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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마비시키는 허황된 규제의 꿈


나는 일개 교수에 불과하지만 만일 한 대학의 총장이 되면 무엇이 하고 싶어질까?


자신의 임기 중에 학교의 세계적 랭킹은 쑥쑥 오르는 동시에 학생들의 등록금은 내려서 역사에 남는 총장이 되고 싶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교수들이 낮에는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치고 기업에 가서 부탁하여 졸업 후에 잘 취직시키는 동시에 밤새고 연구해서 논문도 많이 발표하도록 하여 내가 맡은 학교의 평가를 쑥쑥 높이고 싶을 것이다.


등록금은 낮추고, 우수한 교수진의 질 높은 강의를 가능하게 할 총장님은 어디에?


실제로 일부 총장님들 중에는 취임하자마자 교수들에게 학생들 취업과 자신의 논문 게재를 일정량 이상 하지 않으면 월급을 줄이거나 퇴출시키겠다고 위협하여 단기적으로 성과를 이끌어 내는 경우들이 있다.


그러면 장기적으로 이런 학교들은 대개 어떻게 될까? 과연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하게 될 것인가? 안타깝게도 이런 총장님을 모신 학교들의 운명은 밝지 못하다. 그 이유는 그 학교의 우수한 교수들은 대부분 그 대학을 떠나서 훨씬 대우가 좋은 다른 학교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런 정책을 쓰는 총장을 모신 대학에서 더불어 생기는 문제가 반드시 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총장은 큰 잘못이 없는 교수의 월급을 줄이거나 사표를 쓰도록 할 수 없다. 따라서 이렇게 감봉이나 퇴출의 채찍을 휘두르려면 총장의 권한이 많이 강화되어야 하고 그런 총장은 큰 권력을 지니게 된다. 그런데 아무리 총장이라도 어떤 개인이 큰 권력을 쥐게 되면 이를 공정하게 사용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어떤 교수는 논문이 많고 학교 일을 열심히 하는데도 감봉을 당하는가 하면 어떤 교수는 논문도 없고 학교 일도 안 하는데도 총장과의 어떤 인연 때문에 승진과 승봉의 탄탄대로를 걷게 되곤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런 총장을 모시고 있는 대학으로부터 교수들의 대탈주가 더욱 대규모로 일어나게 된다. 또한 남아 있는 교수들도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서 강의를 소홀히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렇게 교수들에게 다른 대학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일을 요구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도록 급료를 인상하고 수당을 많이 준다면 교수들도 이해하고 열심히 일할 것이다. 사실 해외의 유명한 대학들을 보면 교수들은 국내 대학의 교수들에 비해 훨씬 더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그런 교수들의 연봉이 국내 대학들의 연봉에 서너 배는 된다는 현실이 숨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최악의 총장님들은 이렇게 안으로는 채찍을 휘두르면서도 대외적인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해서 학생들의 등록금은 절대로 올리지 않는다. 따라서 교수들의 급료를 올린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교수들은 도주하고 학생들은 싼 등록금에 맛을 들이면 21세기에 맞지 않는 콩나물시루와 같은 강의실에서 성의 없는 교수들의 강의를 듣게 될 수밖에 없다.


가격을 내리면서 동시에 양과 질을 높인다는 것은 헛된 꿈


이렇게 학교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이유는 현재 대한민국을 하나의 대학으로 보고 기업들을 대학 교수로, 그리고 현재의 정권을 총장에 비교해 보았을 때 위에서 설명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그대로 적용되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아마 나라의 경제를 다스리는 경제 정책 입안자의 입장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모든 물건의 가격을 내리고 동시에 제품의 양과 질은 높이는 것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유권자들이 보다 싼 가격에 보다 많은 양질의 상품을 소비할 수 있을 것이니 정권의 인기는 급상승할 것이 뻔하다.


