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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리콜사태로 본 지속가능발전 기업의 조건


최근 도요타자동차의 리콜 사태는 아무리 잘 나가는 기업이라도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를 소홀히 대하고 제대로 된 위기관리체제를 갖추지 못하면 기업의 지속가능성장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불과 몇 개월 전만하더라도 도요타자동차는 생산방식(Toyota Production System, TPS)과 품질관리, 대ㆍ중소기업 협력 사례 등으로 찬사를 받아왔으며 많은 기업들과 전문가들이 도요타 방식을 배우기 위해 노력해 왔다.1)


그러나 도요타자동차는 일련의 자동차부품 결함 등과 관련한 리콜 사태와 진정성이 결여된 허술한 대처로 주가가 폭락하고, 세계 최고기업으로서의 명성과 이미지가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앞으로 한동안 도요타자동차가 종전의 명성과 이미지를 되찾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번 떠나간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고객만족경영을 최우선으로 강조해 오던 회사가 소비자를 기만하고 소비자의 안전보다는 자사의 이익추구에만 급급했다는 인상을 준 것은 도요타자동차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도요타의 최근 제품 결함ㆍ리콜 일지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도 도요타자동차의 불행이 남의 일로만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과거 행태에 비추어 볼 때 지금까지 운이 좋았다고 안도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아무리 잘 나가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실수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이한 위기 대처방식에 비추어 볼 때 도요다자동차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국내 기업 중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기업은 성장하는 동안에 다른 한편에서는 자만심과 사소한 것에 소홀해 지는 나태함이 독버섯처럼 자라는 법이다. 통상 기업의 평균 수명은 30년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외부의 경쟁압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큰 요인은 기업 내부의 경직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와 위기관리능력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실패 기업 사례들은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일본 최대의 우유업체인 유키지루시유업(雪印乳業)의 자회사 유키지루시 회사의 경우 일본 내 햄ㆍ소시지 시장의 86%를 차지했던 최대의 식품회사였다. 그러나 2000년대 사상 최악의 식중독 사고가 터졌고 광우병 파동 이후 수입소고기를 국산용으로 위장하려다 발각된 사건에 경영진이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하였다가 악덕기업으로 몰려 파산하였다.2) 이 기업의 파산사태는 기업의 솔직하고 신속한 위기관리가 얼마나 중요하며, 주가관리에만 연연하여 소비자를 무시하는 기업의 태도나 행위를 시장이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이다.

지난날 도요타 생산방식의 핵심은 고객의 요구에 즉각 반응하고 팔리는 만큼 만들어낸다는 원칙하에 품질ㆍ납기ㆍ가격 면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여 반드시 이익을 낸다는 것이었다. 또한 생산단위당 원가를 낮추기 위해서 작업을 단순화하고 표준화했다. 이를 위해 구성원들은 물론 협력업체들도 끊임없이 개선노력을 했다. 이것이 바로 도요타의 핵심역량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도요타 정신이 기업의 의사결정과 실행과정에서 정책목표가 서로 충돌하거나 조직구성원이나 공급망에 있는 협력업체들이나 이해관계자들이 상생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힘들게 만드는 한계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협력업체 등과의 갈등요인이 잠재된 상태에서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이해관계자 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이 나타나게 되어 소비자의 눈에는 이러한 기업의 행태가 자사의 이익에만 급급하고 소비자를 소홀히 대한다는 인상을 줄 소지가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리콜사태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도요타의 행태는 소비자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밖에 없었다.

