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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 Global Focus / 보도자료 / 청년의 소리 / 알기 쉬운 경제상식 &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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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J. Micklethwait & A. Wooldridge(2005): “오늘날 한 나라의 국력은 그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군함의 수가 아니라 그 나라에 내세울만한 민간 기업이 몇 개 있느냐로 가늠하는 게 더 적합하다. 예를 들어 미국은 2001년 기준으로 그런 기업들이 550만 개나 있는 반면, 북한은 하나도 없다. 또한 민간기업의 수가 많을수록 그 나라의 정치적 자유도 높다고 봐도 무방하다.” 1)


6ㆍ25전쟁 당시 UN군 사령관이었던 맥아더(MacArthur) 장군은 “대한민국이 전쟁에서 회복되려면 최소한 100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다. 당시 종군기자로 왔던 영국의 런던타임지 기자는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의 꽃이 핀다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어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며 한국의 미래를 절망적으로 봤다. 부존자원, 자본, 기술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없는 나라에서 전쟁은 그 나마 남아 있는 것도 파괴하고, 나라와 국민을 더 궁핍하게 만들었다. 외국의 구호물자를 받아도 보릿고개를 넘지 못하는 이가 부지기수(不知其數)였다. 묵은 곡식은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 먹을 게 없는 춘궁기(春窮期)는 참으로 태산보다 넘기 어려웠던 시대였다. 경제개발계획이 추진되기 직전인 1961년에는 필리핀만 해도 우리보다 세 배나 잘 사는 선진국이었고 부러움의 대상이었다.2)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저개발 농업국가에서 근대적인 산업국가로 기적처럼 변신하였다. 쓰레기통에서는 장미가 피지 않겠지만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꽃 피우는 기적을 일궈냈다. 2009년 11월에는 OECD 산하의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에 가입하면서 피지원국이 지원국으로 지위를 전환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From Chips To Ships” 말 그대로 반도체 칩에서부터 자동차, 선박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수출을 하는 제조업 강국이며, 2010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7번째로 상품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비약적인 증가를 거듭하여 2만 달러에 이르고, 필리핀을 포함하여 많은 아시아인들에게 대한민국은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가고 싶은 동경의 나라가 되었다. 보릿고개,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이 낱말은 국어사전을 찾아봐야 이해할 정도로 가난의 ‘보릿고개’는 지난 역사가 되었다.


한국 산업 발전과정은 창업 1세대의 도전과 성취 과정


저개발 농업국 상태에서 50년도 되지 않아 선진공업국으로 도약한 한국경제발전의 과정은 기적이다. 부존자원은 물론이고 산업 인프라도 없고, 자본과 기술,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철강, 정유ㆍ화학, 기계, 전기ㆍ전자, 자동차, 조선 등 거의 모든 제조업 분야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나라로 발전한 것은 기적이다. 한국경제의 기적은 저변에 우리 국민의 높은 근면성과 교육열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인적자원 외에는 사실상 아무것도 내로라 할 게 없는 상태에서 선진 공업국으로 도약하는 데에는 개발연대 창업 1세대의 기업가정신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산업 인프라와 자본, 기술을 제대로 갖춘 선진국 기업들도 감히 하지 못하는 대규모 투자를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도전정신으로 불모지(不毛地) 환경에서 감행하고, 온갖 시련을 혁신적인 발상으로 극복하면서 성공에 이르는 과정은 삼성, 현대, LG, SK, POSCO 등 창업 1세대들의 기업가정신을 빼면 설명이 불가능하다. 한국 산업의 발전과정은 이들 창업 1세대들의 도전과 성취 과정이었다.

대한민국 창업 1세대의 기업가정신은 이미 존재하는 생산요소들을 새롭게 해석하여 신제품을 만들거나 또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재결합하여 부가가치를 높이는 차원이 아니었다. 자본, 기술, 주변 인프라, 경험과 같은 주요 생산요소가 부족한 상태, 즉 사실상 무(無)에서 산업을 만들어내는 기업가정신이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의 기업가정신이 높이 평가되고 국내외 경영학계가 연구대상으로 주목하는 것이다. 그런 에피소드는 많다. 현대그룹 창업자로서 지난 3월 21일자로 타계 10주기를 맞은 고(故) 정주영 회장의 경우만 봐도 경부고속도로와 소양강댐 건설 이야기, 미국의 반대를 이겨내면서 1974년 자동차 독자 모델 ‘포니’를 만들어 성공시킨 이야기, 조선소를 짓기도 전에 거북선 그림이 있는 500원짜리 지폐를 들고 유조선 건조 계약을 따내고 1974년 6월에 조선소 건립과 함께 동시에 2척의 배를 성공리에 진수시켜 세계 조선사에 전무후무의 기록을 세운 이야기, 1984년 폐유조선을 이용하여 서산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마무리한 이야기, 일본에 밀려서 다들 안 된다던 88서울올림픽을 성공리에 유치했던 이야기 등등 영웅적 서사시와 같은 사례들이 넘친다.

