부 이행계획’을 마련해서 1월 15일 인수위에 보고했다고 한다. 이는 거의 1,00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문제를 금융기관 감독 당국이 미시문제로 보지 않고, 거시문제로 보고 있거나 적어도 거시문제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그런 문제의식은 납득할 수 있지만, 대출금 연체문제는 개별은행과 개별 고객과의 금전대차 거래 과정에서 파생된 문제이다. 대차거래로 이익이 발생하면 은행과 고객 사이에 공유한다. 이때 아무리 이익이 많이 발생해도 제3자가 개별고객이 얻는 이익이나 은행의 이자수입을 공유하자고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마찬가지 이유로 손실이 발생해도 은행과 고객이 공유하는 것이 마땅하며, 개별은행이 입은 손실을 제3자가 공동 분담할 수 없다. 그러므로 대출금 연체문제는 원칙적으로 개별 은행과 고객이 ‘거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개별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부실처리 대상 채권 기준을 마련해 놓고 해당하는 채권을 일괄 할인 매각 처리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부실채권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 사실 금융기관은 자체 심사과정을 거쳐 고객에게 대출자금을 제공한 것인 만큼 대출부실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따라서 대출고객이 차입자금으로 이득을 얻을 때 이자수입으로 이익을 공유한 금융기관이 부실화된 가계대출에 관한 책임도 함께 부담해야 한다. 그러므로 부실화했거나 부실화할 우려가 있는 가계부채에 대해 일차적으로 금융기관 스스로 부채조정, 특히 부채 원금, 만기 구조와 이자율을 재조정해서 가계가 시간을 가지고 자기능력으로 부채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갚을 수 있도록 말미를 제공해야 한다. 원금을 재조정하는 때도 개별 금융기관이 자기 고객의 형편을 조사해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일괄적으로 50% 탕감 등등의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일이다. 환수 가능성이 전혀 없는 대출은 은행 책임 하에 100% 탕감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에 따른 손실은 일차적으로 금융기관의 대손충당금과 자본금 확충 그리고 경영예산 축소 등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부실채권의 양산을 방지할 수 있다. 물론 부실처리 과정에서 개별 금융기관이 위기에 직면해 도움을 요청하면 금융시스템 안정화 차원에서 정부가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경제의 기본인 경제주체의 ‘자기책임원칙’을 정부 스스로 훼손해서는 안 돼


결자해지로 문제를 풀라고 권고하는 까닭은 정부가 개별은행과 고객 사이의 거래결과에 개입하는 것은 여러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인 은행과 대출고객 등 개별 경제주체가 지켜야 할 자기책임원칙을 정부 스스로 훼손하는 문제가 있다. 둘째, 자신의 사유재산을 처분하고 생활비를 아껴서 원리금을 제대로 갚았거나 갚아가고 있는 은행 고객을 차별하는 결과가 된다. 그들이 받고 있는 고통은 지금 대출금을 연체하고 있는 고객보다 결코 적을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 셋째, 더 큰 문제는 연체문제가 고정된 정태적 문제가 아니라 매일 계속해서 발생하는 동태적 문제라는 점이다. 특정 기일을 기준으로 연체자를 한 번 구제하는 것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연체기간 1년을 기준으로 몇 십만 명 고객을 구제한다 해도 새날이 오면 또 1년 연체자가 계속 발생할 것인데, 그때마다 계속 원리금 절반을 탕감해 줄 수도 없는 일이다. 넷째, 차후 개별 은행과 개별 고객이 도의적 해이에 빠질 우려가 있다. 당장 현재 연체기간이 1년이 되지 않아 혜택을 보지 못하는 고객은 계속 대출을 연체해서 부채를 탕감 받으려 할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가계부채 1,000조를 만들어 낸 금융기관이 발생시킨 대출금 부실문제를 정부가 해결해주면, 이제부터도 ‘고위험 고수익’ 원리에 따라 금융기관은 더욱 과도한 위험을 부담할 우려가 크다. 그 전략이 성공해서 금융기관에 막대한 이익이 발생하면 임직원과 주주들이 보너스 잔치를 벌이고, 부실화되면 재정을 투입해서 구제해 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한 번 그런 일이 발생하면 금융기관이 ‘자기책임의 원칙’을 신뢰하지 않게 되어 대출자산의 건전성보다는 수익성 및 은행의 외형규모 확대 등에 치중할 우려가 크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이 연상되기는 하지만, 정부는 미시문제가 거시문제로 비화하지 않도록, 즉, 개별 금융기관의 가계부채를 개별 금융기관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규모로 키우지 않도록 평소에 철저하게 관리 감독해야 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이 부실대출 문제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호황기에 이익이 많이 발생할 때 적정한 정도 추가 대손충당금을 확충하도록 규제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기 바란다.


손정식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 jsonny@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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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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