기업 입장에서 리콜 사태가 초래되지 않도록 철저히 예방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위기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신속히 문제 해결에 나서고 이해관계자는 물론 조직 내 구성원 간에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과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기업이나 단체는 사람들이 모여 움직이는 조직이므로 한두 번의 실수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신속히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에 대해서는 소비자나 시장은 사태발생 전보다 사태수습 후에 더 큰 신뢰감을 보여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존슨 앤 존슨(Johnson & Johnson)의 경우 1982년 시카고에서 자사의 타이레놀 캡슐을 먹고 48시간 내에 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이때 사망원인이 독극물인 시안화물(Cyanide)3)로 밝혀지자 이 회사의 타이레놀 사업(총매출의 7%, 순이익의 17% 차지)은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그러나 사건발생 1시간 만에 즉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여 전 제품을 회수하고 생산과 광고를 일시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또한 언론과의 협조체제를 구축하여 제품의 회수, 구입자의 복용금지, 의사ㆍ병원ㆍ유통업자에 대한 경고사항 전달과 대응책 안내 등 전력을 기울였다. 또한 시카고 근교에 임시 실험실을 설치하여 즉각적인 검사와 함께 각계 전문가를 동원하여 확인 작업에 착수하였다. 이 과정에서 총 약 10억 달러를 사용하였다.4) 사건 발생 6주 후에 미국 전역에 회사의 조치와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였으며 그 후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0%가 당시 사태의 책임이 “존슨 앤 존슨에 없다”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신속하고 진정성이 깃든 대응조치의 결과로 존슨 앤 존슨은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게 되어 사건 발생 6개월 만에 사건 전 시장점유율(35%)에 가까운 32% 시장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었으며 오늘날 세계 4위 제약회사에 머무를 수 있게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회사 차원에서 위기관리 및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사건 초기에 구성한 위기관리위원회를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고, 1943년 발표된 사내 윤리강령 ‘우리의 신조(Our Credo)’에 경영환경 변화를 반영하였으며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은 기업의 하나로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5) 회사 내부적 측면에서도 종업원의 책무(commitment)와 자부심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존슨 앤 존슨의 직원 이직률은 글로벌 우수기업들 중에서도 매우 낮은 편이다.

듀퐁(DuPont)사의 경우도 2004년 미국 오하이오 및 웨스트버지니아 주에서 테플론(Teflon; 글라스의 대체 재료인 불소계 필름) 제조에 사용되는 PFOA라는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간과한 이유로 PFOA로 오염된 식수와 관련된 집단소송에 걸려 1억 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하였으며, 이 화학물질의 안전에 관한 정보를 은닉했다는 이유로 미국 환경청(EPA)에 의해 고발되어 1,6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은 적이 있었다. 듀퐁은 PFOA가 규제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명성 훼손을 우려하여 법정투쟁을 포기하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듀퐁사는 환경책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여 사건 발생 이후 오염방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오고 있다. 또한 회사 경영진이 직접 나서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자사의 비전과 전략의 핵심으로 채택하고 신제품 개발 및 구제품 업그레이드를 추진하는 등 지속가능성을 통한 매출 성장을 도모한 결과 2010년 들어서는 제품 R&D의 생산성을 30% 가까이 향상시키는 성과도 거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랫동안 1등만 해온 도요타 입장에서 제품의 결함이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최고기업에 오래 머무르다 보면 조직구성원들 사이에 실수를 용납하기 어렵고 실수를 하는 경우에는 책임추궁이 두려워 이를 은폐하려는 문화가 자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같은 문화 속에서는 소비자의 불만이 들어오면 신속하게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도출하기보다는 일단 소비자의 운전 미숙이나 기계 오작동으로 돌리거나 제품의 결함이 발견되더라도 실무라인에서 은폐하거나 협력사의 잘못으로 돌리려는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도요타자동차의 리콜사태 수습과정을 지켜보면 이러한 오만한 마음가짐이 도요타자동차의 조직문화 속에 자리 잡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도요타자동차가 겪고 있는 문제는 어느 기업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떠한 자세와 태도로 신속하게 대응하고 극복할 수 있는지 여하에 따라 기업은 더욱 발전할 수도 있고 몰락의 길을 갈 수도 있는 것이다.

