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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경제민주화


현재 화두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라는 개념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민주화를 연구하는 학자들마저도 다른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경제민주화를 사용하는 목적이나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사실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경제’민주화를 ‘교육’과 연계하여 적용·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작업일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여기서는 경제민주화 관련 논의에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많이 언급되었던 내용을 중심으로 교육에서의 경제민주화에 관하여 논의해 보고자 한다.


경제민주화의 논의 과정에서 제시된 관련한 핵심 내용들은 주로 공정경쟁과 기회균등의 강화, 격차(양극화) 완화, 주체단위의 능력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는 사회 조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교육 분야에 적용하여 생각해보면 교육에서의 경제민주화는 교육받을 기회의 균등, 교육격차의 완화, 학생의 능력과 소질을 최대한 발전시킬 수 있는 맞춤형 교육 등을 실현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교육에서 경제민주화는 학생들의 능력에 맞는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고, 소득격차가 교육격차로 대물림되는 것을 차단하며, 누구나 공정한 교육의 기회를 향유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의 통제와 개입을 줄이고 수요자 중심의 교육환경을 조성할 필요


그렇다면 교육에서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변을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과 문제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교육에서의 경제민주화 실현방안은 교육이 처한 상황에 따라 해결방안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육현실과 문제점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과도한 사교육이다. 과도한 사교육은 학교교육의 부실화로부터 기인한 문제이다. 정부의 규제와 지원 속에서 획일화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학교교육은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과 학교교육의 부실화를 야기하게 되었고 이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사교육 수요를 증대시키고 사교육의 가격과 소비량을 모두 증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과도한 사교육 의존도는 부모의 소득에 따른 교육기회의 격차를 발생시켜 부의 대물림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며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야기하게 된다.


해외유학생의 증가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초중등학생의 해외 유학생 수는 꾸준히 증가하다가 2009년 금융위기이후 줄어들었으나 최근에 다시 증가하는 추세이고 대학이나 기타 석·박사학위 해외유학생의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해외유학이 국제화·개방화 시대의 개인의 선택이라는 측면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유학의 증가 원인이 국내 교육환경의 부실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여전히 공급자 중심의 교육이 대부분이다. 공급자 위주의 교육은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여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고 수요자의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수행하는 데에 큰 장애로 작용한다. 결국 수요자가 원하는 교육서비스를 국내에서 찾을 수 없게 되면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은 해외 교육기관으로 눈을 돌리게 되고 해외 유학생의 증가를 가져오게 된다. 해외 유학생의 증가는 경제적으로 대외 자본수지를 악화시키는 문제부터 시작하여, 기러기 아빠와 같은 가족해체 현상, 장기적으로는 국내의 두뇌유출을 심화하게 된다. 그리고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해외유학의 여부도 결정이 되기 때문에 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른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야기하게 된다.


교육 과정 측면에서도 우리나라 교육은 창의성 및 수월성 교육을 통한 미래의 인재 양성이라는 21세기 교육 패러다임과도 상당한 괴리가 있다. 우리나라 교육체제는 정형화된 모범답안 만을 추구하는 지식의 반복학습에 집중하여 현상의 발견이나 학습에서 스스로 흥미를 느끼고 다양한 사고를 통해 여러 가지 결과를 제시할 수 있는 창의성 교육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1) 국가의 개입과 통제로 교육과정이 획일적이어서 각자의 능력과 소질에 맞는 창의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부족하다. 결국 학교수업의 획일성은 교육을 통한 학생의 소질과 능력을 개발하고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어렵게 하며 교육의 혜택이 학생 개개인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고등교육기관의 경우도 급변하는 경제사회환경 하에서 수요자가 원하는 적절한 교육과정을 공급하지 못하여 수요자의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보인다.2) 다시 말하면 정부의 통제에 의한 경직적인 교육제도로 인하여 유연하고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기 어려우며 급변하는 경제사회환경 속에서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의 낮은 경쟁력은 다른 나라 고등교육기관과의 비교·평가 자료에서도 나타나는 부분이다.3)


요약컨대 교육에 대한 국가의 통제와 개입이 교육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저해하고 학교교육의 부실화를 가져왔으며, 결과적으로 소득수준에 따른 교육기회의 격차를 확대하고 교육의 혜택이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전달되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교육에서의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기본방향은 교육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통제를 줄이고 수요자 중심의 교육환경을 조성하여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라고 하겠다. 학교교육의 정상화는 사교육 의존도를 감소시켜 소득수준에 따른 교육기회의 불평등 완화에 기여하고 학생들의 능력에 맞는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여 교육의 혜택을 모든 학생들에게 골고루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율과 경쟁을 강화하고 저소득층 중심의 교육지원에 중점을 두어야


그렇다면 교육의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수요자 중심의 교육환경 구축 및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하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써 글의 마무리를 대신하고자 한다.


먼저 사립학교의 경우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규제 일변도의 정부개입은 사립학교의 자율성과 경쟁유인을 없애고 교육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저하시키는 데 일조하여 현재의 문제들을 유발하였다. 따라서 사립학교에 대한 규제를 풀고, 사립학교가 자율적으로 사회적·경제적 여건과 학생·학부모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교과과정을 운영하여 특성화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학입시제도의 개선도 필수적이다. 대입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학교교육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고 창의성, 수월성 교육도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으며 학교교육의 정상화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수학능력시험 중심의 입시제도를 개선하여 다양한 전형을 마련하되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서 대학의 특성화·다양화를 통한 대학 경쟁력 강화에도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교육시장에서도 교육기관 간 경쟁을 통하여 질 높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해외 유학에 대한 수요를 국내로 전환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시장의 개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해외 유학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교육기관의 자율성이 자칫 교육기관의 방임과 비리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강화·확대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실질적으로 교육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 반값 등록금과 같이 부유층을 포함하는 일괄적인 학비지원 보다는 저소득층 중심의 장학제도를 확충하여 소득계층 간 교육격차를 줄이고 저소득층의 교육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가정의 경제적 수준이 높을수록 학생부담 교육비를 증가시키고 국가의 재정부담은 낮추고 저소득층 지원은 확대하여, 경제적 사정에 관계없이 능력과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jsyoo@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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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육방식은 OECD

평균과 큰 격차가 있고 아직도 주입식의 획일적인 수업방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시행한 대졸 근로자의 대학교육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문항에서 ‘동의하지 않

는다’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에 응답한 비율이 ‘동의한다’와 ‘매우 동의한다’에 응답한 비율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보고 되었다.

3) THE-QS 대학순위 평가에 의하면 2004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세계 100위 안에 드는 대학은 하나도 없었

고 2010년에는 상황이 나아져 100위 안에 2개의 대학이 진입하였으나 아직 선진국의 고등교육기관과 경쟁하

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판단된다.


KERI 칼럼_201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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