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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상저하고(上低下高)의 성장흐름을 기대하며


상반기보다 하반기 성장률이 더 높음을 표현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국내외 경제연구소들이 2011년, 2012년 경제전망 시 사용한 경기회복의 희망을 담은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성장률이 2011년 상반기 3.8% 하반기 3.4%, 2012년 상반기 2.3%, 하반기 1.5% 로 나타나면서 전망하는 사람들에게 이제는 굴욕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올해 또 용감하게도 상저하고 전망이 이야기된다. 세계경제 최대 악재인 유럽 재정위기가 점차 수습될 것으로 기대되는데다 미국과 중국경제의 회복속도도 빨라지는 등 대외여건 개선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2012년 하반기 성장률이 1%에 그친 기저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삼세판 만에 상저하고의 전망이 성공할까? 불행히도 성공을 확신하기에는 대내외 불확실성과 위협 요인들이 만만치 않다.


상저하고의 낙관적 전망을 방해하는 요인들


첫째는 대외여건의 개선과 관련된 전망이 다소 낙관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3년 세계경제성장률을 3.5%로 2012년 보다 높게 전망하고 있지만 지난 해 7월 전망치(3.9%) 이후 두 번이나 하향 조정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전제조건인 유럽재정위기 수습, 미국 재정절벽 타결도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유럽 재정위기가 수습 쪽으로 가닥을 잡더라도 재정긴축에 따른 실물위축은 당장 올해 유럽을 포함한 세계경제의 위축요인임은 분명하다. 또한 2011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2012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위기 등처럼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나타나지 않으란 법도 없다.


둘째는 다행히 대외여건이 회복 시나리오로 간다 해도 과연 우리 수출이 과거처럼 두 자리 수대의 증가세로 호조를 보이겠냐는 점이다. 중국 등 신흥국의 추격전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원고에 엔저까지 겹치면서 일본과의 수출경쟁도 버거워지고 있다. 최근 G20회의에서 보았듯이 환율전쟁 대응책에 선진국들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자국 제조업을 보호하려는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의 새 지도부의 성장전략이 수출에서 내수활성화로 무게중심을 이동한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는 중간재와 자본재 등을 위주로 하는 기존 대중수출이 급격히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외여건 개선이 자칫 ‘속빈강정’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셋째, 내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약 1천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의 상환부담은 가계소비 최대 압박요인이다. 수도권의 전세가/매매가 비율이 최소 과거 고점인 70%선으로 수렴할 때까지 전세금은 높아지고 집값은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다. 저성장국면이 이어지면서 고용증가세도 둔화되는 추세에 있다. 지난해 3/4분기 평균 소비성향(처분 가능 소득에서 소비지출을 차지하는 비율)이 역대 최저치로 하락한 것을 보면 소비위축이 구조적인 국면에 진입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대선에 따른 정책리스크는 완화되었지만 경기불확실성에 경제민주화 논의가 겹치면서 올 기업 설비투자도 부진해질 수 있다.


규제완화와 기업들의 투자마인드 촉진이 상저하고 전망을 유지하는 관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팀도 속속 진용을 갖추어가고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아직은 상저하고의 성장흐름을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따라서 올 경제정책은 수출, 소비, 투자 모두 총체적 부실에 빠지는 상황을 막는 데 역점을 두어야한다.


첫째, 수출의 견조한 증가세가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글로벌 저성장 국면은 외생변수로서 우리가 컨트롤 하기는 어렵지만 환율이나 자금흐름의 변동을 제어함으로써 수출위축요인에 대응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의 성장전략 변화에 맞춰 대중수출에서 최종소비재 비중을 높이는 구체적인 전략수립이 필요하다. 둘째, 우리의 노력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내생변수인 소비, 투자의 회복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 지체없이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써야하지만 통화 및 재정정책은 효과나 여력 측면에서 제한적이다. 기준금리의 경우 공공요금 인상 등의 파급효과 등을 감안할 때 많아야 1~2차례 인하여지가 있고 재정정책도 재정건전성을 고려할 때 적극적인 확대정책이 쉽지 않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우선은 가계부채 해소를 위해 가계부채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부동산 가격하락 방지에 과감하고 파격적인 정책 대응을 해야 한다. 총부채상환비율(LTV), 주택담보인정비율(DTI) 규제완화는 물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도 폐지해야 한다. 투자회복을 위한 투자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과감한 규제완화와 더불어 기업가정신의위축을 방지하는 것이 시급하다. 경제민주화 등으로 기업들의 투자마인드가 더 위축된다면 상저하고의 성장전망은 정말 물 건너갈지도 모를 일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kcb@keri.org)


KERI 칼럼_201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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