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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한류의 엔진


2019년 콘텐츠산업 매출은 125조 4,164억 원으로 전년대비 4.9% 증가하였고 수출은 103억 9,230만 달러로 전년대비 8.1% 증가하였다. 2020년의 경우 상반기까지 집계로 보면 인해 매출은 57조 2.957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9% 감소하였으나 수출은 50억 7,978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4.8% 증가하였다. 코로나19 감염사태로 산업의 전체 매출은 줄어든 상황에서도 수출은 증가하여 해외에서의 한류 붐이 지속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한류의 지속성을 떠받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물론 콘텐츠 자체의 우수성을 우선으로 꼽을 수 있겠지만 질 높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스템 – 즉 콘텐츠기업이 한류의 원천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통상 일반상품의 경우 반도체는 삼성전자, 자동차는 현대차 등 상품과 제조기업이 자동적으로 연상되는데 비해 문화콘텐츠는 콘텐츠와 공연자(가수, 배우, 작가 등)가 매칭되어 연상될 뿐은 콘텐츠 제작기업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이유로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과정에 있어 기업이라는 조직의 역할이 과소평가되거나 또는 아예 무시되는 경향이 있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있어 일반상품뿐만 아니라 문화상품에서도 기업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물론 콘텐츠의 생산, 유통, 소비 과정에서 기업이 거의 관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제작비용이 매우 큰 콘텐츠의 생산이나 콘텐츠의 대량소비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는 매우 어렵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속적’이라는 단어이다. 매우 창의적인 개인에 의해 일회성으로 인기 높은 콘텐츠가 유행할 수는 있겠지만 기업이라는 조직 없이는 대중적 콘텐츠의 지속적인 생산은 매우 어렵다. 콘텐츠 기업은 창의적인 콘텐츠 및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결합하고 전략적인 마케팅을 통해 시장 수요를 창출한다.


예를 들어 근래 세계 음악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K-POP을 보면, K-POP 씬(scene)에서 기획사(Entertainment Company)는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 K-POP이 세계의 여러 음악과 구별되는 뚜렷한 점은 댄스와 비주얼이 중요한 요소로 음악과 결합하면서 하나의 장르로 대중들에게 인식된다는 점이다. 세계시장에서 유통되는 K-POP은 대부분 댄스가 포함되어 있으며 화려하고 높은 수준의 MV(Music Video)가 음악과 댄스를 담아낸다. 이 같은 K-POP의 특징으로 인해 K-POP은 기획사라는 기업조직에 의해 생산요소를 효율적으로 결합하지 않고서는 개인이나 조직화되지 않은 집단에 의해 창조되기는 매우 어렵다. 한국 음악시장에서 최초의 기획사가 설립된 이후부터를 K-POP의 시초로 잡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기업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문화의 영역에 기업이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반발도 심하였다. 대표적으로 과거 대기업의 영화산업 진출이 사실상 허용되지 않았던 사례를 들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영화산업 시스템은 1990년대 중반 대기업의 영화산업 진출 이후로 정착되었다. 그 이전에는 근대적 기업이라고 하기 어려운 소위‘업자’가 산업의 중요한 플레이어로 역할하고 있었다. 결국 생산과 유통을 위한 효율적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결국 기업이라는 조직의 필요성은 일반상품은 물론 문화상품에도 해당되는 것이다. 즉 시장경제를 영위하는 국가에서 기업은 거의 모든 생산활동의 핵심조직이다. 한 나라의 산업에서 기업화가 되지 않은 산업은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농이 부재(不在)한 우리나라의 농업과 대기업이 주도하는 덴마크 농업의 세계시장에서의 위상 차이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성장과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임무이다.


그런 관점에서 현 정부 출범 이래 대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이지 못한 점은 상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대기업은 생산요소의 효율적 결합을 중소기업에 비해 더 잘하는 기업조직이다.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더 잘 하니까 대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므로 대기업에 대한 차별적 각종 규제는 ‘보다 나은 성과에 대한 처벌’과 다름이 없다. 현재 한류를 주도하는 콘텐츠기업도 해당 산업에서는 대기업에 해당된다. 경제력집중을 이유로 이들 한류 대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중소 콘텐츠기업을 인위적으로 성장시킨다면 지금의 문화콘텐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한국경제는 반도체 등 소수의 산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체 수출에서 10대 수출품의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오래전부터 기존 주력산업 외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였다. 문화콘텐츠산업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도 '한류 붐'을 만들고자 한다면 기업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해야 한다. 한류의 성장엔진은 기업(화)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어떤 산업에서든 기업화를 통하지 않고서는 산업의 성장을 이루기 힘들다는 인식도 공유하게 될 것이며 이 같은 인식이 확산된다면 기업에 대한 규제도 자제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tklee@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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