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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의 담배회사 소송은 국민을 위한 길인가?


올해 초 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담배제조사인 KT&G 와 외국계 담배 회사를 대상으로 하여 그동안 건보공단이 흡연자들의 치료를 위해 지출했던 부분의 일부분을 구상권1)을 행사하는 차원에서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 법원에서 흡연과의 인과성인 인정된 소세포암과 편평세포암 환자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소송 전략도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예측되는 소송 규모는 작게는 500억원에서 많게는 1조 7천억원까지 이르고 있다.2) 건보공단은 소송의 이유로 건보재정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내세우고 있다.


결코 적자라고 볼 수 없는 건보공단의 재정 현황


[그림 1]에 따르면 2012년을 기준으로 보면 건강보험의 수입은 약 42조 정도이다. 주 수입원은 보험료이다. 보험료 수입은 37조로 약 87%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5조는 국가가 재정으로 메워주고 있다. 5조 중 4조는 순수 예산인 보험재정국고지원금으로, 나머지 1조는 이른바 국민건강부담금의 명목 하에 담배회사가 내고 있는 부분(이하 담배부담금)이다. 보험료와 담배부담금은 건보공단으로 자동적으로 들어가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보험료와 담배부담금이 건강보험의 주된 수입이고, 국가 일반회계에서 지원하는 부분은 적자가 난 부분에 대한 보전의 성격이라고 보면 된다.

[그림 1] 건강보험의 수입 구성(2012년)



[그림 2]은 지난 10여년 동안의 건강보험 재정의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건강보험 총수입 중 보험료와 담배부담금으로부터의 수입은 2002년 11.4조원에서 2012년 37.4조원으로 연간 11% 성장했다. 같은 기간 동안 지출은 14.8조원에서 39.2조원으로 연간 9.7% 정도 늘어났다. 수입이 지출보다 빨리 늘고 있어 재정적자의 위험성은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 지출은 정부가 통제하고 있고 대신 건강보험 보험료가 여러 차례 인상된 결과이다.

[그림 2] 건강보험 재정의 수입 추이



[그림 3]의 좌측은 수입(보험료+담배부담금) 대비 지출의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수입이 지출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지원을 제외하고 난 수입을 가지고서 지출을 상당부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할 부분이 서서히 감소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오른쪽 측은 수입 중 담배부담금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4% 수준을 유지하고 있던 것이 서서히 감소하여 2012년에는 3% 이하로 내려왔다. 건보공단의 수입의 원천 중 한 부분이 약해져 온 것이다.

[그림 3] 건강보험 수입(보험료+담배부담금) 대비 지출 비중 및 담배부담금 비중 추이(단위: %)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의 추이는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해볼 수 있다. 먼저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폭은 서서히 줄어들고 있어 정부로부터의 도움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정부로부터의 이전까지 더하면 최근 몇 년간 건강보험은 큰 폭의 흑자를 보고 있다. 두 번째 포인트는 건강보험 재정 중 담배부담금의 기여부분이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담배 가격이 2005년 이후 변동이 없는 것과 흡연인구가 감소하여서 발생하는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재정건전성을 위해서라면 소송보다는 담뱃값을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


이러한 건강보험의 재정 상황 하에서 담배회사에 대한 소송을 통해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이면서 효율적인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은 위의 그림들이 보여주고 있듯이 최근 나아지고 있다.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 소송을 진행한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현재는 괜찮지만 인구학적 구조 때문에 미래의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걱정이 있을 수도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건강보험 보장성이 정치적 과정을 통해 확대될수록 건강보험의 지출이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최근 보험료 인상을 통해 수입 또한 빠르게 늘고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학적 구조 때문에 만성적인 적자가 예상된다면 국민들에게 솔직히 설명하고 건강보험료를 좀 더 올리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이른바 재정학에서 말하는 장기적 지출 발생 요인은 조세 혹은 그에 상응하는 수입으로 충당하라는 아주 상식적인 원리이다. 일시적인 방편으로는 한 두 해 땜빵을 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치유책이 되지 못한다.


