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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문제, 정부가 꼬아 놓은 매듭부터 풀어야


현재 우리경제의 가계부채는 금융위기 직후인 2013년 1,000조원을 넘어선 이래 빠른 속도로 증가해 202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에 초과하는 수준인 2,051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의 세 배, 민간소비 증가율의 다섯 배에 가까운 속도로 놀라운 증가세를 지속해 온 셈이다.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 최상위 수준임은 물론, 증가속도는 압도적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숫자를 확인할 때마다 놀라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가계부채 규모가 폭증하면서 소비지출 감소와 내수시장 위축, 그리고 그에 따른 경기회복의 최대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본격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2016년 150%에서 2020년을 경과하며 20%p가 증가한 170%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이러한 폭증은 코로나19 경제위기 기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저금리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원리금상환 부담이 가계의 소비를 실질적으로 위축시키는 제약요인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실제로 가계부문의 평균소비성향은 75%에서 60% 후반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이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다면 부채를 통한 소비평탄화 기재가 작동불능하게 됨은 물론 경제성장률이 저하되는 결과로까지 귀결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가계부채 급증으로 인한 우려는 거시건전성 악화에 머무는 단계를 지났다. 실제 취약계층의 채무상환리스크가 급속도로 악화되었고 이러한 흐름은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며 더욱 강화되었다. 가구의 재무여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중 하나인 금융자산 대비 부채비율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부채상환여력이 저하된 가운데, 취약계층인 1분위의 지수가 6% 이상 증가하며, 전분위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악화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의 외부충격에 대한 완충여력을 평가하는 지표인 유동화자산여력을 살펴 보더라도, 유독 취약계층의 완충여력 축소는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취약계층은 본인의 소득으로 부채를 상환하기도 어렵고 또한 낮은 신용등급으로 은행으로부터 추가적인 대출이 힘들기 때문에 금리인상기에 접어든 현시점에서 취약계층은 재무적으로 절박한 상태에서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위험한 처지에 놓여져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2023년 7월 전면시행을 목표로 2021년 7월부터 DSR을 단계적으로 시행해 나가기로 공표했다. 과거 10년간 시행해오며 실효를 거두지 못했던 가계부채에 대한 총량규제 정책을 적용범위와 이름을 바꿔 또 다시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DSR은 차주단위에 채무상환능력을 대출한도 산정요소로 확대적용하게 되므로, 소득여력이 충분치 않은 취약계층이나 저연령층에게는 앞으로 대출받지 말라는 선고와도 같은 정책이라 볼 수 있다.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결과로 나타난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책임을 취약계층과 저연령층이 짊어지게 된 모습이나 다름이 없다.


현재 가장 시급한 대책은 과도한 총량규제 정책이 아니라 취약계층의 채무상환 위험을 실질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세심하고도 미시적인 정책이다. 취약계층의 단기·변동금리 대출을 장기·고정금리 대출로 대환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동시에 정부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명목으로 한 지역별·주택가격대별 차등적 대출제한 정책을 과감히 포기할 필요가 있다. 일관성을 잃고 혼란만 가중시켰던 땜질식 대출제한 정책이 풍선효과를 통해 대출을 더욱 증폭시켰던 주범이었음을 지금이라도 인정해야 한다. 과도한 가계부채 억제정책을 정부주도로 급하게 시행하기 보다는 금융부문이 자율적으로 차주의 상환능력을 평가하여 자율적으로 대출한도를 설정하는 선진국형 여신관행을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장기적 안목에서 자본시장 안정화와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승석(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KERI 칼럼_2021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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