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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합리적 해결방법 모색은 저성과자의 해고요건 완화에서 시작해야


얼마 전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합의 직전에 노동계의 반대로 결렬이 되었다.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의 주된 원인은 경영계와 정부가 취업규칙의 변경요건을 완화하고, 일반해고의 가이드라인을 도입하여 저성과자의 해고요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언뜻 기업이 저성과자의 기준을 자의적으로 설정하여 이를 적용하게 되면 근로자의 해고를 쉽게 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곧 고용불안정이라는 결론으로 치닫게 된다고 보면 노동계의 주장은 일응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 문제를 단순히 저성과자의 보호문제와 연결하여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저성과자의 해고 문제는 우리나라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혁하기 위하여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비정상적인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이 기업의 비정규직의 지나친 의존에 있다고 보고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 및 임금향상을 문제의 해결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임금을 향상시킨다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정규직 전환과 임금 향상에 앞서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정규직의 고용경직성, 즉 정규직의 과보호 문제의 해결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즉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규직의 과보호와 연공급에 따른 임금인상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 중 정규직 과보호의 문제는 “고용보장”에서 시작된다고 할 것이며, 이는 근로자 보호를 위해 해고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에서 비롯된다고 할 것이다. OECD 역시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활용 증가원인이 정규직 과보호에 있으며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은 정규직 고용시장에 대한 검토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 점 역시 같은 이야기 일 것이다.


기업은 근로자로부터 근로를 제공받고 근로자는 기업으로부터 근로제공에 대한 대가로 임금을 받게 된다. 기업은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함에 있어 근로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성과로 연결되기를 바라게 된다. 즉 사용자가 근로계약에서 약속된 임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근로자 역시 양질의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다. 그러나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별다른 귀책사유는 없지만 부족한 능력으로 인해 계속적으로 성과가 나오지 않는 근로자까지 해고규제라는 보호범주에 두게 된다면 노동시장은 정규직을 중심으로 더욱 경직화 될 수밖에 없다.


물론 현행 해고제한 제도 하에서도 해석상 근로자의 능력과 적격성이 없는 것을 이유로 한 해고는 유효하다고 해석된다. 하지만 실제로 법원은 근로자에게 유리한 사정을 가능한 한 고려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해고가 유효하다고 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저성과자에 대하여 해고요건을 완화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선 해고의 유형을 구분하여 해고에 대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규정하고, 선진국의 해고제도를 벤치마킹하여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해고제한규정(제23조 제1항)은 해고를 징벌의 하나로 기술하고 있어 통상해고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법적 공백상태이므로 통상해고의 원칙 규정을 독일의 해고제한법과 같이“사용자는 계속 고용을 기대할 수 없는 근로자의 일신상의 사유 내지 행태상의 사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라고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통상해고 유형을 우선 구분하고 정부 차원에서 통상해고의 유형과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 지침 또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함으로써 해고의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저성과자의 범위를 근로자의 노력이나 의지와 관계없이 능력부족이나 적격성 결여에 기인하여 근무성적이 지속적으로 불량한 자로 한정하고, 이러한 저성과자를 해고함에 있어 독일의 변경해고제도를 도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변경해고(Anderungskundigung)제도란 사용자가 근로관계의 해지와 함께 변경된 근로조건의 내용으로 근로관계를 존속시키고자 하는 청약을 하고, 만약 이를 근로자가 거부하는 경우에는 근로관계가 해지되도록 하는 제도이다. 즉 사용자 입장에서는 인력관리를 유연하게 할 수 있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근로조건이 다소 불리하게 변경된다고 하더라도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보여지며, 정규직 과보호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 즉 사용자가 해고와 함께 새로운 근로조건 하에서 근로관계를 계속할 것인가를 근로자에게 제안하는 변경해고를 규정함으로써 직무능력이 부족한 저성과자의 경우 1단계에서 변경해고가 적용되도록 하고, 변경해고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 2단계로 통상해고 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된다.


지금의 우리 노동시장은 정규직을 중심으로 경직되어 있다. 그러므로 사용자가 비정규직을 선호하면서 이들을 사용하여 기업의 운영을 탄력적으로 하려고 하는 것은 사용자 입장에서 당연한 일이고, 이런 상태로 계속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 역시 당연한 일일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들도 노동시장의 규제완화, 해고보호 완화 등을 통해 노동시장의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때이다.


김희성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heesungk@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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