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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혁기, 불황 이후를 대비하는 한국형 비즈니스 모델


“퀄컴이 게임기를 만들고, IBM은 배터리를 만들겠다고 뛰어들었습니다. 과거엔 상상할 수 없었던 영역파괴가 시작됐습니다.”


이는 얼마 전 매일경제신문 1면 톱기사1)에 인용된 첫 문장이다. 조지프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가 산업 전반에 일어나고 있으며, 기업들은 단기적 불황 극복에 그치지 않고 미래경쟁력을 창출하는 자신만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이 어느 때보다 시급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경쟁력의 주요 인자


한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은 종종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여 있는 ‘넛크래커’나 ‘샌드위치’에 비유되곤 했다. 이를 제품의 구성요소 간 인터페이스(Interface)의 정밀도를 중시하는 아키텍처 이론에 의해 비교하면, 한·중·일 경쟁력의 차이는 기업 간 관계(Business Relationship)에 있어서의 협력의 정밀도의 수준 차이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기업 생태계는 일본의 그것에 비해 기업 간 가치사슬(Value Chain)에 있어서 틈새가 벌어져 있으며, 중국은 급속하게 이를 보강하여 한국을 매우 빠르게 따라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틈새 경쟁력, 인터페이스의 정밀도를 높이는 연결 경쟁력의 수준이 향후 우리 기업 나아가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주요 인자 가운데 하나가 될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경쟁력에 관한 일본의 한 조사결과는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지난 2004년 일본 경제산업성 주관으로 일본 내 자동차, 전자 등 173개 조립제품과 석유화학, 제철 등 81개 프로세스 산업을 대상으로 한 아키텍처 특성과 관련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주변기기와 인터페이스를 고려하여 정밀도가 뛰어나도록 제품이 설계되고 생산될수록 국제무역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2)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이러한 연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지난 수년간 계속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가치사슬 간의 협력을 통한 기업의 역량강화 노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완성업체와 부품·소재기업 간의 협력의 형태로 증대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대기업과 1차 협력 중소기업과의 관계만이 아니라, 가치사슬 전반이나 2차·3차 벤더로의 협력으로 확산되고 부품·소재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물론 이는 완성업체나 대기업 혼자 힘으로 해결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며, 공급사슬에 있는 부품·소재기업, 중소기업 등 관계 플레이어들과 정부 및 이해관계자 등 공동체 모두의 공유지식의 진화 등과 더불어 해결을 모색할 수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중심자(Keystone) 전략: 플랫폼(Platform) 리더십


기업역량 및 경쟁력 제고와 관련하여 애플·마이크로소프트·노키아 등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펼치고 있는 플랫폼3) 전략(Platform Leadership)은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강화하며 앞으로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나가는데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이들은 시장에서 선택받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에 구현되는 아키텍처(Architecture)의 경쟁력을 끊임없이 확보, 유지·발전시켜 나가야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보다 다양해지고 있는 소비자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플레이어들과 협력할 수 있을 때, 따라서 자신만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의 혁신 역량과 결합되고 연계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핵심 허브 기능을 수행하며 멤버 플레이어들이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 이들 기업에게 제공하여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찾아들 수 있도록 한다.

기업생태계 멤버 기업들은 이러한 솔루션을 공유할 수 있으므로 꽃을 찾아드는 꿀벌과 같이 수많은 플레이어들(players)이 찾아들며 이를 가치 창출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시에 자신들은 허브기능을 수행하는 중심자 기업(Keystone)으로서 플랫폼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건강한 기업생태계를 설계하고 관리함으로써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건강한 꿀벌(플레이어)들이 수없이 날아들어야 꽃(플랫폼)은 왕성한 수분활동을 하여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듯이 중심자 기업(Keystone)과 멤버 플레이어들은 건강한 기업생태계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 나갈 수 있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로서 애플의 아이팟(iPod)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아이팟은 아이튠즈(i-Tunes), 아이카(i-Car), 아이폰(i-Phone)과 같은 소프트웨어, 서비스, 하드웨어 등을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를 강화함으로써 사용상의 가치창출을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MP3을 축으로 휴대폰, 음원제공자, 호텔 룸에 배치된 애플 아이팟(iPod) 도킹 오디오 시스템 등을 연결하는 후방기업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처럼 애플사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후방 기업생태계의 구성원들을 유기적으로 조합하고 있으며, 이들과의 공통의 인터페이스 집합(set of interface)을 바탕으로 기업생태계를 관리하고 있다. 한편 기업생태계 구성원들은 이들 인터페이스들을 일종의 도구(toolkit)로 활용하여 자신의 제품을 구축하고 이를 가치창출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 결과 아이폰에 핵심기술,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샤프 등의 마진율은 10% 미만이지만 플랫폼의 중심자(Keystone)4)로서 다양한 파트너들을 통합, 활용한 아이팟의 마진율은 55% 이상에 이르고 있다.5)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 생태계(software ecosystem)의 핵심적인 허브중의 하나로 기능하면서 기업생태계 전체의 건강성을 관리하며 경쟁력을 확보해 나감으로써 파트너 기업들이 시스템 통합업체(System Integrators) 등 32개 섹터에 걸쳐 총 3만8천여 파트너업체들로 구성된 기업생태계로 발전해나가고 있다.6)


