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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기업화가 살 길이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업이 세상의 근본이라는 말이다. 누구도 내놓고 부인하기 힘든 말이지만 요즘 세상에 정말 그렇다고 믿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천하지대본이 아니라 오히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산업이 되어 버린 느낌마저 든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설 수 없어서 높은 장벽 안에서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다른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보조금을 줘야만 채산성을 맞출 수 있는 산업, 서민들의 생계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산업이 바로 농업이다. 그러나 농업도 얼마든지 제조업이나 건설업처럼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주고 근로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나라에 세금으로 기여하는 산업이 될 수 있다. 네덜란드ㆍ덴마크ㆍ스위스의 농업이 좋은 사례이다. 이 나라들은 열악한 자연환경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생산성 높은 농업을 만들어냈다. 우리라고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


우리 농업이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은 지난 50년간 제조업과 건설업의 발전 경로를 생각해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건설업을 예로 들어보자. 지금 한국의 건설업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가장 어려운 공사를 한국 기업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하지만 원래 그랬던 것은 아니다. 오죽했으면 장충체육관 하나를 짓지 못해서 필리핀의 기업에게 부탁을 했겠는가. 그것이 불과 48년 전인 1962년의 일이었다.


그 당시에는 사실 말이 건설업이지 대목장, 소목장이라고 불리는 장인들만 존재했을 뿐이었다. 요즈음으로 따지면 기술자들이다. 예나 지금이나 장인들에게서 기업가적 사고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장인들은 대개 엔지니어적 사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사고, 기술적으로 완전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인 것이다. 고객의 취향은 어떤지 시장상황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등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런 장인들을 움직여서 산업의 역군으로 탈바꿈시킨 것이 기업가들이다. 현대건설이나 대우건설 같은 기업들은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60년대가 지나서야 비로소 그런 기업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조선 500년 동안 사농공상의 계급체제를 통해 기업가가 나오지 못하게 막았기 때문이다. 해방과 더불어 자리 잡은 자유경제 체제는 기업가가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기 시작했다. 그런 여건 속에서 정주영ㆍ이병철ㆍ김우중 같은 사람들이 모험적인 사고와 고객 지향적 태도로 비즈니스를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은 현상유지에 만족하곤 한다. 그러나 가끔은 이례적으로 도전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며, 그런 사람들은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웅대한 목표에 도전을 해나간다. 그리고 그것이 성공하면 커다란 기업을 만들 수 있다.


흔치 않은 것이 기업가이지만 그들의 세상에 대한 기여는 막대하다. 그들이 이끄는 기업은 많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제품으로 도움을 주며 근로자들에게도 새로운 일자리로 제공한다. 기업가의 성공은 단순히 자기 기업의 확장을 통해서만 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새로운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기 시작하면 모방과 경쟁과정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저 사람이 저런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었으니 나라고 못할 이유가 없어.” “저 사람이 저렇게 성공하고 있는 데 나만 가만히 있다 보면 도태될 것이 분명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들이 퍼져나가기 시작하면서 산업은 발전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건설업의 태동기에도 그랬고 중동으로의 해외건설 진출 당시에도 그랬다.


우리 농업도 얼마든지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건설업만 기업가 정신이 통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현대건설이나 대우건설처럼 세계적 건설기업들을 만들어 냈듯이 농업에서도 ‘현대농업,’ ‘대우농업’이 나올 수 있다. 아직 그런 기업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법과 제도와 인식이 농업 기업의 등장을 막아왔기 때문이다.


가장 큰 장애요인은 농어민이나 농ㆍ수협 관련 단체가 아니면 농수산기업을 설립할 수 없다고 하는 규제이다. 생각해 보면 터무니없다. 목수가 아니면 건설 회사를 세우지 못한다고 건설업을 규제하는 격이다. 그랬더라면 한국 건설업이 지금처럼 세계 최고수준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농어민만이 농수산기업을 세울 수 있다는 규제는 농업에 기업가정신이 발휘될 여지를 없앴다. 사실 이런 규제는 농업만의 것이 아니었다. 의사가 아니면 의료법인을 만들 수 없다는 것도 그런 내용이다. 기업은 학교를 만들 수도 없고, 방송국을 만들 수도 없다는 등의 규제도 같은 사고의 소산이다.


최근 정부는 농업에 대해서 만이라도 그 같은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농어민이 아니더라도 농수산기업을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게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새로 설립된 농업 기업들을 통해서 지금까지는 주로 수입을 해오던 중국에도 우리의 농수산물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네슬레, 타이슨 푸드나 켈로그 같은 세계적 식품기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뜻을 품었다고 실천이 가능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농민과 농민단체들의 반발도 걱정된다. 농민들은 기업이 농업 부문에 진출하는 것을 일종의 침략으로 생각해 왔다. 기업이 농업에 진출하면 농민들의 설 땅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실상은 오히려 그 반대인데도 그런 생각이 농민들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음이 안타깝다.


건설회사들이 생겨서 건축물의 품질이 좋아졌고 수많은 건설기술자들의 소득이 올라갔다. 자동차 기업이 생겨서 좋은 자동차를 탈 수 있고 자동차 기술자들의 삶이 좋아졌다.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농산물을 싼 값에 공급하고 농민들에게는 높은 삶의 질을 제공하는 농업기업이 우리나라에도 여럿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kch@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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