이를 요즘 표현으로 고치면 일자리와 물가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생산이 늘어서 일자리를 늘리면서 가격을 낮추어 물가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실에서 공급 곡선이 양의 기울기를 가진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가격이 올라야 기업들이 이윤을 노리고 생산을 늘리는 반면, 가격이 내리면 기업들은 이윤이 줄고 타산이 맞지 않아서 생산을 줄인다는 뜻이다.

정부로서는 공급곡선의 이런 특성이 너무도 안타까울 것이다. 만일 가격이 내려갈 때 기업들이 생산을 늘린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현재와 같이 물가와 성장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있어 정부의 그 안타까운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아무리 안타깝다고 해서 가격을 내리면서 동시에 생산을 늘린다는 현실의 공급곡선과 정반대되며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을 시행하려 한다면 이는 나라 경제를 황폐화시킬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 정부의 행동을 보면 현재의 정책 입안자들이 바로 이런 불가능한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몇 십 년 만의 대규모 정전 사태이다.


우선 정전 사태를 일으킨 근본적인 원인을 보면 세계적인 에너지 가격의 인상에도 불구하고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전국민에게 보다 많은 전력을 공급하려는 헛된 꿈이었다. 전력을 생산할수록 적자가 나는 상황이니 한전으로서는 적자만 키울 것이 뻔한 발전시설 증가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국민으로서는 가스나 석유보다 인위적으로 저렴해진 전력에 대한 수요가 늘었던 것이다. 앞서 말한 낮은 가격에 보다 많이 생산하라는 정부의 헛된 꿈이 21세기 한국 사회를 정전의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마치 필요 이상의 권력을 가진 총장은 공정하게 승진이나 승봉의 규칙을 적용하지 않고 친분 등의 관계에 따라서 영향을 받을 수 있듯이 필요 이상의 권력을 가진 정부 역시 공정하게 규제를 하지 못하고 어떤 분야에는 필요 이상의 규제를 하고 어떤 분야에서는 필요 이하의 규제를 하게 되는 것이다.


비현실적이고 무리한 정부의 규제정책은 우리 경제 전체를 마비


기업들의 불법 행위를 막는 것이 업무인 공정거래위원회는 그 막강한 힘을 이용하여 휘발유 값도 내리고 유통업의 마진도 내리도록 하는 등 본연의 업무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물가 조절 기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바쁜 감사원은 국내 대학들을 감사하며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도록 은근한 압력을 넣고 있기도 하다.


만일 이렇게 해서 기업이나 대학들이 좀 고생하더라도 휘발유 가격, 대규모 마트의 상품 가격, 대학 등록금이 내리면서 휘발유, 마트의 상품, 대학 교육의 양과 질이 더 개선된다면 이런 정책은 한국 경제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대규모 정전사태에서 우리가 보았듯이 이렇게 싼 가격에 많은 양질의 상품을 공급하도록 하고야 말겠다는 비현실적이고 무리한 정부의 규제 정책은 우리 경제 전체의 마비를 일으킬 것이 너무도 분명하다.


개인들도 사업이 안 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쪼들릴 때에는 갑부가 되어서 빚고 갚고 넉넉한 생활을 하는 꿈을 꿀 수가 있다. 사실 그런 희망이라도 없으면 현실의 어려움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에 꿈을 반드시 꾸어야 할지 모른다.


한국 경제가 현재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세계의 경제가 모두 좋지 못하니 그나마 한국 경제가 이 정도로 버텨 주는 것이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 입안자들도 가격은 내리면서 생산은 늘린다는 꿈을 침실에서 한번쯤 꾸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꿈은 꿈으로 그쳐야지 이를 현실화하려고 해서는 큰 문제가 생기게 된다.


기업들에게 가격은 내리고 동시에 생산을 늘리도록 해서 물가도 잡고 일자리도 늘리겠다는 정부의 비현실적인 꿈은 꿈으로 그쳐야지 이런 불가능한 일을 정말로 현실화시키겠다고 정부가 행동을 한다면 이는 잠시 편해 보려는 생각에서 한국 경제를 마비시켜 미래를 포기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한순구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hah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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