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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적 통일론을 경계한다


경제사학자인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북한 정권이 앞으로 10년 내 붕괴될 것”이라며 “그 형태가 독일 통일처럼 될 것”으로 전망하는 희망 담긴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최근 청와대를 방문한 독일 대통령 호르스트 쾰러도 이명박 대통령과의 대담에서 “통일이 빨리올 수도 있으므로 미리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베를린 장벽 붕괴 및 통독 20주년에 즈음하여 남북한 통일을 둘러싸고 낙관적인 전망이 남한 사회의 저변에 흐르는 것 같다.


규모의 경제를 강조하는 기존의 경제학에서는 남북한이 통일되면 북한이 물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비용을 들이지 않고 남한을 간단하게 복제하여 남북한의 경제규모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통일로 북한이 남한의 시장경제에 편입되면 북한 주민의 생활이 남한 주민의 생활수준으로까지 금세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 그리고 남한 정부가 경제적 지원이란 인센티브를 시행하여 탈북한 주민의 정착을 지원하면 이들이 남한 사회에 쉽게 적응하여 남한 주민들과 똑같이 생활할 수 있을 것으로 자부한다. 모두 다 문화(습관 내지 정신)와 시간이라는 요소를 무시하는 기존의 경제학 시각에서나 가능한 시나리오다.


독일은 통일 후 지난 20년 동안 1조5천억 유로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여 구동독과 서독지역의 경제적 격차를 상당히 해소하였다고 자평하고 있다. 통일 당시 서독지역의 40% 정도 수준에 불과한 구동독지역의 경제수준을 20년이 지난 현재 70~80%까지 끌어올렸다고 한다. 우리나라 2010년도 예산의 8배가 되는 엄청난 규모의 돈을 통일비용으로 투입하였지만 동독 주민의 40% 이상이 지금도 정부 지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동독지역 주민들은 서독지역 주민들과는 달리 친좌파 정당을 선호하여 그 득표율이 30%에 달한다고 한다. 또 동독지역의 일부 교사나 부모들은 동독의 과거를 미화하여 아이들에게 반자본주의 정서를 심어준다고 한다. 독일이 통일을 이루었지만 이를 주장하는 기존의 경제학에서 예측하는 바와 같이 동독이 서독처럼 쉽게 복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증거이다.


2009년 한 해 동안 남한으로 건너온 탈북자가 2,952명인데 현재까지 총 1만8,009명이 입국한 실적을 감안한다면 올해는 탈북자가 전부 2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북한 이탈주민의 보호와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탈북자의 자립에 정책목표를 두고 정착금과 주거, 취업, 교육 및 기초생활보장 등을 지원해 오고 있다. 그러나 탈북자들의 사회적응은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평가된다. 한 통계조사에 의하면 탈북자의 90%가 남한에서의 생활이 불만족스럽다고 한다. 또한 북한 인권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만 15세 이상 탈북자 중 44.9%만이 취업하였고 실업률은 남한 주민의 세 배나 되는 9.5%로 나타났다고 한다. 탈북자의 취업은 주로 단순노무직인 제조업과 서비스직인 숙박ㆍ음식업이고, 일용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취업자의 42.6%나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북한 주민이 남한의 시장경제에 적응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남한 주민도 탈북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북한의 계획경제체제가 붕괴되어 500만 명 이상의 난민들이 남한으로 대규모 탈출하는 사태로 인해 발생할 남북한의 혼란을 방지하고, 남북한 주민들이 서로 섞여 사는 데서 오는 주민들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그리고 통일비용의 과다한 부담에서 오는 남한의 폐해를 줄이려면 한반도 통일을 진화적인 시각에서 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의 천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구약성경의 모세가 노예에 가까운 생활을 꾸려가던 헤브라이 민족을 이집트에서 구해내어 곧바로 가나안 땅에 이르지 않고 사막에서 40년간 기다렸던 이유는 이들을 자유인으로 만드는 데 소요되는 기간을 필요로 하였기 때문이다. 과거 이집트에 머물던 헤브라이인들은 주인이 시키는 대로만 일하면 생활하는 데 불편이 없었다. 이들은 이집트를 떠나 자유인이 되어 모세가 새로운 삶을 살도록 해주었지만 스스로 삶을 개척하여야 하는 사막생활을 싫어하였고 불편한 생활에서 오는 책임을 모두 모세에게 돌렸다. 스스로 식량을 재배하고 수확할 능력이 없던 이들은 먹을 식량이 줄어들자 모세를 비난하였는데 하늘에서 ‘만나’가 내려오자 잠시나마 모세에게 복종하는 듯 보였으나 그런 태도는 오래 가지도 않았다. 곧 물이 부족하자 이들은 모세에게 나일강으로 돌아가도록 요구하자 모세가 지팡이로 돌바닥을 쳐 물이 나오게 하여 그들의 갈증을 해결해 주었다. 가나안 땅에 가까워지면서 이곳에 이미 살고 있는 사람과의 전쟁을 피할 수 없기에 이르자 이들 중에서 성질이 급한 사람은 이집트로 돌아가자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기도 하는 일도 벌어졌다. 헤브라이인들은 끊임없이 여호와의 뜻을 거역해 왔고 믿음이 부족한 벌로 40년 동안 사막에서 방황하게 되었다. 40년 동안 사막을 유랑하였던 이들의 후손들은 선조들의 이집트 생활을 점차 잊게 되었고 환경에 적응하여 자유인이 되었는데 이는 모세가 처음부터 바라던 바였다. 모세는 단순한 이주로도, 드라마틱한 설득으로도, 스펙터클한 기적으로도 헤브라이인들로 하여금 이집트에서의 노예생활을 자유인으로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세는 헤브라이인들을 사막으로 다시 데려가 선조세대가 다 죽어지고 새로운 세대(사막에서 태어나 자란 세대)가 약속의 땅에 들어올 준비가 되기까지 무려 40년간을 기다려야 했다.


감상적 통일론자들은 통일이 되면 비무장지대가 사라지고 남북한 주민들이 마음대로 오고가는 정경을 고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의 의식이나 습관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는 진화적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의 두뇌는 습관에 얽매여 있는 일상생활의 세계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므로 오랫동안 전혀 다른 습관에 얽매여져 왔던 사람들을 물리적으로 통일시키려는 감상적 통일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려면 북한 주민들의 삶이 자유시장경제에 익숙해지도록 남한의 주민들은 인내심을 갖는 이성적 통일관을 필요로 한다. 그런 측면에서 남북한이 정치적으로 또는 물리적으로 통일되기를 애쓰기보다는 무엇보다 먼저 북한 주민이 남한 주민 못지않은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북한 경제발전지원 정책을 필요로 한다. 중국이 대만과의 경제적 격차가 줄어들 정도로 성장하면서 양 체제가 통합될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기 이전의 시기엔 중국 주민이 대만에 살기가 어려웠을 것이지만 현재처럼 경제가 발전한 상황에서는 대만과 물리적으로 통합되더라도 문화적 격차에서 오는 양안 주민들의 갈등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정한 통일을 바란다면 북한 여러 지역에 개성공단과 같은 자유무역지대가 형성되어 북한의 경제가 성장한 결과, 북한 주민과 남한 주민과의 경제적 격차가 줄어들기를 희망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남북한 사이에 물리적 통일이 이루어지기 이전에 남북한 주민들 모두 세대를 뛰어넘는 대장정을 할 각오를 해야 한다.


자신의 세대에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욕심을 보이는 사람들은 미래 세대의 삶을 담보로 하여 자신의 꿈을 실현해 보려는 잘못을 저지르는 우를 범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유동운 (부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dwyu@p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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