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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마을, 예술 감성이 아닌 ‘이익 감성’의 산물


이외수의 감성마을은 우리 사회의 쟁점이 되었다. 그것은 무려 1백 5십만 명의 트위터 팔로우를 거느린 작가가, 우리 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또 그 뒷면에는 우리의 좌우대립구도가 반영되어 있다. 감성마을을 비판하는 우파는 국민의 세금으로 작가가 ‘아방궁‘과 같은 사치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또 주민 2만 5천명에 재정자립도가 10%에 불과한 화천군이, 무려 80억을 들여서 그를 지원한 것은 세금 낭비라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작가를 감싸는 좌파는,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박근혜 후보의 에스엔에스(SNS) 책임자라는 사실만을 부각시켜 좌우대립 구도로 이어가려고 한다. 그렇지만 감성마을은 좌우파의 문제도 아니라 돈을 매개로 예술과 정치가 서로 결탁한 것에 불과하다. 즉 이외수는 경제적 이익을, 화천군수는 정치적 이익을 나누기 위해 감성마을을 만든 것이다. 여기에 작동한 것은 예술을 위한 감성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에 충실한 ‘이익 감성’ 뿐이다.


서양의 예술가 후원 전통을 들어 감성마을을 정당화시키려 하겠지만 그 차이는 아주 크다. 서양의 경우 중세 후반기부터 군주, 교황, 부자 상인들은 예술가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어 예술 활동을 하게 했다. 예술가는 그 대가로 후원자 요구대로 그림을 그리고 건축을 하고 작품을 쓰기도 했다. 또 화가의 경우는 예비 신부의 초상화를 그려 군주나 영주 가족을 위한 중매쟁이 역할을 하기도 했다. 예술가는 경제적 안정을 얻는 대신에 후원자가 원하는 일을 했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예술가와 후원자를 예로 들어보자. 황제 막시밀리안은 알브레히트 뒤러, 카를 5세는 티치안, 펠리페 4세는 디에고 벨라스케스를 후원했다. 교황 율리우스 2세와 레오 10세는 우르비노를 그리고 유명한 메디치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바자리, 루벤스 등을 후원했다. 든든한 후원자를 구한 예술가들과 그렇지 못한 예술가 사이에는 많이 차이가 있었다. 독일 작가 실러의 경우는 후원자를 구하지 못해 경제적 안정과 개인의 자유를 위협받았다. 그러나 같은 시대에 살았던 괴테는 바이마르 공국의 지원을 받아 사회적 명성과 부를 누리면서 창작할 수 있었다.


예술가를 후원한 권력자들은 예술 자체를 좋아해서 그랬다기보다는, 예술을 통해서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고 동시에 자신의 정당성과 품위를 나타내려고 했다. 반면 예술가들은 후원자들로부터 주로 경제적 도움을 받았으며, 때로는 정치적 자유를 보장받기도 했다. 예술가와 후원자의 이런 관계는 18세기 중반이 되면 유럽에서 점차 사라지게 된다. 권력자에게 의존하여 예술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점차 강해졌기 때문이다. 또 예술가들은 새로 생겨난 예술 시장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예술가는 예술의 자유를 누리려면 스스로 돈벌이를 해야 했다.


21세기 예술가 후원의 함수관계- 이외수와 화천 군수, 제라르 드 파르디외와 푸틴 대통령

이외수와 화천 군수의 관계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예술가 후원 사례이다. 그런데 화천군수는 젊은 예술가가 아니라 ‘노년‘의 작가를 후원한 것이다. 이외수와 아주 유사한 경우가 최근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프랑스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이다.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는 이 영화배우는 프랑스 정부의 높은 세금을 피해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국가영웅 대접을 받으면서 여러 광고에 등장하여 부를 더 축적하고 있다. 더욱이 프랑스에서의 75% 세금대신 러시아에서는 13%의 세금만 내면 된다.


반면에 이를 주도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드파르디외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국내외에 광고하려고 한다. 서방 세계와 대결 구도를 주도하면서 ‘21세기의 짜르’라는 평가를 받는 푸틴 대통령은 그를 내세워 인간미가 넘치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만들려고 한다. 67세인 이외수와 65세인 드파르디외의 공통점은 예술가의 명성을 이용하여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것이고, 러시아 대통령과 화천군수의 공통점은 예술가를 통해서 자신의 정치력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외수는 정치가의 후원으로 한국인이면 누구나 부러워 할 그런 환경에서 살고 있다. 집 앞 뒤로는 산이 바로 다가 서 있고 집 곁에는 시냇물이 흐르는 곳이다. 전시관도 있고 산책로도 있다. 그 대가로 작가는 화천군의 산천어 축제나 국기게양식행사에 나타난다. 작가는 무릉도원 같은 환경에서 살면서 창작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현실 정치에도 관여한다.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교육감선거에서는 야당 후보를 지원하다가, 자기 거주지의 국회의원은 여당 후보를 지원했다.


작가는 국민이 낸 세금 80억으로 지은 집에서 살면서, 자기 ‘취향’대로 정치 활동을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사는 사람이 특정 정당 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경우에 맞지 않다. 이외수가 이런 ‘정치적 자유’를 계속 누리려면 그 집에서 나와 사저로 돌아가야 한다. 작가 본인이 번 돈으로 살면서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문제는 화천군수이다. 그는 서양 근대 초기의 교황도 군주도 메디치가 사람도 아니다. 그는 자기 돈이 아니라 세금으로 이외수를 후원한 것이다. 그가 주장한대로 80억을 투자해 100억 투자 효과를 보았다면 증거를 보여줘야 한다. 그 투자효과가 어떻게 주민들에게 돌아갔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민을 위해서 세금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홍보를 위해 쓴 것이다.


정치가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법이다. 그러나 예술가는 예술 행위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다. 현실 정치부터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타락’의 길이다. 예술가는 현실 정치로부터 유혹이 오더라도 예술 본연의 원칙에 충실해야 좋은 작품이 나오는 법이다. 또 화천 군수는 국민 세금을 아껴 잘 쓰는 것을 연습해야 할 것이다. 거기에는 법적 정치적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기식 (고려대학교 독어독문과 교수, ganga@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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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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