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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은행 사건과 부패 척결


경제학자 레프(Nathaniel H. Leff)는 부패(corruption)를 “관료로부터 은혜를 사는 행위(the practice of buying favor)”라고 규정했다. 전형적인 예로 수입, 수출, 투자 또는 생산면허, 외국환을 획득하거나 탈세를 하기 위해서 관료에게 뇌물을 공여하는 행위를 지목했다.


이러한 부패행위는 그 폐해와 부작용 역시 심각하다. 부패가 정치적 불안정과 사회의 와해를 가져오며, 행정기관에 대한 존경심을 떨어뜨리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키기 때문이다. 부패의 더 큰 부작용은 국민 전체의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점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부패가 스스로 부패를 낳고 정치인들과 행정 관료들의 법 준수의식을 흩트려 사회의 존립까지도 위협한다.


전ㆍ현 정권 고위 관료와 실세 정치인 대거 연루


최근 밝혀지기 시작한 부산저축은행 비리는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이 가담해 있다는 점, 그것도 우리나라 사정(司正)기관의 최고 엘리트층이 부패의 사슬 속에서 움직여 왔다는 추악한 사실이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은 물론이고, 부정(不正)을 감시해야 할 사정기관의 엘리트 관료가 부패행위에 연루되어 있다고 한다면 일반시민이나 하위직 공무원들은 왜 그들만 도덕성을 간직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다.


부산저축은행 비리에는 신용금고라는 대부업 수준의 사금융 집단을 저축은행으로 만들어준 김대중(DJ)ㆍ노무현 전 정부와 그 대부업자들의 비리를 막아주고 감추어 준 현 정부 모두에 책임이 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아래서 부산저축은행은 지연(地緣)과 학연(學緣)을 동원하여 기형적으로 덩치를 키웠다. ‘상호신용금고’에서 ‘저축은행’으로 바뀌었다. ‘은행’이라는 간판을 얻음으로써 날개를 달게 된 것이다. 거기에 이자를 더 준다고 하여 서민의 돈을 긁어모았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곳곳에서 형편없는 부실경영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저축은행들의 부실 문제가 심각해졌다. 저축은행 경영진은 퇴출로부터 살아남기 위하여 이명박 정권의 실력자들에게 구명 로비를 시작했다. 현재 드러난 것만으로 감사원의 모 감사위원은 1억 원과 물방울 다이아몬드를 받았고, 직전 금융감독원장은 재임 시절 부산저축은행 그룹에 대한 검사 무마 청탁을 받고 담당 실무진들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은 검사기관인 금융감독원에 로비를 함과 동시에 대출브로커 등을 활용해 정ㆍ관계에 바람막이 로비를 했다. 세무당국 역시 로비의 대상이 되어 부탁을 받고 세무조사를 무마해 줬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결국 전 정권 민주당이든 현 정권 한나라당이든 저축은행 비리사건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긴다고 책임이 덜어지지도 감추어지지도 않는다. 민주화 이후 깨끗함을 자랑하는 과거 두 정권과 ‘공정사회’를 구현하겠다는 현 정권의 고위 관료와 실세 정치인들이 대거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추론해 본다면 지금은 여야 정치권 모두에 태풍급 대쇄신이 필요한 시기이다. 부패에 연루된 여ㆍ야 정치인들과 고위 관료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계속될 것이고, 부패에 연루된 사람들은 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국민은 내년 4월 총선에서 부패 정치인들을 표로 심판할 것이다.


하지만 우선 당장 시급한 과제가 있다. 금융감독원, 감사원 등 금융 감독기관과 국세청 등 세무 감독기관들의 존재 이유를 되찾아주는 일이다.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2010년 12월 말 기준으로 BIS 비율이 5.13%라고 공시했지만, 영업정지 후 금융감독원이 실사한 BIS 비율은 -50.29%였다. 이러한 금융사기단의 거짓이 가능했던 것은 금감원이 저축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서 부정을 찾아내지 못해서이다. 그런 것을 찾아내라고 금감원을 만들고 감독기능을 준 것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감독기능을 버려버리는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우리는 결국 ‘감시자를 누가 감시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직면하게 된다.


부패방지 교과서에서 제시된 최선의 부패방지 거버넌스(governance for anti-corruption)는 다각적 접근법(multi-pronged approach)이다. 감시기관들 간에 상호 견제하게 하고, 정치권에 정치적 책임성(political accountability)을 갖게 하고, 경쟁 및 시장경제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개혁하며, 공공부문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마지막으로 시민사회의 참여(civil society participation)를 확보하는 것이다. 부패방지를 위한 공치(共治) 해결법이다.


소문으로만 그리고 설마 하며 믿었던 부실금융 소유자와 금융 감독기관 고위 관료의 유착은 ‘공정사회(公正社會)’ 건설을 위해서든 아니면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위해서든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금융 감독기관 고위 관료들의 부패를 막는 방법으로 정부는 퇴직 공직자의 유관기업과 대형 로펌 취업을 일정기간 금지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턱 없이 부족하다.


금융기관에 대한 감시, 정부와 민간이 함께 하는 구조 만들어야


눈여겨 볼 것은 감사원과 금감원의 업무 분담, 상호 견제 등 경쟁은 그래도 작동했다는 사실이다. 김황식 총리가 과거 감사원장 시절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감사했더니 오만 군데서 청탁과 압력이 들어왔다”고 했다. 총리의 발언으로 미루어 볼 때 결국 해답은 감독기관을 다양화하고, 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고, 감사기관끼리 상호 감시하게 하고 경쟁을 시키는 것이다. 나아가 독립된 민간이나 시민사회 금융 감시기구를 추가해서 관료부패를 감시케 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부산저축은행 사건 등 금융부패의 근원은 결국 정부가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우리나라의 관치금융 시스템 때문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1997년 외환금융위기의 근원도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대기업의 투자 때문이 아니라 결국은 관치금융이 근본 원인이었다. 따라서 정부가 하는 금융 감독능력이 현재의 수준이라면 선진국 진입은 요원하다. 결국 금융 산업을 포함한 금융 감독기능의 민영화가 궁극적인 해답일 수 있다.


현재의 금융감독원에서 부패한 몇몇 고위직책 담당자들을 들어내고 바꾼다고 금감원의 풍토가 바뀔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없다. 부산저축은행 비리와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게 하려면 금융기관에 대한 감시도 정부와 민간이 함께 하는 구조를 만들어 상호 경쟁을 시키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최근 국내 기업 중에서 가장 강력한 내부 감사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삼성조차도 “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는 것 같다”고 내부 부패 척결을 외치고 자정(自淨)에 비상을 걸고 있다. 기업이 이러할진대 정부는 더 분발해야 제2, 제3의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막을 수 있다.


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 iykim@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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