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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광고주 불매운동의 헌법적 한계와 시사점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특정 언론사에 광고를 하는 광고주를 대상으로 한 불매운동이 과연 소비자의 권리인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미국의 사례가 중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광고주 불매운동에 대한 본격적인 법리적 논의를 경험하지 못한 우리로서는 이미 오래 전에 이러한 문제에 대한 논쟁의 경험이 있는 미국의 논의를 참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의 광고주 불매운동


미국 법학계의 기본입장은 소비자의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 자체를 절대적 권리나 당연한 권리행사로 보고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 자체가 당연히 위법하다고 보고 있지도 않다. 이에 관한 법적 평가와 관련된 미국 법조계의 고민은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상황에서 발생한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이 헌법상 정당한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수 있는 범주인가에 관한 것이다.

미국에서 소비자 불매운동이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로 보호된다는 것은 1982년 NAACP v. Claiborne Hardware Co. 판결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흑인 지도자가 백인 공무원들로 하여금 ”인종차별 금지에 대한 요구“를 지지하도록 하기 위해 백인이 운영하는 상점에 대해 불매운동을 전개하였고, 이러한 행동이 평화적으로 이루어지는 한 미국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여 보호된다는 것이다. 연방대법원의 이 판결은 이후 미국에서의 광고주 불매운동의 정당성 근거로 제시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 광고주 불매운동이 헌법상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하는 견해에서도 이 판결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미국 법조계의 논의를 살펴보는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우리나라에서의 광고주 불매운동의 적법성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다.


헌법적 한계


미국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권리 행사가 정당한 ‘목적’과 ‘수단’의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함은 헌법의 기본원리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리딩 케이스인 Claiborne Hardware 연방대법원 판결은 소비자 불매운동이 평화적으로 행사되는 한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근거해 보호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으로 광고주들에 대한 불매운동이 어떠한 목적과 어떠한 수단을 사용해야 적법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주고 있지 못하다.1)

따라서 평화적인 행위와 그렇지 못한 행위를 구별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벌어지는 불매운동을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지 아니면 전체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할지가 불분명하다. 정당한 목적의 범위와 관련해서도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많다. 당장의 눈앞의 목적을 기준으로 할지 아니면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설정된 목적을 기준으로 할지에 따라 적법성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Claiborne Hardware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은 백인 상인들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인종차별에 항의하기 위한 목적이고, 이것은 헌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기존의 판례에서처럼 목적의 정당성 판단시점을 조금만 앞당겨 본다면 불매운동의 목적을 백인 상인들에게 특정한 정치적인 행동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상인들은 정치적 신념을 택할 헌법상의 자유를 가지고 있고, 이것을 강조하게 되면 이 판결에서의 불매운동은 목적의 정당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다.2)

같은 맥락에서 광고주 불매운동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근거한 소비자의 권리이지만 언론사와 광고주의 또 다른 표현의 자유와 기업 활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이렇듯 양자 사이의 규범적 조화 및 한계를 설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한계설정 문제는 결국 헌법상 광고주 불매운동을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진다. 그러나 광고주 불매운동의 적법성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Claiborne Hardware 사건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법조인들은 광고주 불매운동의 헌법적 한계를 1968년 United States v. O`Brien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이 제시한 판단기준에서 찾고 있다. 비록 동 판결의 사안이 광고주 불매운동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광고주 불매운동의 헌법적 한계설정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이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표현’ 행위가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를 받는다고 해도, 표현적 요소를 지닌 모든 ‘행위’가 보호대상이 되지는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하나의 행위 속에 ‘표현적 요소’와 ‘비표현적 요소’가 혼합되어 있는 경우, 일정한 제한 하에서 비표현적 요소를 규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 법조인들은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이 소비자의 표현의 자유로 보장된다고 하면서 동시에 이러한 불매운동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져 경제적 혼란을 야기하고 언론사와 광고주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O`Brien 사건에서 제시한 기준 하에서 불매운동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본다.3)

시사점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광고주 불매운동에 대한 정당성 근거로 미국에서는 광고주 불매운동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는 사실이 자주 거론된다. 그러나 미국 헌법은 우리나라 헌법과 달리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시적 제한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상 보호받을 수 있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설정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 광고주 불매운동이 일상화되어 있으므로 우리도 그렇게 하자고 주장하기에 앞서 과연 그들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어떠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광고주 불매운동과 관련된 글로벌 스탠더드는 미국에서 광고주 불매운동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 보호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정당한 불매운동과 그렇지 못한 불매운동을 구별하기 위한 규범적 틀을 마련하고자 노력하는 그들의 문제 접근방식이 글로벌 스탠더드이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도 동일한 불매운동 사안에 대해 다양한 해석론이 제시되고 있어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물며 역사와 헌법적 구조가 다른 우리나라에서 미국에서의 접근방식과 해석론이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다만 참고자료가 될 뿐이다. 따라서 정당한 불매운동과 그렇지 못한 불매운동을 구별하기 위한 규범적 틀은 미국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그리고 미국 헌법이 아닌 우리나라 헌법 안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독일의 헌법학자 Smend는 동일한 역사·정치·사회·문화적 생활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이해관계인들로 구성된 사회공동체가 동화적으로 통합되어 가는 과정(Integrationsprozeβ)을 국가라고 규정하고 이러한 과정을 공통의 가치관 하에서 이끌어 주는 것이 바로 ‘헌법’이라고 하였다. 우리나라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보장하면서 동시에 이러한 자유가 대한민국의 동화적 통합과정을 훼손하는 쪽으로 행사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과 달리 헌법 제21조 제4항에서 표현의 자유가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 헌법 제정권자가 내린 정책적 결단이고, 이러한 결단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광고주 불매운동의 적법성 판단에서 마땅히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sshun@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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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arbara Ellen Cohen, “The Scope of First Amendment Protection for Political Boycotts: Means And

Ends In First Amendment Analysis: Naacp V. Claiborne Hardware Co,” Wisconsin Law Review,

1984 p.1273. Patrick m. Fahey, “Advocacy Group Boycotting of Network Television Advertisers and Its

Effects on Programming Content,” University of Pennsylvania Law Review, 1991, p.655.

2) Barbara Ellen Cohen, supra note 1, pp. 1310-1311.

3) Michael C. Harper, “The Consumer`s Emerging Right To Boycott: Naacp V. Claiborne Hardware And

Its Implications For American Labor Law,” Yale Law Journal, 1984, pp.413-414. Barbara Ellen Cohen,

supra note 1, pp.1284-1285. Patrick m. Fahey, supra note 1, pp. 65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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