21세기 들어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기업의 수명은 더욱 짧아지고 있다. 그래서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수명을 늘리고 100년 이상 장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즉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에 대해 관심이 높다. 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경제적인 성장을 지속적으로 하면서도 사회적ㆍ환경적으로도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면서도 기업이 직면하는 모든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대다수 기업들은 경제적 성장과 이익을 내는 것에만 열중해 왔지만6) 사업과 관련하여 나타날 수 있는 위험관리에 대해서는 소홀히 해 왔다.

다행히 21세기 들어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과 각국의 환경규제 강화가 무역장벽으로 나타나면서 환경위험관리를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ㆍ인도와 동남아 시장으로 사업장을 옮기면서 현지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협력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기업들이 전사적인 차원에서 위기대응 시스템과 고객과 사회를 배려하는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하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 대한상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 중 도요타자동차의 리콜 사태 이후 경영방침에 현저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응답한 기업은 20.6%에 불과한 실정이다.7)

도요타자동차의 리콜 사태의 교훈이 자동차산업과 일부 기업들에게 제품의 품질과 안전문제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 정도 수준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위기관리에 취약하고 단기 업적주의 문화풍토로 기업구성원들이 자신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환경에서는 만에 하나 발생할지도 모르는 실수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진솔하게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위기관리능력은 하루아침에 배양되는 것이 아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모든 조직구성원들이 고객중심으로 배려하고 가치 사슬망에 있는 모든 기업들이 상생하는 협력문화가 구축될 때 존슨 앤 존슨과 같은 위기 대처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이번 도요타 사태를 교훈 삼아 자동차회사만이 아닌 모든 국내 기업들이 위기관리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병욱 (한국경제연구원 경제교육실장, lbw@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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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필자도 도요타자동차의 환경경영과 지속가능경영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도요타자동차

본사를 두 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으며,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경영과 혁신경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도요타

자동차 관계자를 국내 세미나 등에 수차에 걸쳐 초청한 적도 있다.

2) 일본 최대 식품회사인 유키지루시는 생산공장 정전으로 제조라인이 멈춘 적이 있었다. 이때 엔테로토키신 A

형 독소가 담긴 유제품이 제조되어 2000년 사상 최악의 식중독 사고를 일으킨 바 있으며, 광우병 파동 직후인

2001년 10〜11월에는 소비가 급격히 줄어든 수입쇠고기의 처분을 위해 호주산 쇠고기 13.8톤을 국산용 상자

에 넣어 위장하려 했던 사실이 발각된 바 있다. 두 사건에 대해 경영진은 계속 잘못을 회피하는 발언으로 일

관하자, 소비자들은 규탄 시위를 하였으며, 유통채널에서 이 회사 제품은 철거되었다. 이후 햄ㆍ소시지의 판

매와 생산이 중단되었으며, 책임을 지고 경영진이 사퇴하였다. 이로 인해 유키지루시 계열사는 일본 국민들

에게 악덕기업으로 낙인찍혀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3) Cyanide은 혈액의 산소수송능력을 저해하여 심장, 폐, 뇌를 손상시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4) 존슨 앤 존슨의 타이레놀 사건은 나중에 제조과정상의 실수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 회사는 제품의 안

전성 확보를 위해 패키지를 교체하였을 뿐만 아니라 최초로 FDA에 의해 의무적으로 규정된 훼손 방지 포장을

자발적으로 실행하였다.

5) 존슨 앤 존슨은 2002년 포춘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회사 7위를 기록하였다. 위기관리능력을 높이 평

가 받아 미국 PR협회의 실버 앤빌상(Silver Anvil Award)을 수상하기도 했다.

6)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재무적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면서 부채비율

을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는 원칙을 확립하게 되었다.

7) 대한상의는 국내 제조업체 1,420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도요타 리콜사태에 대한 기업인식” 조사결

과를 2010년 4월 14일 발표한 바 있다. 기업의 20.6%가 눈에 띌 만한 변화가 있었다고 응답하였으며, 52.4%

의 기업은 특별한 변화는 없었지만 품질과 안전문제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었다고 응답하였다. 다만 자동차

업종의 경우 60.7%가 경영방침에 변화가 있었다고 응답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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