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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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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를 내세운 선동은 중단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1%가 전체 소득의 16.6%를 가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나쁜 소득분배 상태에 처해 있다”―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특별위원장이 지난 7월 28일에 한 말이다. 이어 그는 지난 8월 29일에도 이런 말을 했다―“대한민국 사회가 1% 대 99%로 나뉜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이 80%가 넘는다.”


먼저 ‘1%가 전체 소득의 16.6%를 점유한다’는 말은 신빙성이 없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 말의 근거는 조세연구원 보고서에 있다. 그런데 동국대 김낙년 교수는 ‘1%가 전체 소득의 11.5%를 점유’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소득분배 전문가인 한국개발원 유경준 박사도 ‘11% 내외 점유’로 본다. 문제는 전문가도 아닌 김종인 위원장이 검증되지도 않은 소득 1% 점유율을 놓고 ‘한국은 소득분배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나쁜 나라’인 것처럼 목청을 높였다는 데 있다. 이는 선동이다.


국제비교는 한국이 소득분배가 ‘그다지 나쁘지 않는 나라’임을 보여준다. 소득분배는 ‘이론 없는 측정’이나 ‘측정 없는 이론’으로 불릴 만큼 이론이나 자료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제비교는 신중해야 한다. 특히 나라마다 자료 수집 방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국제비교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어떻든 UN과 OECD 자료를 볼 때, 김 위원장의 말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138개국 중 한국은 소득 불평등이 심하지 않은 나라 21위


필자는 대선 때마다 분배 이슈를 선동의 도구로 사용해온 정치가들에게 경종을 울리고자 지난 6월 『좋은 정책이 좋은 나라를 만든다』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에서 필자는 190여 개국이 대상이 된 2009년 판 『UN 인간개발보고서』를 바탕으로 한국의 소득분배를 다른 나라와 비교했다.


한국은 소득분배에서 주로 사용되는 지니계수가 0.316으로(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잘 된 것이고, 1에 가까울수록 잘못된 것이다), 자료 이용이 가능한 138개국 가운데 소득 불평등이 심하지 않기로 21위다. 한국은 또 소득양극화 측정에 주로 사용되는 소득 ‘최상위 10% 점유율’을 ‘최하위 10% 점유율’로 나눈 수치가 7.8로, 역시 138개국 가운데 소득양극화가 심하지 않기로 24위다. 여기에다 OECD는 2011년의 한 연구에서, 한국은 2008년 근로가능연령층의 가처분소득에서 상위 10%의 소득수준이 하위 10%의 소득수준의 9배로, “이 차이는 OECD 국가들 평균 소득 차이와 같다”라고 써, 한국은 소득양극화가 심하지 않은 나라임을 알 수 있다. UN과 OECD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분명히 다른 나라에 비해 심하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도 김종인 위원장이 “한국은 1%가 전체 소득의 16.6%를 차지하여 소득분배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나쁜 나라”이고, “대한민국 사회가 1% 대 99%로 나뉜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이 80%가 넘는다”라며 야당의 정치구호까지 곁들여 한국사회를 폄하한 것은 ‘경제민주화’의 당위성을 입증하려는 선동이다. ‘경제민주화’는 김종인 위원장으로부터 비롯된 화두로 잘 알려져 있다.


법치국가로서 기존 법의 합리적 운영과 기업의 성장에 비전을 제시하여야


그러면 한국은 왜 다른 나라에 비해 소득 불평등이 심하지 않은가? 두 가지 이유를 든다. 첫째, 이승만 정부가 건국과 함께 농지개혁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이승만 정부는 농지 소유를 9천 평으로 한정한 데다 농민만이 농지를 소유하게 했다. 둘째, 부의 축적과 관련하여 6․25 전쟁이 우리 모두를 ‘똑같은 선’에서 출발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모를 턱이 없는 김종인 위원장이 왜 이 같은 선동을 한 달 새 두 차례나 퍼붓고 있는가? ‘대기업의 탐욕’을 꺾기 위해서라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렇게 말한다.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면 대기업의 경제의욕을 떨어뜨려 국가 전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 대기업은 생리적으로 탐욕에 끝이 없다.”


이쯤 되면 할 말을 잃게 된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그래서 대기업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법이 이미 수없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가 예측하기 어려운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고, 애플과 삼성 간의 법적 공방이 보여주듯이 해외시장에서 한국 대기업이 심하게 견제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것은 기존 법의 합리적 운영이지 ‘1% 대 16.6%’ 또는 ‘1% 대 99%’라는 해괴망측한 수치를 내세워 ‘부자’나 ‘대기업’을 잡기 위한 새로운 규제 도입이 아니다.


왜 우리의 정치가들은 대기업들을 향해 박수 칠 줄을 모르는가? 한국의 대기업들은 경제위기 해결의 선봉장이 되어 신용등급을 역대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려 일본과 중국 수준에 이르게 했고, 성장을 이끌었고, 국위를 선양했고, 무엇보다도 일자리 창출의 일등공신 역할을 해오고 있지 않는가?


왜 우리의 정치가들은 중소기업을 대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비전을 제시하는 대신 대기업을 중소기업 수준으로 끌어내리려고만 하는가? 그래서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선동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박동운 (단국대학교 명예교수/경제학, dupark@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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