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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문제도 자율화로 풀어야


해마다 봄철이 되면 대학가에는 등록금 분쟁이 찾아온다. 개나리꽃이 필 때 시작된다고 일부에서는 ‘개나리 투쟁’이라는 애칭(?)까지 붙여 부른다. 올해도 예외 없이 많은 대학에서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령하고, 수업을 거부하며 거리로 뛰쳐나가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예식장에까지 등록금 동결 피켓이 등장하는가 하면, 심지어 스스로 목숨까지 버리는 안타까운 사건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투쟁이 너무 잦다 보니 요즘에는 언론의 관심도 크게 끌지 못한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재집단인 KAIST 문제보다 훨씬 큰 사회적 파장을 가져 올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어떤 시민단체의 조사에서는 무려 60%의 대학생이 등록금 때문에 자살충동을 느꼈다는 충격적인 결과도 있다. 사회적 차원에서도 한 해 1천만 원이 넘는 등록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그렇다고 캠퍼스의 분규가 대학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등록금 부담이 고통스럽다는 학생들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대학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등록금 의존율이 65%가 넘는 한국 대학의 고뇌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물론 사회여론도 결코 대학에 우호적이지 않다. 국회는 기상천외한 등록금상한제까지 제정했고, 언론마다 비싼 등록금과 미흡한 대학경쟁력을 질타하고 있다. 등록금 논란이 국민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대학은 곳곳에서 공공의 적으로 몰매를 맞고 있는 셈이다. 어떻게 이런 악순환에서 탈피할 수 있을까?


직간접적인 등록금 규제는 경쟁력 향상에 걸림돌


우선 정부가 강력하게 등록금을 규제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물론 이미 등록금상한제가 도입되어 올해의 경우에는 소비자물가를 감안한다면 5.1%까지 인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등록금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대학들은 5.1%는커녕 2% 내외의 인상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따라서 법으로 정한 상한제는 이미 실효성이 없는 셈이다. 그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의 인상조차 큰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상한제로도 제대로 등록금을 규제하기 힘드니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여 등록금의 인상을 막고 있다. 대학평가에 불이익을 준다든가, 다른 재정지원 사업에 감점을 주는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등록금을 안정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피상적으로 보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에 반기를 들고 사회정서에 반하여 등록금을 대폭 인상하려는 대학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학의 관점에서는 등록금을 대체할만한 마땅한 재원조달 방안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등록금의 인하가 곧 대학에 대한 투자의 감소로 이어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학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외국대학과의 경쟁에서 밀려나기 마련이다. 지금도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더 좋은 교육여건을 국내보다 훨씬 더 비싼 등록금을 지불하면서도 더 좋은 대학을 찾아 해외로 빠져 나가고 있는가.


가장 중요한 과제는 등록금의 절대 수준보다는 우리도 선진국 수준의 명문을 육성하고, 그런 대학에서 누구나 등록금에 구애받지 않고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다. 무조건 등록금 수준을 낮게 유지한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아이비리그와 같은 명문을 만들어 우리도 해외로부터 유학생을 받는 수준으로 발전해야 하는데,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재정여건이 어려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면서 대학에 대한 투자는 더 확대하게 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대학 재정과 등록금 문제를 대체로 세 가지 형태로 해결한다. 다양한 학자금 보조제도로 학생들을 돕기도 하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자체기금을 조성하여 운영하기도 하며, 정부가 대학에 직접적인 지원을 하기도 한다. 우리 경우는 어떠한가. 세 가지 모두 열악하기만 하다. 정부의 직접적인 대학 지원은 미미하면서도 대학의 자율화에는 소극적이고, 그렇다고 다양한 등록금 지원제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 결과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 세계적인 대학 하나 없고, 우수한 인재는 모두 외국대학에 빼앗기며, 등록금에 목숨을 거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어느 나라에서 이렇게 참담한 현상을 찾아볼 수 있겠는가. 서울보다 작은 싱가포르나 홍콩보다도 훨씬 더 열악하다. 한국의 대학들은 개나리가 필 때마다 애꿎은 학생들과 등록금 내홍을 겪으며 현상유지에 급급할 뿐이다.


대학 정책 개선하고 학자금 융자제도 다양화할 필요


이런 악순환의 고리에서 탈피하려면 이젠 정부가 정책을 바꿔야 한다. 정부의 선택은 매우 단순할 수도 있다. 적극적으로 재정을 지원하든가 아니면 경직적인 규제를 풀어 자율적으로 재정을 확충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자율화를 확대하면 대학마다 다양한 재정보완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학자금 융자제도를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대학의 궁극적인 사명을 생각하면 이런 정책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대학은 당연히 미래를 이끌 전문 인력을 양성하여 국가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또한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대학의 경쟁력이 곧 선진화의 관건이라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중국과 같은 개도국도 국내총생산(GDP)의 2.5%를 대학에 투자하여 세계 명문을 육성하고 있는데, 우리는 적어도 GDP의 1%라도 투자해야 하지 않겠는가. 실제로 4대강 사업이나 신공항과 같은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보다 대학의 육성이 훨씬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교육과 의료 등 소프트 인프라가 주도하는 지식경제 시대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최근 연구에서 대학경쟁력의 핵심요소를 우수한 인력과 재정여건, 정부의 규제환경 등 세 가지로 지적하고 있다. 재정은 풍부할수록 좋고, 규제를 풀어 폭넓은 자율성을 주라는 것이다. 한국의 그 많은 대학 중 KAIST와 포스텍만이 세계 수준으로 평가받는 것도 결코 재정여건과 무관하지 않다. 세계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만 하고, 그 방안을 대학의 자율화에서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정갑영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jeongk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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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내용 필자의 동아일보 칼럼(2011. 4. 22)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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