<그림>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성

글로벌 네트워크형 산업모델이 부상하면서 이와 같은 기업생태계 전체의 건강성에 연계된 경영전략을 추진하지 않고는 지속적인 성장을 실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경쟁자(competitors)와 바이어(buyers)가 주된 관심이었지만, 지금은 외부기업(external firms)이나 예상되는 공급업체(suppliers)의 혁신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들이 직면한 이러한 경영환경은 1차적으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 인텔, 마쓰시타 등 IT, 전자 등 하이테크 산업의 글로벌 기업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더욱 명백해지고 있는 사실은 이러한 산업과 영역들이 증대하고 있으며, 이는 MP3, 휴대폰 등 IT기기들뿐만 아니라, 예컨대 수세기동안 역사를 갖고 있는 자전거, 자동차, 냉장고, 라디오, 컴퓨터 등 여러 형태의 복합제품들(complex products)의 경우 유사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7)

플랫폼 리더십의 시사점

이러한 플랫폼 리더십이 갖는 함의는 여러 가지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주요 특성을 요약하면 관심의 영역이 내부세계만이 아니라 외부세계, 닫힌 세계에서 열린 세계 또는 열린 생태계로 이동·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기업 내부의 혁신에 중점이 주어졌다면 지금은 ‘나’와 연계된 기업과의 인터페이스가 중요해지고, ‘나’만의 효율성이 아니라, ‘나’와 연계된 생태계 전체의 효율성, 이들의 혁신역량이 함께 중요해지고 있다.

내부성의 관점을 넘어서서 ‘정(正)의 외부성’의 활용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외부성을 지배(dominator)하거나 훔치려(landlord)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지휘하는(keystone) 능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글로벌 네트워크형 산업모델로서의 혁신역량이 강조되면서 플랫폼 기업 또는 대기업의 디자인, 기술, 지식, 브랜드와 같은 ‘정(正)의 외부성’이 관련 플레이이들, 틈새기업(niche players), 중소기업들에게 흘러들게 하는 동시에, 이들 관련 틈새 플레이어나 중소기업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정(正)의 외부성’이 플랫폼 기업 또는 대기업에게 흘러들어올 수 있도록 열린 생태계를 설계하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의 유무가 경쟁력 확보의 주요 인자가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 즉 내부성·폐쇄성에서 외부성·개방성으로의 관점의 이동은 기업 간 관계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노(勞)와 사(使) 등 우리 경제사회의 여러 이슈와 관련한 솔루션을 모색하는데 적지 않은 의미를 제공할 수 있다. 기업 간 갈등의 폐쇄적 관계가 아니라 협력의 개방적 관계로 변화시키는 리더십은 노(勞)와 사(使)의 관계를 비롯한 제반 문제를 풀기 위한 우리 사회의 리더십의 방향을 시사해 주고 있기도 하다.

불황과 위기는 새로운 트렌드의 호황과 기회의 움이 돋게 하는 토양이다. 지금의 위기가 물고기를 낚는 방법,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에 대해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고, 나아가 우리의 역량과 변화하는 환경에 적합한 한국형 비즈니스 모델이 다듬어지고, 이에 적합한 정책모델도 함께 모색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강호영 (한국경제연구원 전문위원, jhkang@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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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일경제 1면(2009. 7. 4), “IBM-차세대 전지, 노키아-넷북, 퀄컴-게임기...글로벌 기업들 영역파괴 바람,”

제하의 기사

2) 김기찬, “틈새관리가 경쟁력이다,” 매일경제 [매경춘추](2007. 8. 31)에서 재인용

3) 플랫폼(Platform)은 기업생태계의 멤버들이 접촉점(contact points)이나 인터페이스(interpaces)를 통해

이용가능한 중심자 기업(keystones)이 제공하는 솔루션의 집합(a set of solutions to problems)이라 정

의할 수 있다. Marco Iansiti & Roy Levien(2004), The Keystone Advantage: what the new dynamics

of business ecosystems mean for strategy, innovation, and sustainability,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p.44 및 Figure 3-1, p.45 참조

4) 김기찬(2009)은 핵심자, 지휘자 또는 인터페이스 쇄기돌 등으로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다: 김기찬(2009),

“기업생태계 관점에서의 연구개발 전략과 플랫폼 리더십: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과 R&D에의 시사,” 중소

기업연구 제31권 2호 2009년 6월(Vol.31 No.2), 중소기업학회

5) 위 김기찬(2009)에서 인용

6) 위 Marco Iansiti & Roy Levien(2004), p.45

7) Annabelle Gawer & Michael A. Cusumano(2002), Platform Leadership-How Intel, Microsoft, and

Cisco Drive Industry Innovation,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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