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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이 주도하는 해외사업에 문제 있다


최근 에너지 분야에서 해외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원전을 UAE에 수출하게 되었다. 원전을 첫 수출하게 된 것은 우리에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수출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겪어온 어려움을 단번에 해결한 쾌거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전 세계적으로 원전을 새로 건설하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느는 시점이어서 그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공격적인 해외자원 개발도 그에 못지않은 일이다. 에너지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가 에너지 안보를 구축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은 더욱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점에서 자원개발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이다.

에너지 분야의 해외 진출은 해외에 발전플랜트를 건설하는 일이건 해외의 자원을 개발하는 일이건 공통적으로 갖는 어려운 점이 있다.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다. 자원개발은 성공할 확률이 그리 높지 않아서 불확실하고, 그 나라 정부의 규제위험(regulatory risk)이 커서 안개에 둘러싸인 듯 불투명하다. 투자의 길에는 항상 불확실성이 도사리기 마련이다. 불확실하지만 미래의 기대수익을 보고 투자하려 드는 것이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도록 하는 엔진이다. 투자수익에 대한 기대와 투자한 돈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서로 길항하면서 줄타기를 하는 과정을 통해 불확실한 상황을 힘들게 해결해 나간다.

우리 정부가 하려고 하는 에너지 분야의 해외사업은 이런 장치를 갖추고 있는가? 불행히도 그렇지 못하다. 이 모든 일들이 정부가 주도하고 공기업이 앞장서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공기업이 투자하는 재원은 자기 돈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이다. 투자가 성공하면 승진도 하고 새로운 자리도 생겨서 좋다. 하지만 실패하면 자기가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게 된다. 이는 바로 “남의 돈으로 투자하는 격”이다. 사업을 확대하여 판을 키우는 데는 지대한 관심이 있겠지만 상업적인 동기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불확실한 미래를 두고 하는 대규모 투자를 이런 공기업에 의존하는 것이 불안하다.

민간 기업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그 사람들이 더 현명해서가 아니라 견제와 균형의 규율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기업을 규율한다. 제대로 물건을 만들지 못하면 소비자들은 외면한다. 경쟁이나 경쟁자의 출현 가능성이 기업을 규율한다. 나보다 강한 경쟁자는 항상 두렵다. 또한 자본을 제공한 주주와 돈을 빌려준 금융이 기업을 규율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다단계의 다양한 규율장치가 기업이 바른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간다. 규율장치에 잘 적응한 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망한다. 그게 시장의 원리이다.

그런데 공기업은 이와 같은 견제와 균형의 규율 장치가 부족하다. 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니 소비자를 두려워할 리도 없고 경쟁자도 없다. 주주는 공기업의 주인인 국민이지만 의사결정의 현장에서 너무나 멀리 있다. 누가 이들을 견제하고 규율하는가? 정부나 공기업 경영자가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원전을 수출하고 해외자원개발도 활발하게 추진해야 한다. 어렵게 성사된 일이고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맞이한 좋은 기회인데 놓쳐서는 안 된다.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이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민간 기업이 왕성하게 참여하게 하고 젊은이들에게 일자리가 생기도록 해야 한다. 공기업 및 공기업 종사자들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투자를 확대하라고 공기업을 마냥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긴 안목을 갖고 올바른 방향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의 행정체제도 개편하고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분야는 더 이상 소극적인 수입대체 산업이 아니다. 확대지향적인 수출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맞이하였기 때문이다.

손양훈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yhsonn@inche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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