기업가정신은 경제발전과 사회발전에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산업화에 필요한 기술과 자본, 부존자원이 부족했어도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진취적인 기업가정신이 왕성하게 발현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10대 경제대국으로 발전하고, 더 잘 살려면 기업가정신이 계속 확산되어야 한다. ‘기업가적 발견(entrepreneurial discovery)’이 계속되지 않으면 우리와 똑같은 풀 세트 제조업 구조를 가진 중국에게 금방 추격당하여 지금 가진 세계시장을 잃을 수도 있다. 다행히 이제는 자본도 있고, 기초ㆍ원천기술은 아직 미흡하지만 제조기술, 상용화기술은 많이 나아지는 등 과거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야만 했던 개발연대에 비해 물적 환경도 좋아졌다.

니트족 100만 명 시대… 청년층 기업가정신 약하기 때문

그런데도 기업가정신은 오히려 쇠퇴하고 있다며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과거 개발연대에서 보던 모험투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백수, 이른바 ‘니트족(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NEET)’이 100만 명을 넘어선 것도 청년층의 기업가정신이 약하기 때문이라 한다. 대한민국 창업 1세대들이 20대에 창업했던 것에 비하면 지금 청년 기업가정신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특히 많은 중소기업들이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등 구인난을 겪고 있는데, 이들 중소기업에 취업해서 대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도전정신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에 일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서는 우리나라에 대기업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에 가망이 없다.

기업가정신과 관련, 또 다른 문제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를 갈수록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이 많고 대기업은 적은 편이라 능력 있는 중소기업 중에는 대기업으로 도약하는 사례가 종종 있을 법한데도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제조업 부문에 국한해서 볼 때, 인구 1만 명당 대기업의 수는 우리가 0.07개로, 일본(0.14)의 1/2, 독일(0.21)의 1/3에 불과하다. 반면에 인구 1만 명당 소기업의 수는 우리가 9.7개로 독일의 7.1개, 일본의 5.8개에 비해 월등히 많다.3) 이처럼 중소기업의 개체도 많고, 한계선 위에 있는 중소기업도 있지만 상당히 우량해서 대기업으로 성장할 여지가 충분해 보이는데도 실제 성장 사례는 대단히 희소하다. 왜인가? ‘키우지 못한다’면 몰라도 키울 수 있음에도 ‘키우지 않는다’면 뭔가 단단히 문제가 있음이다. 이와 관련 곧 중소기업을 졸업해야 할 만큼 건실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은경제연구소에서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응답기업인의 55%가 사업 축소나 외형 확대 포기 등의 방법을 동원해서 중소기업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피터팬 신드롬’은 이중적인 기업정책 탓

능력이 있고 성장의 기회가 있어도 중소기업으로 남기 위해 애쓰는 까닭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중소기업이 되면 지원과 보호, 동정을 받지만 대기업이 되면 지원이 끊기는 동시에 질시와 비판, 규제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4) 정부와 사회와의 관계적 측면에서 보면 중소 규모로 남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합리적인 선택인 셈이다. 중소기업으로 계속 머물고자 하는 일종의 기업들의 ‘피터팬 신드롬’은 대기업은 규제하고 중소기업은 지원하는 이중적인 기업정책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 최근 들어 정부는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을 많이 강조한다. 대기업이 좀 더 양보하고 솔선해서 협력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을 지원하라는 압박인데, 기업을 키우지 않는 게 유리한 선택이 되도록 만든 정부정책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기업가정신을 고양시키려 한다면 가장 먼저, 기업을 키우는 게 유리한 선택이 되도록 경제제도의 인센티브 구조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inhak@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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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oday, the number of private-sector companies that a country boasts-the United States had 5 1/2 mill-

ion corporations in 2001, North Korea, as far as we can tell, none-is a better guide to its status than

the number of battleships it can muster. It is also not a bad guide to its political freedom” (p.xx). John

Micklethwait & Adrian Wooldridge, 『The Company-A Short History of a Revolutionary Idea』, Chronic-

les Book, 2005.

2) 1961년도 한국의 1인당 GDP는 91.6달러, 필리핀은 260.2달러였다. 2009년도에는 한국 1만7,078달러, 필리핀

1,752달러이다(자료: World Bank).

3) 2007년 통계, 여기에서 대기업은 종업원 500인 이상 기준이며, 소기업은 종업원 10~50인 기준

4) 이중적 기업정책의 자세한 내용은 음선필 외(2009), 『한국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제도개혁 과제』, 한국제도

경제학회 참조


KERI 칼럼_201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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