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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를 앞둔 신흥국 금융위기


올해 상반기 후반 들어 이루어진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의 양적완화 종료 시사 발언 이후 인도, 브라질을 포함한 신흥국 통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 특히, 인도 루피화의 경우 올해 1월에 비해 25 퍼센트 가량 절하되었으며 브라질 레알화의 경우도 인도 루피화보다 상대적으로 가치 하락 폭이 작지만, 환율 변동 추이는 인도 루피화와 상당히 유사하다. 한편, 인도네시아 루피화의 경우 그 하락폭이 약 10 퍼센트를 약간 넘는 수준으로 그 폭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인도와 브라질과 마찬가지로 6월 버냉키 의장의 양적완화 종료를 암시한 발언 이후 하락폭이 갑자기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양적완화의 시작과 끝


미국의 양적완화 (quantitative easing)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8년 11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약 6천억 달러 규모의 주택저당 담보부증서(mortgage-backed securities)를 사들이는 것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2010년 중반 미국 경제가 다소 회복세를 보이면서 양적완화는 일시적으로 종료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오히려 2011년 2분기까지 총 6천억 달러의 미국 국채 매입을 목표로 하는 소위 2차 양적완화 방안을 2010년 11월 발표하였다1). 2011년 당시 2차 양적완화 발표 직후에도 가까운 시기에 출구전략 시점이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도 많았으나,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2차 양적완화로부터 정확히 1년 후인 2012년 11월 또 다시 매월 4백억 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 계획을 통해 3차 양적완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처럼 3차까지 이루어진 양적완화 방안이 올해 6월 들어 양적완화의 부분적 조정이라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으로 드디어 종료가 가까워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면서 그 불똥은 신흥국 금융시장으로 튀기 시작했다.


이번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시사 발언과 관련하여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버냉키 의장이 2퍼센트 수준의 인플레이션률과 6.5 퍼센트 실업률 수준에 미국 경제가 도달할 경우 이자율 상승을 단행할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작년 2012년 기간 중 1퍼센트였던 미국 인플레이션률은 이미 올해 초 2퍼센트 수준에 이르렀고 실업률 역시 2012년 말 8퍼센트 수준에서 감소세를 보이면서 2013년 상반기가 지난 현재 시점에서 이미 거의 7퍼센트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버냉키 의장이 언급한 금리인상의 전제 조건에 미국 경제는 이미 근접한 상태라는 것이며, 이는 버냉키 의장이 금리인상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평소에 특유의 간접적 화법으로 유명한 그린스펀 전 의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명확한 발언 스타일로 알려진 버냉키 의장의 성향을 고려한다면 미국 경제가 지금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하반기나 늦어도 내년 중에는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금리 조정이야말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가장 통상적이며 전통적인 정책 도구이며, 사실 그간 직접 나서서 채권이나 주택담보부증서 등 자산을 사들인 양적완화 방법은 이례적인 극약처방으로 평가되어 왔다. 결국 설왕설래하던 그간의 양적완화 종료 시점에 대한 논란에는 반응하지 않던 금융시장과 투자자들이 이번 금리인상 시사 발언에 즉각 반응한 결과가 신흥국 금융시장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00년대 이후 신흥국의 경제 상황


이미 위에서 밝힌 미국 내 양적완화 종료와 금리인상이 임박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나, 이번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의 또 다른 축은 바로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경제 내부의 특성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인도, 브라질이 소위 브릭스 국가로 부각하면서 높은 성장률을 보이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 와서도 이들 국가들의 경상수지는 2004년, 2005년을 제외한 기간 중에는 대부분 균형이거나 오히려 적자를 나타냈다. 특히 인도의 경우 2000년 대 기간 중 경상수지 흑자 최고 규모가 50억 달러에 그쳤다. 이는 중국이나 과거 한국의 경우와 비교하면 매우 다른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인도, 브라질은 신흥국이면서도 중국이나 과거 한국에 비해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며 또한 그나마 경상수지의 대부분조차도 무역수지가 아닌 자본수지이기 때문이다. 내수경제의 비중이 높은 경우 환율 쇼크가 와도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이 낮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은 있으나2), 반면에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에 부족한 달러 보유액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본수지 흑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들 국가들의 통화가치는 외국 투자주체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후에 한국경제가 상대적으로 회복이 빨랐던 것은 기본적으로 제조업을 앞세운 수출부문이 견조했으며 원화 가치하락이 수출가격 경쟁력에 일조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이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라서 위기의 파급효과도 컸으나, 회복도 빨랐다고 볼 수 있다.


