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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리스크 최소화하려면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비록 금융시장은 단기에 회복된다 해도 투자자들의 마음 깊은 곳에 다시 한 번 북한 리스크를 각인시켜 줄 것 같다. G20의 성공적인 개최로 국가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승화할 것이라고 자축한 지 불과 며칠 만에 터진 일이다. 북한은 의도적으로 G20 서울 정상회의의 긍정적 효과를 일거에 상쇄시키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현재 직면하고 있는 북한 리스크가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교착상태에 빠진 6자 회담이 다시 열리기도 쉽지 않고, 북한이 쉽게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할 것 같지도 않다. 미국 역시 과거의 학습효과 때문에 이번에는 종전과는 달리 북한에 밀리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제사회는 중국에 “공정하고 책임 있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의 공정성 잣대가 우리와는 다른 것 같다. 그렇다고 북한이 쉽게 핵을 포기할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물론 한국이나 미국이 다시 북한을 햇볕으로 감싸는 유화정책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여론은 강경일변도로 선회하고 있다. 천안함 사태와는 달리 정부의 안일하고 소극적인 대응을 질타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라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군이 강력하게 대응했어야 했다는 여론이 80%에 달하고, 적극적인 군사적 대응을 지지한다는 국민이 70%에 달한다고 한다. 천안함 사태 때는 이런 여론이 30%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여론의 압력으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도 과거보다는 훨씬 더 좁아진 셈이다.


이런 와중에서 그래도 가장 기대하고 싶은 시나리오는 한동안 군사적 긴장관계가 지속되다가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다시 옛날로 되돌아가는 코스일 것이다. 이런 기대감이 반영된다면 금융시장도 단기에 쉽게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단기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이런 시나리오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제일 적게 나타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런 과정을 수십 년 되풀이하다 보니 북한 리스크에 불감증이 된 국민들도 많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사태도 과거처럼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까? 나아가 북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 그러나 이번 사태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북한 리스크를 불러오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도 새롭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왜 그러한가?


첫째, 우선 북한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직접적인 반격을 가해야 한다는 여론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행여 여론을 등에 업고 반격과 공격을 거듭한다면 한반도는 전쟁의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수도 없으니, 한국의 전략적 딜레마는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그러나 어떻게 대응하던 화약고가 폭발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수록 우리 경제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훨씬 더 커지게 될 것이다.


둘째, 북한 경제의 피폐화에 따른 체제 붕괴의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혹자는 여전히 북한체제의 붕괴 우려는 공연한 기우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생존을 위협받는 주민들이 많아져서 행여 내부의 갈등이라도 발생한다면 이런 체제는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만약 그런 사태가 발발한다면 이것 역시 또 다른 차원에서 우리 경제의 리스크를 확대시키는 요인이 된다. 붕괴 과정이나 붕괴 이후의 불안정이 모두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의 수출은 전년보다 80%나 감소하였고, 한국과 미국 등의 제재로 수입원도 막혀 버렸으니, 물자와 외화를 조달하여 호구지책(糊口之策)을 마련할 길도 막연하다. 생필품 하나 제대로 배급 못하고, 몇 십 년 모은 장롱 속의 돈까지 화폐개혁으로 무용화되었으니, 그런 정부에 누가 충성하겠는가. 비록 강압통치의 서슬에 눌려 표현은 하지 못하더라도 주민들의 마음은 이미 돌아섰을 것이다. 중국의 지원으로 간신히 연명한다 해도 이런 체제가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


특히 체제 세습기에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쉽다. 실제로 1929년의 대공황도, 한국의 1997년 외환위기도, 미국의 2008년 금융위기도 모두 정권교체기에 등장하였다.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런 사례가 너무나 많다. 또한 체제 세습은 정권이양보다 훨씬 더 파급효과가 큰 잠재적 불안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북한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하는가.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상대방을 놓고 전략을 짜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비합리적으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는 북한을 겨냥해서 어떤 전략이 합리적인가를 판단하기조차 쉽지 않다. 당연히 상호협력해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내쉬형의 게임전략은 적용하기 힘들 것이다.


그래도 북한의 비합리적인 공격에 가장 적합한 대응전략이 있다면 그것은 북한이 신뢰할 수 있는 전략을 선택하는 길뿐이다. 신뢰받는 위협(credible threat)이 아닌 엄포는 결코 북한의 비합리적인 선택을 제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전략을 북한이 믿고 실질적인 경고가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신뢰받는 위협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전략의 일관성과 실행능력이다. 과거의 정책을 돌이켜 보라. 한국이 북한에게 신용 있는 위협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정부는 일관성 없는 구두 대응을 지속해 왔고, 국론은 분열되고 국방은 해이했으며, 몇 달 간의 시간만 흐르면 남북관계는 다시 복원되곤 했다. 이런 여건에서 한국이 어떻게 북한에게 위협이 되겠는가? 북한은 매번 공격하고 빠져 나오는 것을 자신의 우월전략으로 선택한 셈이다.


이렇게 보면 국내정책뿐 아니라 대외정책에서도 정부의 신뢰성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하루속히 우리 내부의 컨센서스(consensus)를 정립하고 일관되게 대응하는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희생을 각오하고서라도 일관된 대응을 하겠다는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론은 분열되고 우왕좌왕하며, 어정쩡한 대응이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의 북한 리스크는 갈수록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도 달라진다면 누가 그런 위협을 믿으려 하겠는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위험을 긍정적 요인으로 승화시키려면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단결된 의지가 필요하다. 돌발적인 위험에 대응하는 전략에 대한 컨센서스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장기적 관점에서 북한에 대한 국가 전략을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정갑영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jeongk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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