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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정책, 정치적이면 안되는 이유


정치적 뉴타운... 열풍이 역풍이 되어 돌아오다


2000년대 중반 부동산 시장과 정치권을 뜨겁게 했던 뉴타운 열풍이 정치적 역풍이 되어 돌아왔다. 2002년에 서울시에서 시작된 뉴타운 사업은 처음에는 시범사업 3개 지구에서 출발하였다. 당시에는 ‘뉴타운’ 이라는 명칭이 법적 근거 없이 서울시 조례로 사용된 터였다. 그러다가 뉴타운 시범사업이 나름대로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자 2003년 11월 서울시는 추가로 12개의 2차 뉴타운 사업지구를 지정 발표하였다. 지구지정을 요청하는 지자체의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자 2004년 제17대 총선은 “뉴타운 지구 지정”이 핫이슈였다. 후보자들은 앞 다투어 뉴타운 지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에는 뉴타운 사업지구로 지정되면 토지와 주택가격이 급등하였기에 유권자들의 요구는 매우 높았다. 뉴타운 후보지역들은 대부분 부동산 경기 호황의 그늘에서 관심을 받지 못했던 지역이었다. 그래서 ‘뉴타운’은 자산가격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희석시키는데 매우 유효했다. 이런 열망으로 뉴타운 사업은 2차 사업지구를 지정한지 2년 만에, 17대 총선이 끝난 지 1년 만에 다시 11개의 3차 대상 사업지를 선정하기에 이른다. 그 후 뉴타운은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 지방 광역시에서도 주요한 이슈가 되었고 뉴타운 사업에 부정적이던 참여정부 역시 2005년 8.31대책을 계기로 뉴타운을 법의 테두리 안에 포용하게 된다. 지금의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일명 뉴타운 법)」은 바로 서울시 뉴타운을 일반적인 재정비 사업의 하나로 수용한 법률이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우후죽순으로 일시에 뉴타운이 지정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었다. 그러나 정치와 결합된 뉴타운 지정 열풍은 과열된 엔진처럼 멈출 줄을 모르고 그 속도를 계속 높여갔다.


제18대 총선에서도 뉴타운은 정치적 관심사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침체된 부동산 경기 상황과 새정부 출범으로 기존의 뉴타운 관련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불과 4년이 흐른 2012년 제19대 총선은 비록 열기는 이전과 같지 않지만 뉴타운 이슈는 “지구지정 취소와 사업중단” vs. “공공기반시설의 비용의 공적 지원”, 쉽게 말해 『멈춤(Stop) vs. 전진(go)』이라는 다소 대립되는 공약으로 재등장하였다. 표면상으로는 대치되어 보이지만 이는 모두 중앙정부의 재정부담을 전제로 한다는 측면에서 동일하다. 전자의 경우 사업취소에 따르는 매몰비용을 정부가 지원해 달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이번 선거는 사업추진을 원치 않는 세입자와 사업추진을 원하는 소유자간의 표 대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촉발되었던 뉴타운 버블은 또 한번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그 종말을 맞고 있다. 다음 선거에서는 무엇이 이슈일까?


뉴타운 출구전략의 진정한 의미는 정치적 탈출....


노후주택의 정비는 개인의 문제를 떠나 지역과 도시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지자체나 중앙정부의 재정 한계상 대규모 개발사업에 편승해서만 지역 공공서비스나 인프라를 확충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2010년 현재 전국적으로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 수는 약 130만 호에 이른다. 그러나 이 숫자는 2015년에는 약 250만호, 2020년에는 약 400만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향후 우리가 맞이하게 될 노후주택의 정비는 지금과는 다른 목표와 사업환경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노후주택 정비의 목표는 더 이상 자산증식이나 규모 확대가 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경기나 인구구조 측면에서 볼 때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2020년까지 우리나라는 일반 주택에서 탄소배출을 약 2,360만 톤 정도 감축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갖고 있는 계획으로는 이의 1/10 밖에 달성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 시기 노후 주택의 개보수는 탄소배출 저하와 에너지 효율화가 주된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둘째, 사업 환경의 변화이다. 이미 나타나고 있지만 주택재정비 사업에서 부동산 경기를 활용하는 경기 의존적 사업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아울러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노후주택의 소유자가 모두 고령화되고 있어 장기간에 그렇게 많은 추가부담금을 지불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은 뉴타운 사업 지역 내 세입자들의 주거권 보호가 문제이지만 앞으로는 더 이상의 추가부담능력이 없는 고령의 주택소유자들까지 문제가 될 것이다. 즉 주택재정비 사업을 위한 재원조달이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택재정비사업은 지역경제의 일자리 창출과 연계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와 이동의 감소로 인해 점점 도시의 활력이 저하될 것이기 때문에 주거지 재생은 곧 도시재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에 의존하고 정치 파도에 휘둘렸던 뉴타운 사업은 언젠가는 정상화되기 위한 “고통의 과정”이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따라서 현재 뉴타운 사업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는 우리 모두가 감내해내야 하는 하나의 과정이다. 다만 뉴타운이라 불렀던 노후주택과 도시의 재생이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구가 고령화되고 부동산 경기가 더 이상 긍정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노후주택을 정비하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러므로 “뉴타운 출구전략”의 진정한 의미는 ‘정치적 탈출’에 두어야 한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hakim@cerik.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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