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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개정, 한시가 급하다


1997년 허용된 이래 오늘날까지 지주회사 문제는 우리 경제계의 끊임없는 화두가 되어 왔다. 최근에는 2년간 지주회사 관련 규정의 개정이 국회 법사위의 정치적 행보로 인해 지연되면서 정부를 믿고 지주회사로 전환했던 다수의 기업들이 법적인 제재를 받을 위기에 직면하는 등 여전히 2011년 새해벽두에도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주회사 규제는 후진적 ‘관치경제’


사실 지주회사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제도로서 기업의 지배구조를 법으로 통제하는 후진적 관치경제라는 지적들을 많이 받아 왔다. 특히 지주회사 규제가 우리나라에서는 금산분리 정책의 핵심적 요인이 되다보니 정치적 조류의 영향 또한 많이 받아왔다. 물론 시장이 개방되기 이전에는 지주회사가 자칫하면 시장의 독점은 물론이고, 경제력집중의 중요한 원인이 되어 내수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WTO체제 출범 이후 자본시장이 전면 개방된 현 시점에서는 더 이상 지주회사의 폐해를 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일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 1년 먼저 지주회사를 허용하면서 더 이상 아무런 규제를 가하고 있지 않는 일본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일본이 우리와 다른 길을 간 이유는 무엇보다도 글로벌화된 시장에서 자국 기업에 대한 규제는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개정안, 국회 법사위서 8개월째 표류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경제력집중에 대한 우려를 명분으로 복잡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당연히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시장의 변화에 지주회사 규제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으며, 또한 보험지주회사 규제 등과 같은 부작용이 현실로도 나타난 바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도 급기야 2년 전에 이를 완화시키는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를 통과하고도 법사위가 8개월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음으로써 월권 등의 논란이 발생함은 물론이고, 법 개정을 기대하고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들이 사면초가에 빠지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개정안은 일반지주회사도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통해 금융기관을 지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현행법상으로는 금융기관을 소유한 일반회사가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싶어도 금융기관의 처분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점을 감안한 개정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정부는 기업들에게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면 일반지주회사도 금융기관을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한다는 말을 믿고 12개의 기업이 지주회사로 전환된 바 있다. 문제는 2년의 유예기간이 다 되도록 법 개정이 지연되면서 이들 일반지주회사들이 금융기관을 헐값에 처분해야 하는 위기에 직면하였다는 점이다. 즉 조만간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들 기업들은 별도로 공정위로부터 2년간의 연장승인을 받지 않는 한 헐값에 19개의 금융기관을 매각하거나 아니면 과징금이나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위기에 처해졌다.


신속히 통과시켜 지주회사 전환 기업 불이익 막아야


어찌 보면 현재 국회 법사위가 주장하는 중간지주회사 금지를 통한 금산분리 원칙 고수라는 정책적 이념은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기업의 경영투명성 제고와 정면으로 모순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수정이 필요한 정책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법사위는 국회법상 “타 상임위 법률안의 체계, 형식과 자구 심사만을 한다”는 규정을 위반하는 위법행위를 한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특히 법 개정의 지연은 시장에서의 불공정한 역차별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시장질서 왜곡행위라고 할 수 있다. 즉 정부를 믿고 법 개정 전에 일반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은 2년이 지남과 동시에 금융기관을 헐값에 처분해야 하는 불이익을 당하는 반면, 개정 후에 전환한 일반지주회사들은 아무런 문제없이 금융기관을 소유할 수 있는 불공정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중간지주회사는 어느 나라나 존재한다는 점에서 금번 개정안은 국내 기업들의 경영투명성 제고는 물론이고 국내 금융기관의 글로벌화에도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따라서 더 이상 우리 시장만의 고유 특성, 경제력집중 억제, 금산분리 등과 같은 추상적 정치논리를 이유로 법 개정을 지연시키는 것은 국회가 스스로 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주체임을 선언하는 결과가 된다.


이미 세계경제는 글로벌화라는 큰 기류 속에 진입한 지 오래며, 이를 외면하는 국가경제는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특히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그 필요성이 더욱 절박하다고 할 수 있다. 국회 법사위는 지금이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재인식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국회 본회의에 개정안을 상정하여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개정안을 처리하도록 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 중의 하나는 바로 속도전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우리 기업들에게 그 길을 열어 주는 새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기업소송연구회 회장, shchun@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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