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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지방의회에 토론종결 규칙을 도입하자


지난해에도 역시 국회와 지방의회의 안건 통과 과정에서 물리력의 행사가 빈발하였다. 이제 그 원인과 해결책을 숙고해야 할 때이다. 의회에서 의원들이 과반수 의결(majority rule)로 안건을 통과시키면 비효율적인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안건이 과반수로 통과되면 다수파에게 편익이 돌아가지만 비용은 전체가 부담한다. 다수파가 자기들에게 돌아오는 편익은 전부 고려하지만 비용은 절반만 고려할 것이기 때문이다. 의회에서 과반수 의사결정 규칙을 사용하여 안건을 처리할 때 그 안건이 대부분의 의원들이 동의하는 일반 입법 성격의 안건이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가까스로 과반수만 찬성하는 안건들이 많은데, 그런 안건들은 비효율적일 가능성이 크다.


효율적인 안건만 통과되도록 하려면 만장일치 규칙을 사용하면 된다. 만장일치 규칙에서는 총편익이 총비용을 넘는 안건만, 즉 순편익이 존재하는 안건만 통과되어 외부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장일치 규칙을 사용하면 더 큰 편익을 얻으려고 협상에서 완고한 자세를 취하는 의원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사회적으로 효율적인 안건도 통과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만장일치가 아닌 의사결정 규칙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만장일치에서 너무 많이 벗어나서 과반수 의결까지 내려오면 다시 앞서 말한 문제가 발생한다.


토론종결 규칙 도입으로 외부비용 줄일 수 있어


따라서 만장일치에서 벗어나되 너무 많이 벗어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예를 들어 3분의 2결(決)과 같은 보강된 다수결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보강된 다수결이면 의사결정 비용이 그리 크지 않고 과반수결에 비해 외부비용도 줄일 수 있어서 좋다. 그래서 버지니아학파 공공선택학자들은 보강된 다수결의 바람직함을 역설하고 그의 사용을 권유하고 있다. 그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기서는 미국 상원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토론종결 규칙(cloture rule)에 주목하고자 한다.


토론종결 규칙은 다음의 방식으로 운용된다. 우선 소수파 의원들에게 필리버스터(Filibuster)를 충분히 허용한다. 그러나 60%의 찬성으로 필리버스터를 막고 토론종결(cloture)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안건을 투표에 부친다. 이렇게 되면 그 안건의 통과에 적어도 60%는 찬성하게 되어 안건의 통과로 소수파에 끼치는 외부비용이 과반수결의 경우보다 현저히 줄어든다. 더욱 바람직하기로는 그 다음 단계인 안건의 통과에 3분의 2결(決)과 같은 보강된 다수결을 사용하는 것이겠지만, 설사 안건 통과가 현재처럼 주로 과반수 의결로 처리된다 하더라도, 전 단계에 60% 토론종결 규칙을 사용하면 외부비용을 현저하게 줄일 것이다.


과반수 의결 때보다 물리력 행사 유혹도 줄일 수 있어


안건을 단순히 과반수로 통과시키는 규칙에서는 반대하는 소수파가 몇 명의 의원들의 지지를 추가로 얻으면 결정 결과를 뒤바꿀 수 있기 때문에 결정을 뒤엎고 싶은 유혹이 강할 것이다. 그 유혹은 때로 물리력의 행사로 표출된다. 그러나 보강된 다수결로 통과되면 그런 유혹은 줄어든다. 따라서 토론종결 규칙의 사용은 앞에서 살펴본 외부비용의 감소라는 이점 외에도 물리력 행사라는 유혹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가지고 있다.


첫째, 필리버스터와 토론종결 규칙이라는 길이 열려 있기 때문에 소수파가 물리력에 호소하지 않고도 안건 통과를 막을 수 있다. 둘째, 토론종결 규칙은 안건을 보강된 다수결로 통과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보강된 다수결에서는 통과된 안건을 소수파가 뒤엎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전복시도를 덜할 것이다. 셋째, 토론종결 규칙이 물리력 행사라는 유혹을 줄임으로써 물리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게 되면 사법 당국이 이들 소수를 처벌하기가 쉽고 그래서 물리력 행사에 대한 처벌이 더욱 확실하게 되는 선순환구조가 형성될 것이므로 소수파들의 물리력 행사라는 유혹이 더욱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큰 이점을 가지고 있는 토론종결 규칙을 우리 국회와 지방의회에 도입하면 어떨까? 그렇게 하면 특히 물리력 행사가 줄어들지 않을까? 미국과 영국 같은 정치 선진국에서는 물리력 행사 없이 의정 활동이 이루어지는데, 왜 우리는 의정 활동의 추한 모습을 보아야만 하는가? 경제와 산업도 과학과 기술도 예술과 스포츠도 저만치 앞서서 달리고 있는데, 정치와 의회는 왜 이 모양인가? 올해에는 물리력 행사 없는 의정을 보고 싶다.


황수연 (경성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shwang@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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