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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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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플랫폼 전성시대… 규제의 역할은 무엇인가


“모바일 메신저 시장이 달아올랐다. ‘카카오톡’과 ‘마이피플’이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동통신업계도 무료 메시지 기능을 갖춘 모바일 메신저를 직접 출시하며 맞대응에 나섰다.”(전자신문 2011년 6월 10일자 기사)


“IT서비스 기업들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모바일 오피스 시장 등을 놓고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디지털타임스 2011년 6월 13일자 기사)


바야흐로 모바일 플랫폼 전성시대이다. 모바일 플랫폼은 피처폰(feature phone) 시대에도 존재했지만, 피처폰 시대까지만 해도 모바일 산업은 삼성전자나 모토로라 같은 단말기 제조회사와 SK텔레콤이나 KT 같은 이동통신사의 두 산업군에 의해 지배되었기 때문에 모바일 플랫폼이 갖는 영향력은 미미했다. 특히 피처폰 환경에서는 기술적 제약 때문에 네트워크 사업자인 이동통신사의 지배력이 크게 나타나서 이동통신사에 대한 정부 규제의 필요성에 관한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음악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DRM이 적용된 음악파일만이 MP3폰에서 구동되도록 한 행위를 사후적으로 규제한 사례나 방송통신위원회가 무선인터넷 서비스 활성화를 위하여 이동통신사의 기업결합 사건에서 무선인터넷망 개방을 인가조건으로 부과하는 방식으로 사전적인 규제를 행한 사례가 그와 같은 규제 수요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규제를 동원해야 유도될 것이라고 인식되었던 무선인터넷시장의 개방과 경쟁 활성화는 스마트폰(smart phone), 보다 정확하게는 애플이 내놓은 스마트폰인 아이폰(iPhone)의 도입과 함께 극적으로 이루어졌다. 그와 함께 모바일 플랫폼의 중요성이 전면에 떠오르게 되었다.


모바일 플랫폼이란


모바일 플랫폼이란 단적으로 말하면 모바일 단말기에 적용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이는 기술적으로는 모바일 단말기에 탑재되어 단말기의 하드웨어 기능을 상위 계층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상위 응용 계층에는 프로그래밍 환경 및 실행 환경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아울러 경제적으로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여 시장에서 콘텐츠의 편집ㆍ감독 기능을 수반하는 중개기관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모바일 인터넷 분야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을 얻기 위한 경쟁(competition for the market)에서 핵심적인 위치에 있다.


또한 카메라폰 또는 MP3폰과 같은 피처폰 시대와 비교할 때 스마트폰 시대에 이르러 플랫폼의 성격이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피처폰 시대까지는 운영체제(OS)와 미들웨어(middleware) 플랫폼이 구별되어 PC용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플랫폼=OS’의 성격을 갖고 있었으나 스마트폰 시대에 이르러서는 운영체제로부터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application framework)까지의 모든 소프트웨어를 플랫폼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모바일 운영체제 플랫폼 외에도 광고 플랫폼, 마케팅 플랫폼, 지도 플랫폼, SNS 플랫폼, 고객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메신저 플랫폼과 같은 다양한 영역에서 모바일 서비스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모바일 플랫폼 전성시대를 바라보는 규제적 관심


플랫폼이라는 용어는 통신 분야보다는 방송 또는 인터넷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던 용어이다. 따라서 비록 그 논의가 바탕을 두는 철학이나 논의의 전개 방향은 달랐지만 방송 또는 인터넷 분야에서는 네트워크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방송콘텐츠 또는 정보콘텐츠에 대한 편집ㆍ감독 기능을 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이에 반해 통신 분야에서 발전된 논의는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간통신 사업자가 그 중심이 되다 보니 서비스 기반으로서의 플랫폼의 기능과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사실적 이해와 제도적 배려가 부족하였다. 오히려 정부는 플랫폼 표준화를 통하여 플랫폼 영역의 복잡성을 해소하고 개방성을 부여한다는 명목으로 표준화된 모바일 플랫폼으로 WIPI(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를 개발하여 2005년 4월 모든 휴대폰에 그 탑재를 의무화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 아이폰의 도입이 늦어지고 그에 따라 스마트폰용 모바일 플랫폼의 확산이 몰고 온 시장 충격이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늦게 전달된 것도 WIPI 의무화 정책의 영향 때문이었다.


2009년 4월 정부가 WIPI 탑재 의무화 정책을 폐지하면서 급속도로 전개된 모바일 플랫폼 전성시대는 통신 및 인터넷 분야와 관련된 시장 자율의 영역은 물론이고 정부 규제가 작용하던 영역에도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다. 이동통신 산업의 가치창출 구조가 개방형 모바일 생태계(mobile ecosystem)로 진화함에 따라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하는 가입자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플랫폼 간의 치열한 경쟁이 한국 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또한 개방형 모바일 생태계 형성은 통신 및 인터넷시장의 경쟁구조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며, 통신 및 인터넷 사업자들의 사업전략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 역시 통신과 인터넷이 융합되는 새로운 시장을 규율하는 코드의 얼개(architecture of the code)가 혁신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서 보다 새롭고 스마트한 규제를 설계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다만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정부 역시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그에 적응하는 새로운 역할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익숙한 개념적 도구나 방식에 기대어 적응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요즘 등장하는 용어가 이른바 플랫폼 중립성(platform neutrality)이다.


플랫폼 중립성 개념은 기본적으로 플랫폼의 기능 확대에 따라 망 중립성을 중심으로 한 기술적 중립성의 논의 차원이 플랫폼 계층으로 확대된 것이다. 기술적 중립성은 법과 규제가 기술진보를 방해하거나 특정 기술에 유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일반원칙이므로 이는 망 중립성 논의에 그치지 않는 것이다. 플랫폼 계층에서도 특정 플랫폼 보유자가 사실상 표준화를 통해 플랫폼을 독점하는 현상을 경계하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간 규제 형평과 경쟁 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으며, 망 중립성에서 유추되는 플랫폼 중립성은 그 논의를 위한 유용한 출발점을 제공해 준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다만 과거 PC 기반 서비스 사업자를 규제하던 논리를 인터넷 기반 서비스 사업자, 특히 인터넷 기반 서비스 시장에서의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통신시장에 진입하여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해 가는 사업자에 대하여 원용할 경우에는 새로운 시각에서의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통신시장과 인터넷시장이 모바일 플랫폼을 무대로 융합되는 현장에서 유효경쟁 형성 과정에서 여러 형식에 의한 정부의 사전적ㆍ사후적 규제가 활용된 통신시장에서의 규율방식이 우세할 것인가, 아니면 자율규제ㆍ상생협력 등 시장친화적 접근이 강조되어 온 인터넷시장에서의 규율방식이 우세할 것인가 하는 점은 시장의 변화 추이에 대한 경험적 관찰과 분석, 그리고 합리적인 예측에 바탕을 두어 신중하게 선택되어야 할 문제가 될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새로운 방식의 규제가 설계되더라도 이는 시장실패를 정부 개입의 충분한 정당화 사유로 간주하였던 구식 사고가 아니라 새로운 연구와 사고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고권적(heavy handed)’이라거나 ‘명령ㆍ통제(command and control)’와 결합된 기존의 규제 개념으로부터 탈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홍대식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dshong@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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