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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 Global Focus / 보도자료 / 청년의 소리 / 알기 쉬운 경제상식 &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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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를 생각할 때다


경제학 그 가운데에서도 거시경제학을 가르치는 경우에는 장기와 단기를 구분하는 것이 보통이다. 편의주의적인 구분이기는 하나 고려하는 기간이 긴 경우와 짧은 경우에 나타나는 문제들의 속성이 다르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닌 듯하다. 「장기에는 우리 모두 죽고 없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는 케인스(John M. Keynes)의 말은 장기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단기의 정책적인 책임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경구일 것이다.


지금 우리는 성장과 고용이 동시에 저조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청년실업과 소득분배의 악화는 경제문제를 넘어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이와 같은 문제들의 특성이 단기적인 것인지 장기적인 것인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는 우리 경제의 경우 2008년 이후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로 불황이 초래되고 그와 같은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단기적인 요인과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저성장의 시간경로로 진입하는 장기적인 요인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기의 문제에 대응하는 거시경제정책을 흔히 안정화정책이라고 한다. 안정화정책은 불황일 때는 팽창적인 정책을 경기과열인 경우에는 긴축적인 정책을 시행하여 경제를 완전고용수준 혹은 그 근처로 되돌리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이 안정화정책을 시행하여 완전고용을 유지하고자하는 것을 미세조정(fine tun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안정화정책이 효과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불안정화의 요인이 되는지에 관하여는 지루할 정도로 긴 논쟁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다시 논해야 할 이유가 없으리라고 본다.


장기의 문제는 한마디로 잠재성장률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장기의 인플레이션이나 대외균형의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경제성장을 통해 장기적으로 물질적인 생활수준이 향상되는 현상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일찍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시카고 대학의 석학 루카스(Robert E. Lucas, Jr.)는 경제발전의 문제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경제문제를 생각하기가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지난 50여년 우리의 경험은 장기적인 성장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일 것이다.


잠재성장률이 이와 같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나아가 우리의 경우 그것이 저성장의 장기균형으로 빠르게 수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궁극적으로 택하게 될 저성장 장기균형에 대한 논의가 그다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신기할 정도이다. 앞으로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얼마가 될지, 산업과 경제의 체질은 어떻게 변화하고 또 어떻게 변화하여야만 하는지, 보다 높은 장기성장을 위해 제도와 법률을 포함한 경제체제는 어떻게 정비되어야하는지, 이를 위해 택하여야만 하는 경제정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또 어떻게 실천되어야만 하는지 등등 잠시만 고개를 들고 생각해 보아도 무수히 많은 쉽지 않은 과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뭔가 덜 중요한 문제에 매달리고 겉돌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견고해진 관료화, 단기적 성과에 연연한 정책, 우리의 미래는 보이지 않아


이명박 정부 내내 4대강 사업이다 녹색성장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헤맸고 지금은 창조경제가 화두이다. 대통령이 화두를 던지면 모든 관료와 국책연구기관 그리고 경제단체에 그 화두가 유행처럼 휩쓸고 지나간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면 새로운 화두가 등장하고 유행이 계속된다. 그러나 이 모든 트렌디한 화두가 우려스러운 것은 지금 우리의 경제문제는 어느 한 정권이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모두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가 궁극적으로 따르게 될 저성장의 경로는 앞으로 5년뿐만 아니라 10년, 20년 그리고 그 보다 훨씬 긴 기간 동안 지속적이고도 끊임없는 노력과 개혁을 통해서만 보다 높은 수준의 시간경로에 안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단임제 대통령제 아래에서는 그 어떤 대통령도 박정희 대통령이 이룬 바와 같은 경제적 업적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개발독재라는 비난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굴곡에 대하여 경제적인 성취를 앞세울 의도도 없지만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현재의 우리 제도는 보다 높은 물질적인 생활수준을 추구하는데 크나큰 장애요인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는 말이다. 5년 동안에 무엇인가를 이루어 놓겠다는 정서가 존재하는 한 지금까지 주지한 바와 같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는 정권의 이행 이외에는 다른 것을 보기 어려울 것이다.


제도가 이와 같다 보니 장기를 위한 정책과 단기를 위한 정책이 혼재되어 있고 정책당국 또한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 그 결과가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박근혜정부 들어 관료화는 견고해지고 대통령 홀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상한 정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역대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단기적이 성과에 늘 연연하다 보니 관료들은 그에 맞는 정책에만 열을 올리고, 우리의 미래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교육기관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미래를 위한 핵심부서라고 할 수 있는 교육부의 횡포와 편의주의적인 정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관료들의 금융지배는 시중은행의 회장 가운데 몇 명이 관료출신인지를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부처이기주의에 정책들은 엇박자가 나고 경제 위기설은 한 해에 몇 번 등장하는지. 외국은 우리의 부패를 비웃고 저성장의 덫을 조롱하기 시작하지 않았는가? 이대로는 안 된다고 본다. 우리는 여기 서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은 서 있지 않다는 것은 진리이다.


조장옥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choj@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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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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