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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는 진정 나쁜 것인가?


언제부터인가 감세는 부자들만 이롭게 해주는, 그래서 정의롭지 못한 정책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 같다. 소위 ‘부자감세’론이 그것이다. 단어 자체에서 대강의 의미는 파악할 수 있으되, 논문이나 교과서에서 사용되는 학술용어는 아니니 필경 특정한 의도가 개입되어 만들어진 말일 것이다.


요즘 들어 조세관련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부자감세 논란인데, 이번에는 아예 감세를 추진하고 있는 집권당에서도 합세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부자감세 논의는 당초 2012년 시행할 것으로 예정했던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한계세율 인하 계획을 두고 벌어졌다. 계획을 폐지해야 한다는 측(감세 반대 측)의 주장은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대상이 고소득층이나 대기업일 것이므로 세율인하를 하게 되면 부자들만 이로워지는 ‘부자감세’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부자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 감세정책을 추진하는 것일까? 아니 보다 근본적으로, 감세정책은 진정 부자들만 좋아지게 하는 정의롭지 못한 정책일까?


경제학 이론상 감세정책의 목표는 납세자의 세부담을 덜어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의 자생적 활력을 높여 더 큰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데 있다. 내야 할 세금을 감해 주면 가계와 기업의 소비와 투자여력이 증가하게 되며, 실제로 소비와 투자가 집행되는 과정에서 더 큰 국민소득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경제 활력을 진작시키기 위한 재정수단이 감세정책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며, 감세에 대별되는 개념으로 확장적 재정지출 정책도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이란 가계와 기업대신 정부가 직접 나서서 소비도 늘리고 투자도 해서 국민소득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생산을 하는 경제주체가 아니므로,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해 쓰는 돈은 대개 민간에서 세금 등으로 거둬들이는 것이다. 따라서 확장적 재정지출 정책이란 민간이 쓸 돈을 정부가 가져다가 대신 쓰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두 정책의 차이는 출처가 같은 돈을 민간의 손에 쥐어줄 것인가, 아니면 정부에 쥐어줄 것인가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책이 더 좋은가? 두 정책은 모두 장단점이 있으며 어느 한쪽이 단정적으로 좋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효율성 면에서는 감세정책이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민간지출이 더 효율적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논의의 편의를 위해 현실적인 예를 들어보자. 기대하지 않았던 돈이 생겼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돈을 쓰는가? 당사자의 상황에 따라 용도는 다를 수 있겠지만, 합리적인 사람들은 대개 비슷한 방법, 즉 가장 요긴한 곳에 우선적으로 지출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배가 고픈 사람은 먹을 것에 쓸 것이고, 아픈 사람은 치료받는 곳에 쓸 것이며, 자녀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교육비로 쓸 것이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가장 요긴한(경제학 용어로는 ‘한계효용이 가장 큰’) 곳에 우선적으로 지출하는 방식인 것이다. 민간이 효율적이라는 의미는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효율성이란 눈에 쉽게 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뜻 추상적이고 어려운 개념으로 생각되지만 지출로 인해 발생하는 효용이 가장 높아지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인 지출인 것이다.


반면 정부가 지출하는 경우는 어떠한가? 정부지출은 치안, 국방, 복지 등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곳을 중심으로 투입되지만, 잘 살펴보면 딱히 우선순위가 높지 않은 일에도 돈을 쓰는 경우가 있다. 소위 낭비성 지출, 선심성 지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 주위의 보도블록은 멀쩡해 보이는 데도 척척 잘도 바뀐다. 지방자치단체들의 호화청사는 이런저런 명분으로 지금도 어딘가에 또 건설되고 있을 것이다. 꼭 필요하지 않은 곳에 정부의 돈이 투입되는 사례는 이것만이 아닐 것이다. 이용객이 없어 놀리고 있다는 지역공항들, 해마다 몇 천억 원씩 물어줘야 한다는 민자도로의 영업손실액, 얼마인지 쉽게 파악도 안 되는 공기업의 적자 등 이 모두가 효율적 재정지출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물론 민간이라고 무조건 효율적이고, 정부는 무조건 비효율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가 아무리 엄격히 관리한다고 해도 돈 주인이 직접 틀어쥐고 집행하는 경우보다는 덜 엄중하게 집행될 가능성이 높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효율성 측면에서 감세정책이 더 좋다고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감세정책의 본질은 내고 있는 세금을 줄여주어서 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정책이다. 따라서 세금을 전혀 내지 않거나 적게 내는 사람들에 비해서는 세금을 많이 내던 사람들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는 누군가의 좋지 않은 의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책의 본질상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감세정책이 온전히 효과를 보기까지에는 시간이 걸리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세부담 경감 현상이 차등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까지 온통 부자감세라는 선정적 용어로 비난, 매도하기 시작하면 감세정책은 좀처럼 시행되기 어렵다. 편향된 의도로 인한 반대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 활력 제고에 대단히 효과적인 정책수단 하나를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김상겸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iamskkim@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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