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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로는 생기지 않는 금융경쟁력


한 국가의 금융발전 정도와 경제성장은 밀접한 정(正)의 관계를 가진다는 것은 이론적·실증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1) 금융시스템은 저축을 동원(mobilize)하고 이를 생산적 부문에 배분함으로써 자본축적과 기술혁신을 촉진시켜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금융회사의 존재 여부가 그 국가의 금융발전 정도를 결정한다. 제조기업의 경우 경쟁력 있는 기술 확보를 위해서 상당한 시간과 개발자금, 그리고 인적자원에 대한 유무형의 투자를 쏟아 붓는다. 기술개발 과정에서는 숱한 시행착오도 겪게 되고 때로는 성공 여부에 따라 회사의 命運이 갈리기도 한다. 이 같은 과정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금융업에도 적용된다. 금융회사의 ‘기술’은 자산운용 및 리스크관리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능력들의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생겨나지 않는다. 상당수의 세계 유수 금융회사들의 경쟁력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거치는 가운데 생겨난 것이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들 금융회사의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된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금융위기의 태풍에서 비켜난 우리나라 금융회사가 더 경쟁력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경쟁력은 강요 또는 명령으로 생겨나지도 않는다. 제조업과 비교해서,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에 비해서도 상당히 뒤처진 금융경쟁력에 대한 우려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또한 목적과 형태가 다르기는 하지만 금융경쟁력 제고와 관련된 정책드라이브도 정부가 바뀔 때 마다 -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이명박 정부의 녹색금융 등 - 추진되었다. 하지만 금융허브는 이미 ‘금융허구’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들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목표가 되어버렸고 녹색금융은 실질적 성과 없이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내실을 다져 경쟁력을 확보하는 과정을 우선하기 보다는 정치적 선언에 가까운 정책목표 달성에 금융권이 내몰린 상황이니 만큼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 애초부터 무리였다.


최근 정부는 창조금융 활성화 계획을 발표하였다.2) 리스크가 적은 담보대출이나 소매금융에 안주하는 은행영업 행태와 모험기피적인 보수적 금융문화를 혁신하여 기술에 기반을 둔 혁신적 (중소)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인 의도이다. 이를 위해 은행의 ‘혁신성적을 평가’하여 그 등급을 공개하고 기술금융 확대에 기여한 은행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정책방안을 내놓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정부는 은행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지원한다는 입장이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정부와 은행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은행들이 받는 압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미 언론에서는 은행들이 실적에 대한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술금융은 상당한 경험의 축적과 전문적인 평가시스템이 갖추어져야만 지속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이다. 기술에 대한 평가를 근거로 이루어지는 신용대출이 기술금융의 핵심이므로 단순히 재무제표의 숫자가 아닌 기업이 가진 기술과 시장에 대한 안목이 있어야 한다. 은행권은 뒤늦게 이공계 출신 전문 여신심사역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일부 은행은 기술금융 관련 전담팀을 신설하면서 이공계 석ㆍ박사 출신 인력 채용 절차에 착수했다.3) 이렇듯 금융권 차원에서는 이제야 시작하는 단계인데 정부는 3년 내 기술금융을 완전히 정착시킨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자칫하면 목표달성을 위한 실적내기에 급급하여 금융건전성을 훼손할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


물론 기술금융의 확산은 필요한 일이고 은행권의 안정 지향적 영업행태에 대한 비판은 당연하지만 정부의 의지에 따라 없던 경쟁력이 당장 생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은행의 역량이(또는 인센티브가) 정부의 정책방향에 부합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현 정부 집권 기간 동안 면피만 하자는 행태를 보일 수 있다.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흐지부지되었던 과거 사례를 볼 때 그럴 가능성이 다분하다. 또한 정부의 정책드라이브에 휩쓸리다 보면 각 은행마다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든 은행이 기술금융 부문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는 없으며 그럴 필요도 있는지 의문이다. 소매금융에 강한 은행, 기업금융에 강한 은행, 프로젝트파이낸스에 강한 은행 등 각 은행마다 경쟁력을 가진 자신만의 영역을 키워나가는 것이 현재 우리은행 산업 실정에 맞는 전략일 수 있다. 게다가 정책의지에 따라 특정 부문으로 경제 전체의 자금이 집중될 경우 금융리스크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창조금융’이라는 정책목표가 지속가능한 성과를 내고 금융권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환경 조성에 정책적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기술금융과 모험자본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금융하부구조 구축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이미 발표한 바대로 기슬신용평가시스템 구축, 제재 위주의 금융감독 관행 탈피 등이 그것이다.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그 바탕 위에 성과를 내는 것은 금융회사의 몫이다. 환경변화를 계기로 자산운용 및 리스크관리 능력을 배양한 회사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금융회사로 성장할 것이고 그러지 못한 회사는 종국적으로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다. 이렇게 시장에서의 승자를 배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창조금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실적을 보고하게 하고 등급을 매기는 등 단기적이고 가시적 성과에 집착한다면 ‘창조금융’도 과거 전례를 답습하여 유효기간을 가진 이벤트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장, tklee@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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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련된 자세한 논의를 알고자 하는 다음 논문 참고. Levine, Ross, "Financial Development and Economic Growth: Views

and Agenda", Journal of Economic Literature, Vol. XXXV, June 1997

2)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창조금융 활성화를 위한 금융혁신 실천계획」 추진’, 2014. 8. 26

3) 매일경제, 2014. 8.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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