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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시리즈 8] 민주적이지 못한 경제민주화


민주화는 절차적 정당성을 의미한다. 민주화 그 자체가 진보 또는 보수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화란 일반 시민의 의견이 자유롭게 개진되는 민주주의 절차가 자리 잡히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사르코지가 이겼든, 올랑드가 이겼든 이는 민주주의의 승리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건,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건 간에 이 모두 우리나라 민주화의 결과이다. 특정한 선거의 결과나 이데올로기 또는 좌우를 민주화는 구분하지 않는다.


경제민주화는 룰에 대한 승복이 아닌 이의 제기


민주화란 말이 이처럼 절차적 정당성을 의미하는 반면 경제민주화는 이런 의미로는 잘 쓰이는 것 같지 않다. 민주화가 정치적 과정에서 선거를 통해 구체화된다면 경제민주화는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으로 구체화된다. 따라서 민주화가 선거결과에 대한 승복을 의미한다면 경제민주화는 소비자 선택의 결과에 대한 승복을 의미하여야 할 것이다. 재래시장을 소비자가 선택하든 대형마트를 소비자가 선택하든 경제민주화는 그 결과를 존중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논의되는 경제민주화는 대형마트를 규제하고 재래시장이나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의 활동과 영역을 규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경제민주화는 소비자 선택의 결과를 존중하기보다는 오히려 소비자 선택의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결국 경제민주화는 절차보다는 특정한 결과를 지향하는 셈이다. 이런 의미에서 경제민주화는 민주화란 단어가 갖는 절차적 정당성의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그래서 경제민주화는 역설적으로 민주적이지 못하다.


경제민주화가 소비자 선택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면 대형마트나 대기업을 규제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대형마트나 대기업이 경쟁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논증과 함께 제시되어야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는 일반적인 공정거래법의 논의를 벗어나고 있다. 대형마트와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선진국이 적용하는 독과점력에 대한 분석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경제주체와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평등화가 그 규제의 지향점이다.


경제민주화는 평등보다는 특정 이해집단의 이익을 대변


경제민주화의 또 다른 문제점은 결과적으로도 본래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육분야에서는 평준화 교육의 추구가 경제민주화와 같은 논리가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고교 평준화와 같은 평준화 교육의 추구가 원하고자 하는 평준화를 과연 이루었는가?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다. 평준화 교육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공교육은 붕괴되었고 반대로 사교육은 폭발적으로 확대되었다. 사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좋은 대학에 진학하게 되고 좋은 대학을 나올수록 좋은 직장을 잡게 되어 결국 소득이 낮은 계층이 소득이 높은 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회적인 계층간 이동가능성(social mobility)도 크게 줄어들었다. 경제력집중 억제정책은 어떠한가? 출자총액제한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재벌규제를 정부가 그동안 시행하였지만 과연 원하는 만큼 경제력집중을 해소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제기된다. 마찬가지로 우리 정부가 고강도의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폈지만 과연 중소기업이 그만큼 크게 육성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이처럼 경제민주화는 결과적으로도 본래 의도하였던 ‘민주화’의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한다.


경제민주화의 또 다른 문제점은 경제민주화로 포장되었지만 사실은 특정 이해집단의 이익을 보호하고 오히려 보호하여야 할 다수의 소비자와 시민대중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제한 등은 정치권에서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의 정치적 압력으로 제기된 이슈이다.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제한은 맞벌이의 증가, 자동차문화의 확산과 도시규모의 확대, 냉장고의 보급과 용량의 증대에 따른 소비자의 쇼핑행태의 어쩔 수 없는 변화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규제이다. 그만큼 이는 다수의 소비자와 시민을 불편하게 하는 규제이다. 이런 점에서 경제민주화는 의미 있고 실체가 있는 논의라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다수의 희생을 전제로 보이는 소수 이익집단의 정치적 지지를 얻어내려는 인기영합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아젠다이다.


정부와 대통령 권한의 분산이 이 시대에 필요한 권력분산화


한 사회의 권력이 지나치게 한 곳에 집중되어 있을 때 사회의 건강한 발전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경제민주화란 말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는 근거는 있다. Acemoglu와 Robinson(2012)에 의하면 국가가 실패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에게 권력이 골고루 분포되어 이들의 자발적 참여와 창의성을 통하여 사회전체적인 편익을 높이는 ‘참여적 제도(inclusive institution)’가 발달되기보다는 특정 집단, 특정인, 정부부처에 권력이 집중되는 ‘착취적 제도((extractive institutions)’가 발달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Acemoglu와 Robinson은 착취적 제도에서 참여적 제도로 이전되기 위해서 권력분산화(empowering)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선진국이 민주화되면서 나타난 시민혁명 등은 왕이나 절대군주 그리고 귀족에게 집중된 권력이 일반 시민에게까지 확산되는 권력분산화 과정을 거쳤기에 가능하였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 시대에 필요한 권력분산화 과정은 무엇인가? 최근에 제기되는 경제민주화는 절차적 정당성을 외면하고 있으며 또한 지향하는 바를 얻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지도 못한다는 측면에서 Acemoglu와 Robinson이 말하는 권력분산화 과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 이 시대의 우리 사회에 보다 시급한 권력분산화의 대상은 정부와 대통령의 권한이다. 우리나라는 법에 정한 정도 이상으로 정부가 경제와 시장 및 자원배분에 대해 개입하고 있으며 그 권한이 지나치게 커서 사실상 관치경제의 속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사회에 보다 시급한 권력분산화의 대상은 정부와 대통령의 권한이다. 법치주의의 구현으로 정부권력을 분산화하고 견제와 균형을 건강한 메커니즘으로 회복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소비자의 선택과 시장기능의 회복을 통해 합리적인 자원배분이 자리 잡게 해야 한다. 절차적 정당성과 효율성을 상실한 경제민주화는 결코 민주적이지 못하다.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sbcho@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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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aron Acemoglu and James Robinson(2012), Why Nations Fail: The Origin of Power, Prosperity, and

Poverty


KERI 칼럼_201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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