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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규제의 비밀


최근 정부는 금년 들어 7번째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부동산 경기변동에 따라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그 대책의 구체적 내용들은 시기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지난 30여 년간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고 거론될 때마다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는 것이 바로 분양가 규제이다. 이번 대책에도 분양가규제 철폐를 시도한다고 되어 있으나 지난 수년간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관련 법안이 쉽게 통과될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분양가 규제 추이>


분양가 규제는 1977년 최고가격제의 형태로 도입되었다. 당시는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시기였으므로 신규주택 공급가격을 규제함으로써 저렴한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이 도입 목적이었다. 이러한 분양가 규제는 그 후 폐지와 부활을 계속하다가 현재는 최고 가격제, 원가연동제, 분양가 원가공개가 혼재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으며 규제의 범위와 강도는 민간택지인지 공공택지인지의 여부에 따라 다르다.


분양가 규제에 대한 담론


분양가 규제는 늘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제의 하나이다. 분양가 규제에 찬성하는 측은 분양가 규제를 통해 서민 주거생활안정을 기할 수 있고 재고 주택가격을 하락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분양가 규제에 반대하는 측은 분양가 규제는 반시장적이고, 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바가 없을뿐더러 내재적인 논리적 모순에 빠져 있다고 주장한다.


최고 가격제의 정의상 분양가 규제가 도입되면 신규 주택가격은 분양가 수준으로 하락한다.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시기라면 현재의 재고 주택가격 보다 낮은 분양가와 미래에 예상되는 자본이득이 막대한 분양 프리미엄을 보장하게 되어 청약과열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최고 가격제에 의해 원하는 가격을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청약이 과열된 상황이라면 주택건설업자들이 신규 공급주택의 품질에 신경을 쓸 이유는 전혀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주택의 품질은 하락하게 되고 주택을 분양받아 입주하는 주민들이 내장재를 모두 뜯어내고 인테리어를 전면 재시공하는 일이 일상화하게 된다. 실제로 주택시장에서 품질경쟁의 하나인 소위 브랜드 경쟁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분양가 자율화가 이루어진 2000년 이후의 일이다.


분양가 규제로 전반적인 주택가격 안정을 이룩할 수 있다는 주장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미 잘 입증된 사실이다. 신규주택 공급물량이 전체 재고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남짓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신규주택가격을 통제하여 전체 주택시장의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역부족이라는 사실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이론적으로도 그러할 뿐만 아니라 실증적으로도 수많은 연구에 의해 입증된 바 있다.


분양가 규제, 실제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나?


분양가가 재고주택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고주택 가격의 종속변수라는 것을 시사하는 사실들은 매우 많다. 채권입찰제하에서 채권매입 상한액을 결정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채권매입상한액 = (인근지역시세*0.8–평균분양가)/(채권의 예상손실율)


채권을 매입해야 하는 경우 실제분양가는 분양가에 채권매입 손실금액을 합한 것이 되며 채권매입 손실금액은 채권매입액에 채권의 예상손실율을 곱해 구할 수 있다. 따라서 위의 식은 결국 실제분양가=인근지역시세*0.8이 된다는 것으로서 인근지역시세가 독립변수이고 분양가가 종속변수라는 것을 나타낸다. 다시 말해 분양가를 조정하여 재고주택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분양가는 단순히 재고주택가격에 의해 결정될 뿐이라는 것이다.


명시적으로 실증된 바는 없지만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또 다른 사실이 있다. 최근 분양가 규제가 적용되는 지역의 분양가는 택지비에 표준건축비를 합한 값으로 결정된다. 표준건축비에 단지 및 구축물의 특성이 일부 반영되기는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분양가에 추가되는 비중은 미미한 것으로 짐작된다. 택지비는 토지의 가치를 감정평가해서 얻어지게 된다. 토지의 가치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다. 같은 시기에 조성된 택지라도 위치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야만 하고 조성시기가 다른 경우라면 택지 구입 시기에 따라 택지비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시기 특정 지역의 여러 단지들의 분양가는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분양가 결정방식과는 무관하게 놀랄만한 일관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분양가들이 인근지역시세의 일정 비율 이내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며 그 일정 비율이라는 것이 대단히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분양가가 평가하기도 어려운 소위 원가를 정확하게 반영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인근지역시세에 의해 강제로 조정되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가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시기라면 분양가 규제의 역할로 인정할만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소위 투기꾼들 사이에 섞여 고군분투 하는 일부 실수요자에게 염가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과 같이 주택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는 소위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일상화되어 이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분양가 규제가 없다면 주택건설업자들은 고급화를 통한 틈새시장 공략 등 다양한 전략을 고려해 볼 수 있으나 분양가 규제하에서는 이들이 원가로 인정받는데 한계가 있어 아예 고려 대상에서 제외된다.


주택시장 활황기의 경우에도 분양가 규제는 눈에 보이는 분양 프리미엄 이외의 타당성을 갖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주택시장 침체가 수년간 지속되는 상황 하에서는 이마저 기대하기가 어렵다. 누구를 위한 분양가 규제인가? 막연한 형식적 평등의 갈구에서 답을 구할 수밖에 없는 이 시대의 비밀인가?


서승환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shsu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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