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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화폐개혁은 주민을 더욱 궁핍하게 할 것


북한은 2009년 11월 30일 화폐개혁을 전격 시행하였다. 구권은 신권과 100:1로 교환하고 개인이 교환할 수 있는 금액을 일정한도로 제한하였다. 이번 화폐개혁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민생활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는 시장을 저지하고 ‘배금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 사회주의적 통제를 유지하려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1) 하지만 북한의 화폐개혁이 추구하는 목적이 달성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그것은 사적 시장의 형성과 화폐를 통한 부의 축적이 굶주린 백성들의 불가피한 선택에서 초래된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협동농장은 국가소유이기 때문에 농업생산성이 낮다. 또한 식량배급도 출신성분에 따라 차등 배분되어 일반 주민의 식량배급은 턱 없이 부족한 양이다. 게다가 1990년대 이후에는 배급제가 붕괴되어 주민들은 스스로 식량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2002년 7월에 배급제도가 폐지된 이후에는 주민들의 거래에 화폐가 일반적 지불수단으로 통용되고 있었다. 그래서 식량난에 직면한 일반 주민들은 가재도구를 팔거나 행상을 하여 마련한 돈으로 사적 시장에서 식량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가난한 백성들은 부족한 물자를 구하기 위하여 시장을 이용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조선 초기에도 지배층은 시장을 억제하였다. 시장이 발달하면 농민들이 농지를 이탈하게 되고 농업생산이 감소하여 사회의 안정을 해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화폐의 사용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화폐를 통한 ‘돈놀이’로 일부 농민이 부채 때문에 농지를 빼앗기고 이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계층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조 때는 동전의 폐지를 검토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성공하지 못하였다. 흉년이 들어 식량공급이 부족하게 되면 농민들은 행상이나 ‘노점상’ 등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조선시대 지방 장시의 출현은 1470년의 호남지방 흉년에서 기인한다.2) 조선정부는 농업인구를 감소시키고 도적을 흥행시킨다는 이유로 시장 개설을 금지하지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농민의 계속된 노력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결국 흉년의 구제에 유익하다는 인식에서 풍년에 한하여 시장을 폐지하다가 성종 때에 이르러 평상시에도 시장의 개설을 허용하기에 이른다. 그 후에도 여러 차례 시장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등장하지만, 달리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농민의 실정을 무시할 수 없어서 이러한 주장은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이처럼 시장의 형성은 굶주림에 내몰린 농민들이 호구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장은 식량의 이동을 통하여 백성들의 굶주림 해결에 도움을 준다. 시장에 식량이 공급되는 것은 다른 지역에 식량이 풍부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지역의 식량이 넉넉하지 않더라도 상대적으로 싼 식량을 팔아 다른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기꺼이 시장에 식량을 내놓는 것이다. 이때 화폐는 이러한 거래를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한다. 또한 화폐는 부의 저장수단으로 기능하여 일부 백성들은 창고에 있는 식량을 시장에 공급하기도 한다.

물론 그 과정에 부를 축적한 일부 계층이 등장하고, 백성들 사이에 ‘배금주의’가 생겨날 수도 있다. 하지만 부의 축적이라는 동기가 있기에 시장에 상품의 공급이 이루어진다. 이를 부정하면 시장거래가 일어날 수 없다. 또한 ‘배금주의‘라고 하는 것도 화폐의 일반적 지불수단으로서의 기능을 달리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지불수단으로 ’돈‘이 통용되기에 ’돈‘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그래서 누구나 ’돈‘을 보유하고자 노력하며 ’돈‘으로 자신의 재산을 축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북한의 화폐개혁은 사적 시장의 발달과 부의 축적이 체제의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시행된 것이다. 북한의 화폐개혁은 사회주의의 이념에 충실한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화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시장거래를 위축시키고, 부의 축적동기를 약화시켜 시장에 공급되는 상품의 양을 줄일 것이다. 그 결과 백성들은 더욱 궁핍하게 되고 기대와는 달리 북한의 체제 위기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체제의 안정은 지배이념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호구지책을 마련하려는 백성의 몸부림을 저지하여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백성의 삶이 편안해야 가능하다. 이것은 과거의 역사에서 되풀이 되는 교훈이다.

정기화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ckh8349@chon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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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윤덕룡ㆍ오승환, “북한 화폐개혁의 의미와 시사점”, 오늘의 세계경제 9권 37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 이헌창, 한국경제통사, 법문사,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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