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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을 ‘공공 개인연금’으로 개편하자


지난 2007년 진통 끝에 국민연금 개혁이 성사되었고, 국민들은 소득대체율이 40%로 하락하는 것을 감수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 개혁 이전에 제기된 문제점들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여전히 장기적으로 지속불가능하고 납부예외자가 많아서 사각지대가 넓게 형성되어 있으며, 지역가입자들은 소득을 낮추어 신고하고 있다. 또한 단기적인 편익을 위해 국민연금기금이 사용되는 일도 종종 일어나 기금의 재정건전성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 모든 문제는 국민연금이 본연의 임무인 저축 대행 기능 이외의 세대 간, 세대 내 소득재분배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 가입자의 기금에 대한 소유권이 불명확해지고, 정부가 자의적으로 기금을 전용할 여지가 확대된다. 따라서 국민연금을 재분배 기능을 제외한 ‘공공 개인연금’으로 개편하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현행 국민연금의 문제점은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국민연금은 2044년에 적자가 발생하고 2060년에는 기금이 고갈되어 제도 유지가 불가능할 전망이다. 둘째, 지역가입자 중 납부예외자의 비중은 2002년 42.5%에서 2008년 57.2%로 증가하여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셋째, 지역가입자들의 소득 파악이 부진하여 직장가입자의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08년 현재 지역가입자 중 76.8%는 소득을 과소 신고하고 있고, 26.1%는 50% 이하로 소득을 신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넷째, 지난 2008년 신용불량자들에게 국민연금을 활용하여 부채를 상환하도록 허용한 것과 같이 단기적인 편익을 도모하는 기금 전용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2007년 국민연금 개혁 이전에도 지적되었던 사항들이다.


연금개혁 이후에도 왜 똑같은 문제점들이 되풀이해서 지적되고 있는가? 그 이유는 앞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국민연금이 개인의 저축을 대행하는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 세대 간, 세대 내 소득재분배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체제 내에서는 개인의 미래 소득은 스스로가 저축을 통해 준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라는 제도가 용인되는 이유는 연금시장이 개인의 수명 연장에 따른 금융기관의 부담을 해소할 방법을 아직 찾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정급을 지급하는 연금 상품은 가입자의 수명이 연금을 제공하는 금융기관의 예측을 초과하면 금융기관에 손실이 발생하는 장수위험(longevity risk)이 존재한다. 가입자 개개인에 대해서는 이러한 장수위험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연금 상품의 공급은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연금의 실질가치를 보장하는 실질연금(real annuity) 시장은 선진국에서도 활성화되지 못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국민연금은 국가가 강제력을 동원하여 전 국민이 가입하도록 규제할 수 있으므로 평균 수명에 따라 급여를 설계하여 장수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렇게 국민연금의 기능은 개인의 저축을 대행하는 것이므로 개인이 납부한 보험료를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로 운용하여 은퇴 이후에 되돌려 주면 그 의무를 다한다. 국민연금기금은 가입자들이 국민연금에 납부한 보험료의 적립금이므로 가입자의 개인 자산이며, 국가는 다만 위탁해서 관리하는 선한 관리자의 의무(fiduciary duty)를 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개인의 자산이라 할 수 있는 국민연금이 현재 소득재분배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세대에게는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고 미래 세대에게 그 지불 부담을 전가하는 세대 간 소득재분배를 시행하고 있다. 현 제도 하에서 평균적인 소득을 취득하는 가입자는 시장이자율보다 1.1%p 높은 실질수익률을 보장받고 있으며, 그 초과 수익은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한다.1) 이러한 세대 간 소득재분배 기능으로 인해 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은 만성적으로 불안하고, 이 때문에 제도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어 납부를 기피하는 사각지대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소득이 충분한 데도 납부를 기피하는 가입자의 25.8%는 “제도에 대한 불신”을 그 이유로 꼽는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은 세대 내 소득재분배에도 이용되고 있다. 현 제도에서 소득이 평균의 75%인 가입자의 수익률은 시장수익률보다 1.8%p, 평균의 50%인 가입자의 수익률은 2.8%p 높게 책정되어 있다. 이러한 소득재분배 기능 때문에 소득을 낮게 신고할 유인이 발생한다. 2008년 현재 기준소득이 203만 원 이하인 남성 직장가입자는 46.3%인데 반해 남성 지역가입자는 94.5%에 달할 정도로 소득 저신고 문제는 심각하다.2)


