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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개정과 개인의 합리적 선택


최근 정부는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체계를 ‘종합소득’기준으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였다. 종전에 직장가입자의 경우 근로소득기준에만 부과되던 보험료가 비근로소득(이자, 배당, 연금소득 등)까지 포함되는 것이다. 바로 얼마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개편안은 지역가입자의 경우에도 재산과 자동차 등에 대한 부과기준을 모든 소득기준으로 변경하고 소비세를 통한 재원마련을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 개편안이 여론의 반발에 부딪히자 정부는 건강보험공단이 제안한 안을 신속히 개정하여 이번에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 개정안에도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기준에 대한 불형평성을 개선하지 못하고 건강보험의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결국 만성화되어가는 건강보험 재정적자 문제를 정치공학적 계산을 통해 손쉽게(?) 해결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부는 건강보험의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대한 근본적 해결보다는 보험료 부과에만 관심


건강보험의 재정적자문제는 2000년대 초반 직장과 지역가입자 조합을 통합하여 국민건강보험으로 출범할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통합전 지역 의료보험조합은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렸고 당시 보건복지부는 해마다 적자조합 지원액으로 한 해에 많게는 1조원 이상을 지원했다.1) 새롭게 출발한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은 통합하였으나 보험료 부과체계는 직장과 지역으로 나누어 유지하였고, 당시 소득파악률이 매우 낮아 적자가 심각한 지역가입자 조합이 직장가입자의 흑자재정을 훼손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지금도 보험료 수입의 대부분(약 80%)은 직장근로자가 부담하고 있다. 적용인구를 고려했을 때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담의 2배가 된다.2) 2011년기준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률은 44%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여 지역가입자는 가구원수·소득·재산(전세 포함)·자동차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재산과 소득이 많은 지역가입자가 위장 취업하는 방식으로 보험료부담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3) 더불어 소득이 없는 지역가입자 중에서 부동산과 같은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부담하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금번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정안은 위장취업자, 근로소득외에 이자·연금·배당 등 비근로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보험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만명이 추가적으로 보험료를 납부하게 되고 건강보험 재정은 전보다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은 건보재정을 지속가능하게 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국민건강보험 총 급여지출액은 1991년에서 2010년까지 약 20년 동안 2조원에서 33.8조원으로 약 16.6배 증가했다. 건강보험 적용인구 1인당 보험급여 지출액은 1995년에 약 9.3만원에서 2010년 69.2만원으로 증가하였다. 이는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급여액으로 환산해도 약 4.5배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증가는 의료인력 인건비의 물가상승보다 초과 증가, 첨단의료장비 및 신약의 확대보급 등으로 인한 의료비용 상승, 의료서비스 수요증가, 불필요한 의료공급, 의료수가나 약가통제로 인한 리베이트나 로비 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 등의 요인에 따른 것이다. 어떤 요인으로 인해 건강보험 급여지출이 증가했든지 간에 현재의 건강보험제도하에서는 급여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더욱이 급속하게 진행되는 저출산 노령화로 인해 노인부양비가 1992년 7.7%에서 2011년 15.6%로 2배 이상 증가하였다. 따라서 해마다 되풀이되는 보험료 인상과 미봉책만으로는 건강보험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답보하기는 어렵다. 관련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건강보험지출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2050년에 9.9-38.2%의 보험료율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4)


개인의 합리적 선택을 통한 방안으로 건강보험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해야


종합소득을 통한 건강보험료 부과는 건강보험의 재정문제를 완화하는데 단기적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종합소득에 부과하는 보험료는 건강보험이라는 취지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건강보험의 소득재분배기능이 지나치면 오히려 보험료부담을 회피하게 만들 수 있다. 보험은 미래에 예상할 수 있는 동일한 위험에 대해 보험가입자가 미리 금전을 갹출해서 공동으로 기금을 마련하여 재산적 급여를 받는 것이다. 현재의 건강보험하에서는 소득이 없는 많은 사람들이 급여혜택을 받고 있다. 이는 수익자부담의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이다. 차라리 건강보험을 완전한 국가보건서비스로 전환하여 건강보험료가 아닌 조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소비세를 통한 건강보험 재원조달은 고소득 자영업자나 고소득피부양자가 편법 또는 탈법으로 건강보험료를 회피하기 어렵게 한다. 소득파악률 미비로 인한 가입자간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소비에 대해 특별소비세를 부과하여 건강위해행위를 감소시켜 건강보험의 재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개인의 합리적 선택을 바탕으로 한 또 하나의 방안은 건강보험에 대해 의료저축계좌를 만드는 것이다. 국민연금 급여산식의 구조5)처럼 개인의 건강보험 계좌를 이원화하여 한 부문은 개인의 의료 저축액처럼 사용하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한 부문은 다른 가입자와의 공동기금을 조성하여 보험기능의 계좌를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6) 의료저축부문은 개인의 일상적인 치료비에 대하여 사용하고 보험부문은 비용부담이 큰 상해나 질병에 대비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저축부문은 개인에게 무분별한 의료서비스 이용에 대한 비용절감의 유인을 제공하고. 보험부문은 치명적 질병에 대한 순수한 보험기능을 함으로써 도덕적 해이와 위험의 분산이라는 건강보험의 구조적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저축부문은 무리한 보험료 부과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올해 건강보험 재정은 크게 적자가 날 것이라고 이미 예견되었다. 부족한 재원마련을 위해 정부는 일부 특정 계층을 겨냥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명분이야 어떻든 전체 보험가입자 중에서는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정치적 반발은 약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노인인구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때는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참고>

건강보험의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건강보험의 개편은 장기적으로 국민건강을 증진시킬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국민건강의 증진은 평균수명을 증가시켜 지속적인 건강보험혜택을 받게 하고 동시에 공적연금 급여를 더 오랫동안 받을 수 있게 한다. 공적연금 급여수입으로 오래 살수록 건강보험 급여를 증가시킬 것이다. 이처럼 건강보험과 공적연금의 상보성은 노인인구비를 높여 건강보험개편에 대한 정치적 선택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ykim@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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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역 의료보험조합액에 대한 지원예산액이 1998년에는 1조1,096억원이었음(권오성, "통합의료보험에 문제많

다," 자유기업센터 워크숍 「의료보험제도에 시장원리를!: 의료저축제도의 제안」 1998년 6월 19일).

2) 2010년 기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지수는 0.56인 것에 비해 직장가입자는 1.30임(이규식 2012, 한국경제

원 내부자료)

3) [사설]‘유리지갑’ 직장인에게 건보료 덤터기 씌우지 말라,

4) 신영석(2011), ‘100세 대응을 위한 미래 전략: 인구 및 사회보험 재정 전망과 과제’발표과제, 건강보험 재정전

망과 정책과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규식(2012)에서 재인용.

5) 국민연금 급여는 전체가입자의 평균소득이 반영된 A값과 가입자개인이 납부한 B값의 계산을 합하여 산정

한다.

6) 권오성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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