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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감축정책,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현재 약 962조원, 작년 말 가처분소득 대비 136퍼센트(GDP 대비 81퍼센트)로 각 각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OECD 평균치인 122퍼센트(GDP 대비 73퍼센트)이나, 미국(107퍼센트), 일본(120퍼센트)의 경우1) 보다 훨씬 높다. 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지난 1년 전에 비해 대폭 증가했을 뿐 아니라, 소득증가 속도를 앞지르는 추세를 보이는 데 있다. 취득세 감면 등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일시 늘어난 점이 반영되었고, 최근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향후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불안요인의 하나일 뿐 아니라,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될 여지가 크다.


우리경제가 안정적 성장궤도에 들기 위해서는 가계부채 감축(deleveraging)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므로 정부와 금융당국이 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음은 바람직한 일이다. 금융위원회가 다양한 방법으로 가계부채 연착륙 전략을 추진하고,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노력도 타당해 보인다. 정부가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가계부채의 조정내지 탕감에 나서는 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가계부채 감축은 경기변동 경로에서 항상 발생하는 과정으로 거의 모든 OECD 국가들이 모두 경험하였다. 따라서 정책의 장단점, 정책수단의 효과나 부작용도 대부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미국, 일본, 핀란드, 남부유럽 국가들의 경험을 잘 이해해서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가계부채 감축이 궁극적으로 경기회복 속도와 금융기관의 안정성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감축(디레버리징 deleveraging)은 상환기간 연장, 채무대환, 이자율 인하, 채무감면과 같은 채무조정(restructuring)이나 채무불이행(default)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수익성 내지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그 일부를 정부가 보전할 경우에는 가계부채가 공공부문으로 이전될 뿐이다. 어떤 경우든 신용위축, 국가채무증대, 물가와 이자율 상승 압력을 초래하여 경기회복을 어렵게 하고, 이는 다시 가계소득과 민간소비의 감소, 가계부채 증가라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 가계부채 감축을 단기간에 정책적으로 이루기 어렵고, 신중히 접근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정부가 하우스푸어 해소나 가계채무 조정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자제해야


각 국가들의 가계부채 감축의 사례를 자세히 논의한 대신, 비교적 성공적으로 진행된 경우를 중심으로 주요 시사점을 찾아보기로 하자. 최근에 진행된 사례들은 자산거품의 붕괴로 촉발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미국, 유럽국가들, 일본의 경우, 근원에는 차이가 있지만, 모두 주택가격 하락과 부동산 시장의 붕괴에 따른 신용축소와 경기후퇴가 가계부채 감축의 필요성을 불러왔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가계자산이 주택과 같은 부동산 위주라서 대체자산이 빈약한 우리나라의 경우,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부동산은 기펜재(Giffen goods)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1990년대 자본자유화와 금융규제 완화로 자산가격과 물가의 급등, 수출경쟁력 약화를 긴축정책으로 대응하면서 자산가격 버블의 붕괴를 겪었다. 그러나 뒤따른 가계부채 감축 과정에서 민간소비 감소와 경기후퇴가 발생하자, 이를 적절한 환율정책에 의한 수출증대로 극복하였다. 미국의 경우, 2008년에 주택가격 폭락에 따른 신용경색, 경기후퇴가 이어지자, 부실자산 정리와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금융시스템을 안정시켰으며, 그 결과 비슷한 과정을 겪은 OECD 국가들 중 가장 큰 폭의 가계부채 감축을 이루었다.2) 미국 가계부채 감축의 가장 큰 특징은 가계부채 조정 과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았으며, 주택압류(foreclosure)에 의해 부실 모기지를 상당부분을 정리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의 효율적인 부실채무정리 절차에 힘입은 바 크다. 한편 상대적으로 부실 채무정리 절차가 보다 번거롭고, 정부나 금융기관이 보다 소극적인 영국, 네덜란드, 남유럽 국가에서는 가계부채 감축에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이들 국가들에 비해 훨씬 밝은 경기회복 전망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3)


가계부채 문제는 궁극적으로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증가로 해결되는 것이 옳다. 정책적 개입은 가계부채를 직접 감면하거나 차주인 금융기관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공공부문에 이전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그것이 악성 가계채무의 증가가 금융불안-경기후퇴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단기처방에 그쳐야 하는 이유는 그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부작용은 채무자나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역차별이라는 갈등을 초래하며, 그 범위가 확대되어 경제성장을 해치는 데 있다. 정부가 빚을 갚아준다면, 채무자는 빚을 늘리려 하고 금융기관은 부실채권을 늘리려 하는 유인이 커지고, 성실히 채무를 상환하는 가계를 역차별 하는데 대해 불신과 갈등이 증폭될게 뻔하다.


정치권과 정부가 하우스푸어 해소나 가계채무 조정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국민행복기금에 의한 가계채무 조정이다. 이런 기본적으로 포퓰리즘 정책은, 비록 사회취약 계층을 배려함으로써 사회안정을 얻겠다는 정치적인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그 범위의 확대를 제한해야 한다. 이미 채무탕감을 당연한 권리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고, 국민행복기금 적용대상에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 연체자’까지 포함해야 된다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음은 걱정스럽다. 미국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가계부채 축소는 어디까지나 채무자-채권자의 차원에서 해결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도덕적 해이나 역차별이라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역할은 채무자-채권자 간에 자발적 채무조정을 유도하는 공간을 최대한 확대하는 데 그쳐야 할 것이다.


장대홍 (한림대학교 명예교수/금융경제학, dtjaang@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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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conomist, Household debt, June 1st, 2013.

2) 2008년 이후 2011년 사이에 미국의 가계부채는 GDP 대비 75.2%에서 16.1% 하락한 반며, 이 기간 중 일본, 영국, 남유럽 국가의

가계부채비율은 오히려 증가하였다 (자료: Mckinsey Global Institute).

3) Economist, Household debt, June 1st, 2013.


*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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