대외부문 의존도 이외에도 인도와 브라질의 경우 산업구조적 특성이 한국이나 중국과 같은 기존의 신흥국가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인도의 경우 우수한 IT 인력을 앞세워 소프트웨어 및 프로그래밍 산업이 강점을 보인 것은 사실이나 이들 산업의 경우 외국투자의 인도 국내로의 진출 및 인도로부터의 철수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즉 하드웨어 산업과 같이 현지 공장을 짓는 등 소위 그린필드 (Greenfield)형 투자가 아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우 외국자본의 인도 국내로의 진출도 빠른 만큼 철수도 빨라 자본 유출입의 변동성이 매우 크다. 브라질의 경우 자국 제조업 제품보다 철강 등 원자재가 주 수출품목이기 때문에 최대 철강 수요국가인 중국의 최근 경제성장 둔화 등은 경상수지 적자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이처럼 구조적으로 취약한 경상수지 구조를 지닌 인도, 브라질이 이번 미국 내 양적완화 종료 및 금리인상을 앞두고 더욱 큰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


자본수지의 구조만 놓고 보더라도, 인도의 경우 90년대는 자본수지에서 대외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는데, 이후 2000년대 들어 주식 및 포트폴리오 투자를 통한 자본유입 비중이 높아졌다. 실제로 대외부채 유입의 GDP 대비 비중은 92년과 93년에 평균 7.26퍼센트에서 2003년과 2004년 기간 중 평균 5.8퍼센트로 단기 부채의 비중이 감소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주식을 통한 자본유출입 비중의 증가는 오히려 자본유출입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3). 즉 대외부채의 경우 상환 시점 등이 예측이 되는 반면 주식을 통한 자본 유출입은 시장에서 개별 기업의 투자 결정에 따르기 때문에 오히려 자본 유출에 불확실성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양적완화 종료 예상에 따른 신흥국 금융위기의 시사점


먼저, 양적완화 종료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발생한 이번 신흥국 금융리스크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적어도 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직전의 상황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직전에도 말레이시아, 태국 통화 등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외국 투자자금이 한국에서도 급속히 유출되면서 외환위기가 발발했다. 그러나 한국은 90년대 당시 위기 때와는 달리 외환보유고가 2013년 현재 3천억 달러에 이르고 있어 혹시 한국에서 갑작스럽게 외국 자금이 유출되더라도 국내 기업의 달러 상환대금 미지급 등의 사태는 벌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또한 최근 한국의 주택 및 부동산 시장 등 자산시장은 90년대 외환위기 이전만큼 고평가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며 따라서 버블 붕괴 등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판단되며, 한국의 금융 리스크 관리 시스템 역시 90년대에 비해서는 많이 개선되어 있다고 본다.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경제 역시 장기적으로 크게 비관적이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 이유는 미국의 양적완화가 종료되고 미국 금리가 다시 상승한다고 해도 이미 3차에 걸친 양적완화로 풀린 막대한 자금은 미국 내에서는 투자 대상을 찾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중국의 경제성장세도 주춤해진 상황에서, 미국 내 거시경제 변수의 조정 과정을 거친 후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투자자금은 인도, 브라질 둥 신흥국으로 다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변수는 이들 신흥국을 떠난 자금이 돌아올 때까지 그 기간 중 이들 국가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외국 투자자금이 다시 유입될 시기에 영향을 줄 것이다.


실제로 유라시아 그룹의 이코노미스트인 안잘리카 바르달라이는 최근 만모한 싱 인도 총리 정부는 이번 외환위기에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인도 정부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는 인상을 시장에 주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4). 한편, 인도 정부는 전 IMF 이코노미스트 출신의 시카고 대학 경영학과의 라잔(Raghuram Rajan) 교수를 지난 8월 인도 중앙은행 총재로 전격적으로 발탁하였는데, 이는 인도 정부가 IMF 출신의 현직 미국 경영학과 교수를 인도 중앙은행에 기용함으로써, 최근의 위기 극복 능력을 미국 등 외국 투자자들에게 과시하려는 조치라고 본다.


결국 신흥국 정부가 미국 등 주요국의 투자자를 상대로 조속한 시일 내에 위기 해결에 대한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지 여부가 이번 신흥국 금융위기의 관건이나, 현재 상황으로는 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정도의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다만, 올해 하반기와 내년 기간 중 미국 금리 인상 과정에서 이번 신흥국 금융위기와 유사한 상황이 간헐적으로 발생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본다.


송정석 (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경제학부 교수, jssong@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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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Wikipedia 사이트 참조

2) 아시아 신흥국 중 내수 비중이 큰 인도네시아 역시 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중에도 내수경제의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여파가

작았다.

3) NBER 2007 working paper, "India’s Experience with Capital Flows: The Elusive Quest for a Sustainable Current Account

Deficit" by Ajay Shah, Ila Patnaik


*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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