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martin-martz-RhF4D_sw6gk-unsplash.jpg

l    소통   l    KERI 컬럼

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_WHITE_edited.png

“바보야! 문제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야”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선거 표어를 들어본 일이 있을 것이다. 미국 대선에서 클린턴 대통령을 당선으로 이끌었던 캐치프레이즈이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의 선거유세 과정에서 선거의 판세를 뒤바꾼 이 표어는 매우 함축적으로 국민들이 바라는 것을 잘 표현하였고, 클린턴은 이에 힘입어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재임을 위한 선거였고, 첫 번째 임기에서 걸프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고, 외교적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여 이를 인정받고 있던 상황이므로 상당히 유리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침체기에 빠지고 있던 당시 상황을 적절하게 이해하지 못했고, 이러한 부시 측 선거 캠페인의 약점을 정확히 파고 들어간 선거 표어의 역작이다. 애초 선거 전략가 카빌(Chester James Carville, Jr)이 상황실(situation room)에 써두었던 내부 표어였다고 하는 이 문구는 초기 부시에게 유리했던 선거의 판세를 뒤집었다.


공화당 정권은 1992년의 패배가 있었음에도 2008년 대통령 선거에서 다시 한 번 비슷한 실수를 했다. 매케인은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이야기했지만, 유권자들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자신들의 일자리를 걱정했다. 그들은 이 점에 대해서 소통하고 싶어 했다. 이때 젊은 유권자들을 오바마 투표자로 끌어들인 표어가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였다. 대량해고와 실직의 파고에 힘들어 하던 미국 유권자들은 강렬하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통령 후보였던 오바마의 연설을 듣고 눈물을 흘리면서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외쳤다. 그리고 오바마는 2008년 역사상 최초의 유색인종 대통령이 되었다. 아들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서 책사(策士)로 일했던 칼 로브(Karl Rove)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오바마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고, 실제 오바마가 2012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릴 수 있는가는 경제 사정에 달려있다고 본다. 여전히 문제는 경제, 특히 고용이다.


재스민 혁명은 바이럴 파워를 잘 보여준 사건


튀니지의 한 무허가 과일노점상의 죽음에서 시작된 북아프리카에서의 민주화 시위는 들불처럼 번져 이집트, 리비아 등으로 이어졌다. 튀니지에서 2010년 12월 17일 26세의 대졸 과일노점상 무함마드 부아지지가 분신자살했다. 그의 죽음이 기폭제가 되어 튀니지의 높은 인플레이션과 벤 알리의 독재정치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폭발했다. 튀니지 곳곳에 초상화를 걸어두고 지난 23년간 가족 중심의 족벌지배체제를 유지해 왔던 벤 알리 대통령은 시위대의 압력에 굴복하고, 해외로 도피하였다. 그리고 이 민주화 시위는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철권통치도 종식시켰다. 무섭기로 소문난 이집트의 비밀경찰도 죽음을 무릅쓴 시위대의 시위를 막지 못했고, 군부가 적극적으로 시위진입에 가담하지 않고 중립을 지킴으로써 무바라크의 통치도 막을 내렸다. 그리고 이제 40년 이상 리비아를 통치해 온 카다피가 퇴진을 요구받고 있다.


다수의 논자들은 이러한 재스민 혁명(Jasmine Revolution)의 원천으로 소셜네트워크의 위력을 든다. 페이스북(Facebook)과 트위터(Twitter)로 대표되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와 이를 뒷받침하는 인터넷은 속성상 분권화되어 있다. 중심점에 그 누군가가 전체를 통제하기 어렵고, 만일 어느 지점을 봉쇄한다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우회로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제어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사상 최초로 미국의 해외주재공관장 전원을 워싱턴D.C.로 불러 모으게 만들었던 위키 리크스(Wiki Leaks)의 등장이 가능해진 것도 인터넷의 이러한 분권적 특성 때문이다. 어산지가 체포되더라도 얼마든지 제2, 제3의 어산지가 등장할 수 있는 공간이 인터넷이다. 그리고 확산의 속도가 매우 빠르고, 공유가 즉시적이다.


이러한 속성은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주요한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 전통적인 일방 전달형 광고에서 쌍방향의 광고로 진화되면서, 소비자가 마케터로 변환되는 이 과정은 기존의 제품광고에 대한 틀(frame)을 바꾸는 작업이 될 수 있다. 결국 재스민 혁명은 바이럴 파워를 잘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한 번 퍼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바이럴의 힘을 재스민 혁명은 잘 보여준다.


2012년 선거는 소셜네트워킹에 의한 선거될 것


2012년엔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모두 대통령 선거가 있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2011년 초의 재스민 혁명이 수십 년 간 권좌에 있었던 권력자를 끌어내리는 힘이 되었던 것처럼, 그 반대 방향으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는 유권자들이 자신들을 팔로잉(following)하게 함으로써 선거의 흐름을 바꾸어 선출이 되도록 하는 힘으로도 작용할 것이다. 이 과정을 이끌어낼 최고의 표어도 필요할 것이다.


2012년 선거는 우리가 경험할 가장 강렬한 소셜네트워킹에 의한 선거가 될 수 있다. 결국 네트워크 간의 경합이 승자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승리는 방향성을 정확히 읽어내는 측에게 미소를 지을 것이다.


최승재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lawntech@knu.ac.kr)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