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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시리즈 22] 글로벌 기업을 쫓아내는 경제민주화


최근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 논쟁이 한참이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논하거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거래에서 갑을 관계를 이용한 불공정한 거래를 개선해보자는 논의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질투심에 근거한 잘나가는 대기업 때리기에 들어가면 말이 달라진다. 지금 대기업 중에서도 심정적으로 주요 타깃이 되고 있는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천문학적 이익을 실현한 삼성전자나 현대/기아차 그룹이다.


이미 매출의 80% 정도를 해외에서 올리고, 자본의 반 이상도 외국인이 소유한 글로벌 기업인 그들은 경제민주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할까를 지금은 냉정하게 생각하여야 할 때이다. 그들이 국적을 바꿀 수 없는 한국기업이라고 생각하는 오해를 하고 있지 않나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국에서 버는 돈은 전체의 적은 일부이나, 한국에 떨어뜨리는 부가가치는 매우 큰 국가경제에 일등공신들이다.


초국적화 되어가는 글로벌 기업들


과연 초국적화 되어간다고 하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한국은 시장으로서의 중요성, 경영자원의 획득, 경영환경 등 측면에서 본사를 위치시키기에 좋은 지역인가? 국내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탈한국화의 과정을 조용히 진행시키고 있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매출은 물론 이미 생산의 상당 부분도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최근 몇 년간의 투자 동향을 보면 그 핵심이 해외에 있었고, 결과적으로 국내보다는 해외생산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앞으로도 한국의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것에 적극적으로 저항하기 보다는 탈한국화를 좀 더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국내공장에서는 가급적 부가가치가 높은 품목을 생산하고 해외에선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품목을 생산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제품개발, 공정설계, 생산의 가치사슬 단계 속에서 생산단계는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상황이다. 물류비가 큰 변수가 아니라면 생산은 임금이 싼 곳에서 하는 것이 최적이다. 그래도 그들이 임금이 싼 해외로 더 많은 생산 공장을 이전하지 않고, 이미 임금이 비싼 편인 국내에서 고부가가치 생산품을 생산해서 그나마도 국내공장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의 모든 한국인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높은 애국심을 오너나 최고경영진들도 공유하고 있는 것이 주요 이유 중의 하나로 보인다.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우에도 애플처럼 임금이 비싼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고 임금이 더 싼 해외에서 생산하면 기업에게는 더 많은 이익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미 국내의존도가 낮은 그들이 국내 기업환경이 그들에게 적대적이고 핍박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그들이 공장뿐만 아니라 기업활동의 주요 부분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거나 해외의 본사기능을 확대하는 것이다. 본사가 이전하면 더 이상 외국에서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로 들어오지 않을 것이고, 이익에 대해서도 한국에 법인세를 납부해야 할 의무조차도 사라질 것이다. 이미 전체 자본의 50% 이상을 외국인이 소유한 상황에서 자본조달도 한국에서만 한다고 볼 수는 없으며 그들이 벌어들인 이익도 한국에 주로 떨어진다는 것도 성립하지 않고 있다. 의사결정에 결정적 지분을 지니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도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지역으로 본사를 이전한다는 것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동반성장의 경우도 그렇다. 경제적으로 필요한 공존공영 이상의 수준을 요구한다고 그들이 느낄 때 글로벌 기업인 그들이 꼭 국내 협력기업의 국내공장과만 동반성장을 하여야 한다고 느낄 것인가? 애플의 공급사들이 적정이윤조차도 못 올리는 상황에서 애플이 천문학적 이익을 올린다고 해서 아무도 애플이 공급사들과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압력을 가하지 않는다. 그들도 애플처럼 구매선을 해외기업 중심으로 돌릴 수도 있고 국내납품기업의 해외공장과 거래를 늘릴 수도 있다. 물론 국내 납품기업도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주력 공장을 해외로 돌리거나 본사를 이전할 수도 있다.


경제민주화의 외침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사라지게 해서는 안돼


경제민주화 주장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글로벌 기업들의 죄라고 생각하는 국내경제에서 차지하는 지나치게 높은 비중이나 집중도를 낮추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보고 해외로 나가라고 하는 것이다. 바로 경제민주화 주장자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해결되게 된다. 글로벌 기업들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법인세에서 차지하는 비중, 현재 상위소득 1% 소득자의 축소 등 민주화에 역행한다고 보여지는 대부분의 지표가 호전될 것이다. 낮은 원화 환율 때문에 그들만 덕보았다는 주장 또는 그들만을 돕기 위해서 원화환율을 낮추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좋은 일자리의 상당 부분이 사라지면 대기업에 입사하기위한 대학생들 간의 치열한 취업경쟁도 완화되고, 더불어 대기업 입사에 유리한 좋은 대학 가기위한 초중고의 교육열도 완화되어 경쟁없는 사람 중심의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능력있는 학생이나 인재들은 국내에서 다른 사람들의 시기심을 자극하지 않고 해외로 나가면 될 것이다. 심지어는 남북격차가 줄어들어 통일여건도 더욱 개선될 것이다.


경제민주화 주장자들이 희망하는 것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사라진 빈 자리에 새로운 중소기업들이 자라나고, 독과점이나 경제적 집중도도 완화되며 경쟁보다는 협력이 강물처럼 넘치는 사람중심의 세상이 열릴 것인가? 역사에서 그들은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선지자로 평가될 것인가, 아니면 한민족 역사에 5000년 만에 온 국운이란 쪽박을 깨버린 가슴보다는 머리가 더 뜨거운 근시안주의자로 평가될 것인가? 틀림없는 사실은 깨진 쪽박을 다시 복구하는 것은 새로운 박을 마련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힘들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나마 우리가 앞섰다고 하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중국이 코 하나 차이로 버겁게 따라오는 현재의 세계 경쟁구도에서는 시간은 더 이상 우리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번 뒤처지면 중국관광객들의 발마사지를 하고, 다시 서독 광산에 가서 일하고 시체를 처리하며 외화를 벌어들여 시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규석 (강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kschung@k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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