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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속의 외침


북한의 기습적이고 무차별적인 연평도 포격에 의해 시커먼 연기가 연평도 전역을 덮은 지 3주가 지나고 있다. 그것은 전쟁을 겪은 세대에게는 또 한 번 북한의 잔인함과 뻔뻔함에 몸서리치게 했고,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에게는 전쟁의 참혹함과 우리의 주적이 누구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포연에 자욱한 연평도 포구 마을을 멀리서 잡은 한 장의 사진은 아직도 진행 중인 한반도 현대사의 아픔과 슬픔을, 그렇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낸 대한민국 60년 역사의 치열함과 찬란함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대한민국의 역사인 오늘의 번영


해방 후 세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은 6ㆍ25 동란으로 그나마 남아 있던 것마저 거덜 났다. 한 끼의 끼니를 때우기가 막막했던 그 시절 아침, 저녁 인사는 “식사하셨어요?”였다. 필자는 어린 시절 그 인사가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1인당 GNP가 100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던 그런 대한민국이 60년이 지난 오늘 세계사적으로 찾기 힘든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룩해 냈다. 민주화 세력이 우리에게 형식적 자유라는 외투를 입혀주었다면, 산업화 세력은 우리에게 물질적 자유라는 보다 본질적이고 내실 있는 자유를 주었다. 지난 60년간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낸 우리 모두는 한반도 반만년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실천의지의 세력이며, 이들의 땀과 피눈물은 우리 후손에게 가장 자랑할 수 있는 위대한 유산이다. 지금의 한국은 반만년 한민족의 역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60년의 역사라는 한 역사학자의 외침에 공감한다.


검인 교과서 대신 유인물로 가르치는 전교조 교사


그러나 이 번영이 앞으로 지속될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사실 북한의 광포(狂暴)함과 그들의 끊임없는 국지적 도발은 그다지 무섭지 않다. 그것에 의해 대한민국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건국을 부정하고 60년 대한민국의 역사를 기회주의자들의 득세라고 끈질기게 폄훼하는 세력이 제도권 안팎에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의 앞날은 장담하기 힘들다. 그중에서도 대한민국의 오늘을 가장 위태롭게 하는 세력이 전교조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좌편향되었던 중ㆍ고등학교 역사 교과서가 일부 수정되었다. 그동안 적지 않은 부모들은 어린 자녀들의 가치관 형성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역사와 사회과목의 내용에 예민하게 반응하였다. 그래서 교과서 수정은 이들 부모들을 조금이나마 안도하게 하였다. 그러나 안도하기엔 아직 이르다. 중학교에서 국사를 가르치는 전교조 교사들 중의 일부는 검인된 교과서가 아니라 그들이 직접 만든 유인물로 가르치고 있다. 이 유인물에는 대한민국의 건국과정을 폄훼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것은 물론이다.


검인된 교과서를 무력화하는 이런 교육방식은 아직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 있으며, 사회문제로 부각되지도 않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그 유인물을 교과서의 보조자료로만 알기 때문에, 이들 교사들의 남다른 열성에 단지 감사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고교 진학 시험이 없으니 이들의 왜곡된 가르침이 들통날 기회도 없다. 특히 현대사 부분은 국사 교과서의 마지막 부분에 있으니 학교에서 치르는 기말고사에서도 제외된다. 중 3의 기말고사는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내신성적의 산출을 위해 일반적으로 11월 초에 치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기말고사가 끝난 중학교 3학년의 교실 모습은 대체로 충실한 수업이 진행되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들 교사들만 아주 열정적으로 현대사 부분을 가르치고 있어서 많은 학생들은 전교조 소속이라 다르기는 다르다고 존경한다고 한다. 이들의 지략과 투철한 사명의식, 그리고 그들의 끈질김이 섬뜩할 뿐이다.


고요 속의 외침


몇 년 전까지 ‘가족오락관’이라는 주말 인기 TV 프로그램이 방영된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 중에는 ‘고요 속의 외침’이라는 게임이 있었다. 연예인들이 출연하여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는 헤드폰을 쓰고, 단어나 노래 가사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게임이었다. 첫 번째 연예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단어가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마지막 주자에 가서는 전혀 엉뚱한 단어로 둔갑할 때 폭소를 자아내던 그런 게임이었다. 전교조 교사들은 무엇보다 정의를 내세우고 따뜻함을 강조한다. 그들의 가르침은 열정적이고 자상하다. 우리 자녀들에게 참으로 인간적으로 다가선다. 이것은 사실 우리 자녀들과 부모들이 찾는 참스승의 덕목들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그들의 사상을 넌지시 그리고 교묘히 대한민국 현대사에 덧칠한다. 학생들은 전교조 교사를 따르기 때문에 스펀지에 물이 조금씩 스며들듯이 그들의 이념 주입에 젖어든다. 우리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의 건국을 부정하고 미국을 싫어하면서 “남북한 우리끼리”를 되뇌게 된다. 이렇게 자란 우리 젊은이들이 한쪽에서는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다시 교사가 되어 그들의 이념에 사로잡힌 젊은이를 재생산해 낸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일군 세력들은 점차 사라지면서 이들의 세상이 오게 되는 것이다. ‘고요 속의 외침’처럼 어느 날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나락(奈落)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살지도 모른다.


북한 당국이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을 넘어뜨릴 수 있는 유일한 비책은 그들이 갖고 있는 비대칭 전력의 우위나 원자폭탄이 아니라, 친북(親北)형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전교조를 비롯한 종북 내지 친북 세력들의 한국 내 득세라는 사실이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역시 한미연합의 군사적 우위가 아니라 북한주민들의 계몽에 의한 그들 내부의 동요와 한국민의 결속이다. 그러고 보면 남북한 간의 실질적 전쟁은 군사적인 측면이 아니라 주민의 동요와 결속을 좌우하는 체제우월에 관한 이념적 계몽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한편으로는 북한주민을 깨어나게 하고 한국으로 넘어오는 북한주민들을 껴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대한민국의 건국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하는 데에 강단(剛斷) 있는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피 흘리지 않으면서 통일 과업을 이루어내고 치열하고 찬란했던 지난 60년의 대한민국 역사를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줄 수 있는 길이다. ‘고요 속의 외침’이 한국이 아니라 북한에서 일어나기를 소망한다.


배진영 (인제대학교 국제경상학부 교수, econbjy@inj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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