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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의 향방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벤 알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이후 알제리, 오만, 예멘 등으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집트의 무바라크 하야 이후 아프리카 최대 석유매장량을 보유한 리비아의 민주화 시위가 내전의 양상으로까지 격화되자 국제 원유시장이 출렁이면서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였다. 두바이유 가격이 11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08년 8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전 ‘제3차 오일쇼크’로까지 비견된 초고유가 상황 이후 처음이다.


사실 리비아 사태 발생 초기에는 리비아의 원유공급 중단이 과연 국제 원유시장을 흔들 만큼 파급효과가 있을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였다. 많은 전문가들은 전 세계 원유공급량에 있어 리비아가 차지하는 비중을 거론하며 리비아 사태의 파급효과를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비록 리비아가 2010년 현재 아프리카의 최대 원유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석유수출국(OPEC)의 멤버로서 세계 12위의 원유수출국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지만 실제 원유생산량은 2011년 1월 현재 일일 169만 배럴만을 생산하고 있음을 평가의 결정적 배경으로 고려한 것이다. 169만 배럴의 생산량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추정하는 전 세계 원유공급량(일일 약 8,700만 배럴)의 2% 수준에 머무는 수치로서, 설령 리비아의 원유공급 중단이 발생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더라도 ‘시장 안정화를 위한 공급자(일명 swing producer)’의 역할을 해왔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추가 증산 기대와 OECD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비축유 규모로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한 문제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3대 유종(두바이, 브렌트, WTI)의 평균 가격이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2월 16일부터 약 10일 동안 무려 11달러 이상 급등하며, 리비아 사태로 인해 국제유가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세계 공급량 대비 리비아 공급물량에 입각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무색케 되었다.


리비아, 세계 원유공급 2%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잉여생산량


국제유가가 전 세계 원유생산의 2%만을 담당하는 리비아의 반정부 시위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 리비아의 원유공급량보다는 리비아가 공급하는 원유의 질(質)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원유는 유황성분의 포함 정도에 따라 ‘저유황 고품질 원유(Low-sulfur sweet crude)’와 ‘고유황 저품질 원유(High-sulfur sour crude)’로 나뉘는데 고품질원유는 저품질 원유에 비해 간단한 정제과정을 거쳐 휘발유 등의 석유제품으로 사용될 수 있다. 리비아산 원유는 고품질 원유로서 생산량의 85%가 고품질원유를 선호하는 유럽지역으로 수출된다. 이번 리비아 사태로 인해 유럽으로의 고품질 원유공급이 차질을 빚게 되자 유럽의 정유사들이 여타 지역으로의 고품질 원유수입량을 확보하기 위해 공급선을 확대하게 되어 결국 전 세계 원유 가격이 연쇄적으로 상승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뒷받침되기 위해서는 이번 리비아 사태로 인해 고품질 원유의 가격이 저품질 원유의 가격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해야 하는데, 지난 2월 16일부터 10일 동안 고품질 원유에 속하는 유럽 대표 유종인 브렌트유는 9% 상승하였지만 저품질 원유에 속하는 두바이유는 무려 13% 상승하여 원유의 질에 입각한 분석도 리비아 사태와 국제유가 급등 간의 관계를 충분히 설명하기에 한계를 드러냈다.


그렇다면 리비아 사태 발생 이후 10여 일 동안 국제유가가 급등한 이유를 설명할 가장 설득력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필자는 무엇보다 산유국의 ‘잉여생산능력(spare capacity)’에 주목하고자 한다. ‘잉여생산능력’이란 현재 산유국이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 원유량을 의미한다. 과거 생산량이 풍부한 저유가 시대에는 주목을 받지 못하는 잉여생산능력은 2000년 이후 신흥경제국들의 원유소비량 급증으로 신고유가 시대가 시작되면서 매장량 고갈 및 투자부진으로 위축된 산유국들의 생산능력을 파악하기 위하여 IEA와 Oil & Gas Journal이 수치화된 자료를 공개적으로 제공하면서 국제 석유시장의 주요 평가항목으로 활용되고 있다. 2011년 1월 현재 잉여생산능력은 일일 500만 배럴로 알려져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리비아의 공급량은 169만 배럴인데, 이는 전 세계 공급량에 비하여 단지 2%에 불과하지만 잉여생산능력에 비하면 약 34%에 해당한다. 즉 리비아의 공급이 중단되면 추가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원유량의 34%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보다 쉬운 예제를 통해 설명해 보자. 어떤 마을은 하나의 공동우물을 통해 사용할 물을 공급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마을 사람들은 하루에 100톤의 물을 사용하는데 이 우물은 100톤의 물을 간신히 공급하고 추가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여력의 물은 6% 정도인 6톤 정도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마을 사람들의 물 사용량은 점점 증대될 것으로 기대되는데 조만간 가뭄이 발생하여 여력분 6톤의 34%인 2톤 정도가 말라 없어질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렇다면 마을 사람들에게 물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될 것인가? 현재 공급되는 100톤 중 2%에 불과한 2톤의 물만 없어진다고만 평가할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 더 쓸 수 있는 물의 양 중 34%가 사라질 것이라고 평가할 것인가? 전자라고 생각한다면 물의 가치 변화는 미비할 것이고, 후자라고 생각한다면 물의 가치는 틀림없이 상승할 것이다.


잉여생산량이 단기적으로 확대되지 않는다면 급등 가능성 높아


결국 최근 리비아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의 변동은 전체 생산량보다는 잉여생산량에 입각하여 리비아 공급물량의 피해를 고려해야 한다. 만약 잉여생산능력의 수준이 2008년 초의 200만 배럴에 머물렀다면 이번 리비아 사태로 인해 국제유가는 2008년 8월 최고 수준이었던 150달러를 충분히 상회하였을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침체되면서 세계 석유수요 역시 감소하여 산유국의 잉여생산량이 자연적으로 증가한 것을 이번 리비아 사태 때에 운 좋게 누린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잉여생산량이 단기적으로 확대되지 않는다면 최근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산유국들의 반정부 시위는 마치 화약이 가득한 창고 안에서 번잡스럽게 튀고 있는 불똥과 같다. 산유국의 반정부 시위의 확산과 격화는 언제든지 현재의 잉여생산능력을 추가적으로 위축시킬 가능성으로 연결될 수 있으며, 이러한 가능성은 곧 국제유가의 추가 급등으로 귀결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24일 노무라홀딩스의 주장처럼 리비아에 이어 알제리가 석유생산을 추가적으로 중단할 경우 국제유가가 200달러를 상회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는 결코 비약이 아니다.


따라서 수많은 경제연구소들이 계량모형을 통하여 추정한 우리나라 경제의 국제유가 파급효과 수치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OECD 국가 중 석유의존도(GDP 대비 석유순수입)와 에너지집약도(GDP 대비 총에너지공급)가 가장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최근 사안의 심각성을 국가 전체적으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전체 석유생산량이 아닌 잉여생산량에 비하면 산유국의 공급중단 사건은 최근의 국제 원유시장의 상황에서 어느 것 하나 과소평가될 수 없다. 최근과 같은 때야말로 석유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추려는 다각적인 중장기적 전략과 함께 수송에너지 절약 등과 같은 단기적 대응전략을 철저하게 실천으로 옮겨야 하는 시점이다.


최성희 (계명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choisu@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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