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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의 다자간 통상협력, 보다 활성화되어야


1930년대 대공황 무렵의 국제통상환경을 나타내는 말 가운데 “Beggar Thy Neighbor”라는 표현이 있다. 굳이 직역하자면 “이웃을 거지로 만든다”는 뜻으로 자국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교역상대국을 괴롭힌다는 의미이다. 당시 경기침체에 대응하여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각국은 수입관세율을 인상하고, 또한 화폐가치는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정책을 경쟁적으로 취하였다.


예를 들어 1930년에 제정된 미국의 ‘Smoot Hawley 관세법’은 2만여 개의 품목에 유례없이 높은 관세율을 부과하였으며 교역상대국들도 보복적으로 관세율을 인상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국제교역량은 크게 감소하여 이미 어려워진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 이로 인해 경제공황이 훨씬 장기화되기에 이르렀다. 일부에서는 당시의 그러한 요인들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는 데 일조하였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장에 대한 반성의 의지를 담은 것이 1948년 1월 출범한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즉 GATT의 다자간 국제통상체제였다. 이는 서로의 이웃을 못살게 하는 정책들이 적어도 전쟁의 간접적인 원인이 되었음을 인식하고 다자간 협정으로 관세율을 정하는 한편 상호협의를 통해 향후 지속적인 관세인하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GATT와 더불어 IMF를 출범시킨 브래튼우즈 체제 또한 각국의 통화가치를 협의하여 정함으로써 무분별한 평가절하 경쟁을 근원적으로 차단하여 세계경제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려는 취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 결과 이후 40년간 세계는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교역 증대와 경제성장을 기록하였다. 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으로 어려워진 세계경제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누적으로 인해 다자간 고정환율체제는 더 이상 존속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GATT체제는 계속 남아 도쿄라운드, 우루과이라운드로 이어지며 관세장벽의 인하를 통해 세계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나름대로의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2008년 말 갑자기 불어닥친 미국발 금융위기와 그에 따라 번져간 세계경제의 불안은 1930년대 이후 가장 극심한 경제위기로 평가되고 있으며, 경기회복의 기운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1930년대와 비교하여 다행인 것은 당시와 같은 무분별한 관세율 인상경쟁은 벌어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모두가 그동안 GATT체제에서의 지속적인 관세인하와 그 뒤를 이은 WTO의 다자간 협정체제 덕분이다. 하지만 우루과이라운드의 가장 두드러진 성과로 평가받으며 탄생한 WTO 체제에서의 첫 번째 다자간 협상인 도하개발의제, 즉 DDA 협상은 뚜렷한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며 수차례 협상기한 연장, 중단, 재개를 반복하다 결국 협상이 중단된 상태에 머물러 있다.


1930년대의 아픈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는 것은 세계경제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2008년 여름 협상 중단이 공식적으로 선언될 당시 다수의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게 되고 EU의 집행부도 개편되는 2009년 이후에는 어떤 식으로든 DDA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 전망했었다. 실제로 2009년에는 지난 4년간 열리지 못했던 제7차 WTO 각료회의가 재개되어 최근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자간 교역체제의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였으나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였다.


작금의 상황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세계 각국이 자국의 경제위기를 막기에 급급한 나머지 다자간 협력의 중요성을 등한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겉으로는 상호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상대방이 더 많이 양보할 것을 서로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중국 위안화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되어 있으며, 중국 정부가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취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이다. 한국과의 FTA에 대해서는 미국 자동차의 한국 시장접근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기 때문에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도요타자동차의 리콜과 관련된 미국 정부의 일련의 움직임들을 보면 음모론이 제기될 정도로 미일 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GATT체제의 출범 당시부터 다자간 통상체제를 주도해 온 미국의 이러한 모습을 보면 비록 1930년대 수준은 아닐지라도 책임을 이웃에 돌리는 “Beggar Thy Neighbor”의 기억이 새로워진다. 현재 미국이 안고 있는 산적한 정치ㆍ경제적 현안들을 고려할 때 다자간 협력에서의 과거와 같은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쩌면 힘들지도 모른다. 이는 오는 11월 열리는 G20 서울회의 의장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의 다자간 통상협력에 대한 역할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대목이다.


권영민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y_kwo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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