그러나 재분배기능의 더 큰 문제점은 국민연금기금에 대한 개인의 소유권을 불명확하게 한다는 점이다. 국가의 역할이 선한 관리자의 의무에 머무를 경우 국민연금기금의 소유권은 개인에게 있음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소득재분배 역할을 수행하면서부터 기금의 사용이 정부의 재량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미래세대는 투표권이 없어 세대 간 소득재분배에 자신의 의사를 반영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적립금은 현 정부에 의해 현 세대에게 재분배된다. 이렇게 소유권이 불명확해지면 정부가 국민연금을 단기적인 편익을 위해 사용하는 경향이 심화된다. 개도국 국민연금의 경우 이러한 단기적 편익을 위한 기금 남용이 기금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3)


또한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을 이용하여 기업 경영에 간섭하는 행위는 기금 가입자의 소유권을 남용하여 기업 주주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이중의 소유권 침해행위인데도 기금의 소유권 불명확성으로 인해 폭넓게 허용되고 있다.4)


이와 같은 국민연금의 다양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을 저축 기능만을 수행하는 ‘공공 개인연금’으로 개편하고 재분배 기능은 배제해야 한다. 세대 내 재분배 기능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현재 보험급여 산정 공식에서 ‘연금 수급 이전 3년간 실질 평균소득월액의 평균값(A값)’의 영향을 배제하고 개인 급여는 개인의 적립금에 따라 결정되도록 한다. 또 세대 간 재분배 기능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실질가치를 보장하는 무위험 자산의 장기이자율에 해당하는 수익률만을 보장하도록 급여를 산정한다.5)


세대 간 소득재분배를 배제하더라도 개인의 선택을 확대하면 보다 안정적인 노후 소득에 대한 수요를 수용할 수 있다. 보다 많은 노후 소득을 원하는 가입자에게는 추가로 납입을 받을 수 있고,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가입자에게는 일부 납입금을 고위험-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도록 허용할 수 있다. 그리고 세대 내 소득재분배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저소득층 지원에 특화된 제도를 활용하여 달성할 수 있다.


국민연금을 ‘공공 개인연금’으로 개편하면 재정건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완화될 수 있다. 그에 따라 제도에 대한 불신도 해소되어 납부 거부자도 감소할 것이다. 또한 세대 내 소득재분배 기능이 사라지게 되면서 소득을 낮게 신고할 유인도 사라질 것이며,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 문제도 해소될 것이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금에 대한 개인 소유권이 명확해진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어떤 정부가 집권을 하더라도 국민연금을 단기적 편익을 목적으로 유용하거나 이를 이용하여 기업의 경영에 간섭하는 것도 어려워질 것이다.


강성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sungwonk@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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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0년 25세로 보험료 납입을 시작하여 64세까지 40년간 납입하고 65세부터 80세까지 급여를 지급받는 가입

자의 내부수익률과 시장이자율의 격차. 시장이자율은 2008년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사용된 추계치를 사용(국

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2008 국민연금 재정계산–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 2008.)

2) 현재 1인 이상 사업장은 직장가입이 의무화되어 있으며, 직장가입자의 50.1%가 상근자 50인 이하 소규모 작

업장 소속이므로 직장가입자가 고소득층만을 포괄하고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3) Iglesias, Augusto and Robert J., "Palacios, Managing Public Pension Reserve, in Holzmann, Robert

and Joseph E. Stiglitz (ed.)," New Ideas about Old Age Security, World Bank, 2001, pp.213-253.

4) 예를 들어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지침’ 제4조의 2는 환경, 사회, 기업지배구조 등 사회책임투자 요소를 고려하

여 의결권을 행사하게 허용하고 있다.

5) 예를 들어 장기 실질이자율 전망치를 활용하고 이를 5년마다 실시되는 국민연금 장기추계 시 과거 5년간의 물

가연동부채권 이자율을 반영하여 보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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