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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버스 정책을 우려한다


“무상”은 최고가격 규제와 다름없어


올해 6월에는 지방선거가 계획되어 있다. 선거철이면 정치권을 중심으로 자극적인 정책들이 출현하곤 했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경기도지사를 목표로 출마를 선언한 김상곤 후보가 내놓은 무상버스 정책안이 대표적인 예이다. 무상버스 정책이란 지역 내 주민들, 특히 노약자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버스이용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제안된 내용대로라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기존에 쓰고 있는 돈을 더 알뜰하게 꾸려서, 추가적인 세금부담을 지우지 않겠다는 것이니 계획대로만 된다면 참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살림에 대해 공부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정책의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본고에서는 무상버스 정책에 대해, 경제학적 측면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무상의 경제학적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자. 무상이란 그야말로 대가를 치르지 않고 얻는 것, 따라서 가격이 0인 상황을 의미한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만들어내는 실제 가격은 0이 아니지만, 이를 인위적으로 0으로 맞춘다는 점에서 무상버스란 일종의 가격규제 정책이다. 실제의 시장가격과 규제가격이 다른 이 경우, 즉 실제의 버스비는 0이 아니지만 강제적으로 0을 만들어 놓는 경우에는 어떠한 일이 벌어질 것인가? 경제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경우를 가격규제라 하여 이론화해 둔 바 있다. 가격규제와 관련된 이론은 다양하지만 무상버스는 최고가격(price ceiling)의 경우에 해당된다. 어떠한 이유로 인해 시장가격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규제가격을 설정하여 더 높아지지 않도록 묶어두는 것이다. 대개 최고가격이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에 속한다. 가격급등이 너무 심하여 소비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 예컨대 재난상황 등으로 인해 가격이 폭등하는 경우, 단기적으로 임시가격을 설정하는 것이다. 버스이용에 있어 최고가격, 즉 무상버스 정책이 시행되면 시장에는 어떠한 변화가 올 것인가? 쉽게 예상가능하겠지만 공짜로 이용하려는 승객은 많아지고 활용가능한 서비스는 제한적인 상황, 즉 초과수요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현실적으로는 이용객이 꽉 찬 만원버스나 오랫동안 승차순서를 기다려야하는 상황이 바로 그것이다.

가격 규제는 비효율적 자원배분으로 귀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추가적인 수요증가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무상버스 정책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버스서비스의 본질 상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 한다. 즉 버스이용이란 필요한 경우에만 소비되는 것이므로, 무턱대고 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과연 그러할 것인가? 지나친 우려일지는 모르겠으나, 실제로 공짜버스가 운행되기 시작하면 아마도 이용객들이 대폭 늘어날 것이다. 호기심에 이용해보려는 일시적인 수요는 물론이고, 이전에는 버스 값을 의식하여 버스를 타지 않던 사람들도 이제는 공짜로 탈 수 있으니 더 많은 사람들도 버스를 이용하려 들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대부분의 재화나 서비스는 가격의 함수, 즉 가격변화에 수요가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 쉽게 말하면 비싸면 덜 소비하고 싸면 많이 소비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렇게 되면 앞서의 문제, 초과수요의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는 것이다.


최고가격이 설정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시장기구가 갖고 있는 효율적 자원배분 기능의 약화 또는 왜곡현상이다. 경제학자들이 시장이 효율적이라고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시장의 가격기구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기능을 갖기 때문이다. 꼭 필요하다는 것은 일종의 간절함이다. 따라서 보다 간절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높은 지불의사(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액수, WTP)를 갖기 마련이다. 시장의 가격기구란 매우 객관적이기 때문에 때로는 비정하고 냉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해당 물건이나 서비스를 더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하게 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그런데 무상정책은 이와 같은 가격기구의 작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를 갖는다. 모든 사람의 가격이 0이 되어버리니 누가 더 필요로 하는지를 구분할 도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꼭 필요한 사람은 제쳐두고 엉뚱한 사람이 소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버스의 예로 든다면, 버스를 꼭 타야하는 사람들은 너무 붐벼서 또는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해서 승차를 포기하는 반면,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거나 또는 운이 좋은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선의의 정책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보장은 없어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너무 비관적’이거나 ‘지나친 비약’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사례가 수년전 서울에서 발생한 바 있다. 한 놀이공원에서 고객 서비스의 차원에서 시설입장 및 이용료를 받지 않았던 것이다. 평소에 몇 만원씩 하는 이용료를 무료로 해주었으니 당시의 이용객들은 참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모든 이용객들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시의 무료입장은 모든 이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너무 많은 이용객들이 몰린 나머지, 시설이용은커녕, 입구에서부터 사고가 발생하여 수많은 부상자들이 생겨났던 것이다. 놀이공원 측에서는 더 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부랴부랴 영업을 종료했을 뿐 아니라, 당초의 계획을 모두 취소하기에 이르렀다(원래는 7일간의 무상이용을 공지했으나 당일로 취소하였다). 이 경우 새벽부터 기다려서 입장에 성공한 사람들을 제외하면(사실은 이들도 많은 인파로 인해 계획했던대로 즐기지 못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들고 어려운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이 과정에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 다친 사람들은 물론이고 인근 지하철역의 극심한 혼잡으로 인한 무정차 통과, 지상교통을 포함한 일대 교통의 마비, 이로 인해 중요한 일을 그르친 사람들(중요한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등의 문제도 작지 않았다. 주목해서 봐야할 점은 당일 날 시설이용이 꼭 필요했던 사람들, 즉 돈을 내고서라도 놀이공원에 가려고 했던 사람들이 소비에서 배제되었다는 점이다. 즉 시장의 자원배분기능이 상실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당연히 놀이공원 측의 의도와는 달랐을 것이다. 고객들로부터 더 나은 평가를 얻고 이를 토대로 더 많은 장기이윤을 도모하려 한 것일 터이지만, 결국은 사고 수습과 소비자들의 불만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의도와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혹자는 무상정책의 확산을 우려하는 견해를 비판하기도 할 것이다. 보다 아름답고 숭고한 가치를 지향하려는데, 현실적 비루함에 얽매여 사사건건 반대만 한다는 지적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높은 이상만으로는 돌아가지 않는다. 정책의 의도가 좋다고 하여 그 결과까지 좋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사실 대부분의 정책은 선의에서 출발한다. 정책의 밝은 면을 보고 그 가능성을 부각시키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실현가능한지, 또 지속가능한지, 그 와중에 우리가 놓치는 것은 없는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럴듯한 명분이나 당장의 편의를 위해 훗날 더 무거워질지 모르는 짐을 타인이나 미래세대에게 지워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김상겸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iamskkim@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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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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