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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자의 대주주와의 거래제한 문제점


왜 우리나라에는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 같은 세계적인 금융투자회사들이 없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금산분리 원칙에 입각한 과도한 금융규제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제2금융권에 속한 금융투자회사와 보험사에 대해서도 은행과 동일하게 규제하는 현행 법제가 주요 원인 중의 하나라는 지적이 많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8월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는 제2금융권에 속하는 보험사와 증권사를 대기업이 소유함으로써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경제력집중이 심화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당시 금감위는 은행을 대상으로 하던 대주주와 은행 간의 거래제한 규정을 제2금융권에도 확대 적용한 바 있다.


그때부터 보험사와 증권사에 대해서도 은행과 동일하게 대주주가 발행한 증권의 소유를 금지하고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도 막고 있다. 문제는 시장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선진화된 금융제도 정착을 위해 도입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마저도 여전히 대주주의 사금고화와 경영건전성 등을 언급하며 금융투자업자와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간의 거래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제1항 제1호). 즉,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업자가 자신의 대주주가 발행한 증권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있음은 물론이고(제34조 제1항 제1호), 금융투자업자의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주식, 채권 및 약속어음을 소유하는 행위 또한 금지하고 있다(제1항 제2호). 또한 제2항에서는 금융투자업자가 대주주와 그의 특수관계인에게 신용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예외적으로 증권을 소유하거나 신용공여를 할 수 있는 경우에도 미리 이사회 결의를 거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 경우 이사회 결의는 재적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제3항).


결론적으로 우리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회사가 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과 거래를 하는 것을 사전에 금지시키는 사전규제를 은행과 동일하게 적용함으로써 금융투자회사들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투자기관성을 부정하고 있다. 즉, 예금업무를 담당하는 은행과는 달리 다양한 금융상품들을 개발하여 창의적으로 시장의 투자수요를 충족시킬 때 비로소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는 금융투자업자에게 맞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투자업자에게 사금고화 우려 등을 언급하며 고객의 예금을 임치(任置, bailment)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은행의 규제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국내 금융투자업자들의 국제경쟁력만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 같은 세계적 금융투자회사들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법제도를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다만 스탠다드오일사 사건 이후 클레이턴법(Clayton Act)과 맥파든법(Mc Fadden Act)을 통해 1930년대부터 은행에 대해서만 사전규제를 해온 바 있다. 다만,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오바마 정부는 1998년의 금융서비스현대화법을 통해 완화하였던 은행 규제의 부작용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사후감독을 강화하는 금융개혁법을 올해 7월 제정하였으나 이 역시 은행에 대한 사후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현행 금융투자업자에 대한 대주주와의 거래제한 규정은 미국법제 하에서는 볼 수 없는 제도임은 분명하며, 유럽 국가들은 물론이고 일본마저도 우리나라의 자본시장법처럼 금융투자업자의 거래행위에 대해 제한을 가하고 있지는 않다.


이미 세계경제는 WTO 체제 출범 이후 국경 없는 기업 간 경제전쟁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금융산업 역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거대 외국 금융사들이 우리 금융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1980년대의 군사정부 시절 시작된 경제력집중 억제와 금산분리 정책이 21세기를 맞은 지 1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도 여전히 우리 금융산업을 지배하는 금융정책의 큰 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나라에 세계적 금융투자회사가 탄생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참여정부 출범 당시 도입되었던 금융투자업자에 대한 대주주발행증권 소유 금지, 신용공여 금지 같은 구태의연한 사전규제제도의 폐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난 11월 11~12일 우리나라에서 G20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뉴욕타임스는 논평을 통하여 “대한민국이 세계경제의 주역이 되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잘 모르고 있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우리 일반국민만이 아니고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경제 관료는 물론이고 정치권 인사들마저 그런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생각된다. 세계경제의 주역이 된다는 것은 세계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선도능력은 우리 법제도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할 때 비로소 발휘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서둘러 자본시장법 내에 존재하는 1980년대의 유산을 청산하는 금융규제의 개선작업이 필요하며, 그 첫걸음은 대주주와의 거래제한 규정의 개선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기업소송연구회 회장, shchun@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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