건강보험 지출이 늘어난 것이 이와 같은 인구학적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직접 혹은 간접흡연으로 인한 질병 때문이라고 해도 담배회사에 대한 소송이 재정 건전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담배로 인한 건보공단의 재정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담배를 지금 보다 덜 피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담배소송은 담배회사로부터 얼마간의 돈을 뜯어내어 국민들의 기분은 좋게 만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소송을 통해 흡연을 줄일 수는 없다. 담배 소비가 줄어야 건보공단이 우려하는 담배로 인한 과도한 지출도 줄어 건보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국민들의 흡연, 특히 여성과 청소년의 흡연을 줄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다수의 전문가와 국제기구는 담배 가격 인상을 제시하고 있다.3) 통상적으로 10% 담배 가격을 올렸을 경우에 약 4-5% 정도의 담배소비가 주는 것으로 많은 연구들이 보고하고 있다. 담배 가격을 올렸을 때, 담배 소비는 줄어들지만 재정수입과 담배부담금 수입은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담배 가격에는 갑당 354원의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하 담배부담금)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국가가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담배 제조사에 부과하고 있는 준조세이다. 2014년 기준으로 부담금은 1조 5천억원 수준으로 연간 2조 원 정도인 국민건강증진기금(이하 건강기금) 재원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건강기금 중 1조원 정도가 흡연 관련 질환이라는 꼬리표가 달리지 않은 채로 건강보험 적자를 메우는데 사용되고 있고, 나머지 금액의 3분의 1 이상이 목적과 무관하거나 법적 근거가 부족한 사업에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4) 건강기금을 주머니 쌈짓돈이 아니라 법의 취지대로 제대로 사용만 하여도 이른바 흡연의 외부성을 교정하고 흡연 피해자들의 예방, 치료, 재활 등에 소요되는 재정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원이 부족하다면 부담금 인상을 통해 확충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 주류에 대해서도 부담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음주 역시 흡연과 더불어 국민건강을 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와 같은 이유로 주류에 대해서도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볼거리만 있는 ‘소문난 잔치’ 건보공단의 담배소송, 과연 누구를 위한 소송인가?


담배회사를 두들겨서 돈을 몇 푼 뜯어내는 것이 지켜보는 일부 국민을 즐겁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송은 길고 힘들고 비싸다. 사실 승소 가능성도 높지 않다. 몇 가지 암에 대해서 승소가능성이 높아졌다고는 주장은 하지만 현실적으로 승소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건보공단이 소송 당사자로서 생색을 내는 것 외에는 국민의 입장에서도 얻을 것이 별로 많지 않다는 얘기다. 또한 다른 공공기관들의 소송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공공기관에서 시작한 소송은 중간에 어떤 결과가 나와도 대법원까지 끌고 갈 수밖에 없다. 몇 백억 단위 소송에 비용 역시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소송 비용 역시 소송을 결정한 건보공단의 현 이사장과 이사진들이지만 막대한 소송비용을 치뤄야 하는 사람은 그 사람들이 아니라 국민들이다. 건보공단의 주장대로 소송비용을 치루고 승소한다고 해도 몇 백 억 또 하나의 부담금 형태로 담배회사가 부담을 지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비탄력적인 담배 소비자에게 상당수 전가될 것이다. 미국의 주정부들 역시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 후 담배회사들에 부담금을 물리는 방법으로 마무리 되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담배부담금이라는 형태로 담배회사가 정부에 비용을 지불하는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담배가격은 매우 낮은 편이다. 흡연이 건보재정을 악화시킨다면 담배값을 올리고 이를 통해 담배세와 담배부담금을 올리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이러한 순리를 놓아두고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소송인지 건보공단을 위한 소송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sjwoo@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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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인이 부담하여야 할 것을 자기의 출재(出財)로써 변제하여 타인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부여한 경우 그 타인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일종의 반환청구권(返還請求權)이다. (법률용어사전, 2010.1.15., 법문북스)

2) 2014년 1월 16일 연합뉴스 기사

3)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제6조

4) 2013년 12월 2일 한국일보 기사


*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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